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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니가 편해질만큼 즌이가 좋아졌기를... 소식 없는 걸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는 옛말이 맞기를 바라기는 한다만 나는 과연 니소식을 기다리고 사는 것인지 니는 니가 했었던 말처럼 다시 나를 찾을 것인지 궁금한 것인지 체념인지 잘 모르겠다...
매일밤 자정엔 집을 나선다. 걷는 것만이라도 해야 작금의 삶을 버텨낼 수 있을 것 같고 걸을 떈 그나마 행복함을 느낀다. 자정이 넘은 시간엔 주변에 사람들도 거의 없고 조용해서 좋다. 낚시를 하거나 산에 들 떄와 걷기를 할 때 잡념이 별로 없어지는데 오늘은 과연 내게도 분노조절 같은 게 있는지 궁금해졌더랬다. 법꾸라지들이라고 했는데 정치나부랭이들의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고 허언장담을 구렁이 담 넘어가듯 하는 버꾸라지떔서 오늘은 화가 좀 났었다. 소위 말하는 지식층? 나같이 삶에 서툰 인간이사 그런 속셈일 리 있을까 라고만 했었지 막상 다른 사람의 시선과 판단을 들어보니 과연 대단한 법꾸리지였고 허언장담을 밥먹듯 하는 담 넘어가는 구렁이다운 삶의 솜씨다 시푸다 한 번만 더 그러면 밟혀 꿈틀거리는 지렁이가 ..
아프냐고 물으면 아프지 않다고 말 못 한다고... 외롭냐고 물으면 외롭지 않다고 말하진 않는다 내 외로움은 자처한 것일까? 나는 왜 쓸쓸함을 즐기나... 잠 못 드는 게 아니라 여즉 잠자리에 들지 않는 것이고 외롭거나 쓸쓸치 않은 게 아니라 그냥저냥 그 속에서 즐기는 것이라고... 누룽지를 예쁘게 만들었다 같이 먹거나 보여줄 사람도 없어서 이런 게 외롭거나 쓸쓸할 뿐이다. 또 누룽지를 만들었다 혼자 다 먹어치우지도 못 하고 쌓아두면서 또 만든다. 밥 하는 게 참 행복해서이고 뜸 들이는 냄새랑 소리가 참 듣기 좋아서다. 겨우 이딴 행복 밖에 만들 줄 몰라서이다... 근 한달만에 뜬 별이 참 예뻐서 새벽녘의 길 위에 섰다. 1-2-10-12 매일 하루에 두 시간씩 10km 만 이천 보를 걷는다. 얼마나 더 ..
행여라도 누구든 내게 왜 사느냐고는 묻지 마라 나는 평생 명예도 욕망도 없었으니 무슨 검증이나 털어 먼지 찾길 일 없다 하지만 나도 털면 먼지 꽤나 나오지 않겠냐만 이나마 되잖게 뜻한 척할 수 있는 건 신독처럼 나 스스로에게나 부끄러울 뿐 나 아닌 그 누구에게도 부끄럽진 않아서 그렇다. 쉽게 아무렇게나 다 내 탓이라고는 하지 않는다. 내 차의 뒷유리창에 붙이는 나만 볼 수 있는 내 탓 말고 나는 못 보더라도 내가 남에게 보이게 하는 다 내 책임이라고는 한다. 요즘은 걱정이 계속 늘어난다 떠날 때 부끄럽지 않게 보이고 싶어서일까? 떠나고 나면 창피스럽든 손가락질 받든 무슨 상관이겠냐만 행여라도 그딴 일 뭐 남겨질까 해서 이다지도 염려스러워진다. 나는 벌써 가 아니라 이미 사는 동안 즐겁게라든지 즐기면서 살..
새벽에 집을 나섰다. 공기도 신선하고 사람들도 없어서 좋았다. 도심을 많이 벗어나는 곳이 없어 길 생김새는 성에 차지 않지만 세 시간 정도 15km 남짓 걸었다. 친구가 그러더만 새벽에 미쳤다고... 잠이 오지 않아서는 아니지만 새벽이면 늘 눈이 말똥거리는 올빼미 타입이라 새벽에 걷는 게 참 좋다. 찬물에 샤워하고 잠자리에 드는 이게 내 행복의 거진 다를 차지한다. 늙어가면서 스스로의 몸뚱이에 누린내 같은 거라도 날까 노심초사하며 산다. 남자들이 나이 들어가면서 잘 안 씻는다는 이야기들을 하던데 나로서는 신기타 세 시간 걷고 들어오니 날이 밝아버렸다. 하지만 난 아무것에도 습관성 버릇은 싫어한다. 아니다 싶으면 즉시 고치려고 노력한다. 좋게만 볼 게 아닌 것은 아직도 내가 타인의 눈치를 보는 것이라서일 ..
내가 삶이 서툴다 그러더라만 요즘 되돌아 보니 여태 궁상만 떨다가 평생을 청승스럽게 살은 것 같다 하루만이라도 완전 마음대로 살아보리라 작심 여러 번 해봤었는데 잘 안되더라 궁상을 떨고 청승맞게 조심하고 뭘 할 게 있기나 있으랴만 미리 대비를 한답시고... 늘 그랬네, 신용불량이 되면 또 뭐 어떄서 그딴 거 할 수 없다고 청승 떨고 아낄거나 뭐 있다고 궁상시럽게 살았는지 늘 그래...수시로... 오늘도 길을 걸으면서 이제부턴 그냥 맘 놓아버린 채 편하게 살아버리고 싶다 ...라고 왜 속된 표현일진 모르겠다만 옛말에도 있잖아? 이래도 한세상 저래도 한세상인데 백도 못 가졌는데 십을 가지고 아등바등할 필요 뭐 있겠냐고 물론 부를 이야기 하려는 건 아니지만... 돈 뿐이 아니라 내 등에 짊어진 짐부터 사고하는..
늙긴 늙은 겐가 또 이름이 생각나지 않는다 길을 가다 땅에 떨어진 꽃 한 송이를 봤다 동백꽃처럼 가장 화려하게 만개했을 때 제 모가지 뚝 땅으로 떨어트리는 꽃 찾아오지 않는 님 담장 밖으로 목 내밀어 기다리는 모습이랜다. 해서 예로부터 양반이 아니면 집 안에 키울 수 없었대나... 자꾸 이름들을 잊어먹는다. 능소화를 길에서 만나고 하루 종일 곰곰거렸더랬는데 그 이름 기억하려다 그조차 그만 깜빡 잊고 있다가 하루가 지나서야 갑자기 이름이 떠오른다. 숲을 걷다가 잘 알고 있는 나무와 풀들의 이름이 입 속에서만 꼬물댈 뿐 입 밖으로 이름이 불리어지지 않는 기억 영희 순이 철수 그런 흔한 이름들 외에 알던 사람들의 이름들도 하나둘씩 기억이 쉬 떠오르지 않는다.. 내 이름도 누군가들에게서 점차 잊혀갈 테지...
특이한 사람일까? 게다가 또 까칠하고 소심하고... 누구긴 누구겠어? 나 말이지 뭐, 유년시절부터 종종 들었던 말 중에는 순수한 소년 세심하고 다정다감하면서 배려를 잘하고 뭐 그랬었는데 늙어가면서 소심으로 바뀌고 까탈스러워진 것일까? 근 이십 년 넘게 혼자 살게 된 이유를 보면 말이다... 스스로가 까탈스럽다고 생각하기도 하는데 난 사람들이 특히 여자들 중에 맨발로 슬리퍼 같은 거 신은 채 다니는 거 싫더라, 내가 싫어하는 거 무슨 상관이야 싶긴 하겠지만 암튼... 사람은 얼굴만큼이나 발도 깨끗하게 해야 된다고 생각해서 그래, 얼굴은 화장씩이나 하면서 발은 아무렇게나 하는 거 별로거든 옛적 카투사로 군 생활할 적엔 화장실이 칸칸이 쭉 있고 샤워실과 세면대가 여러 개 배치되어 있는데 미군들은 면도 후 수건..
강변을 걷다 두어 군데 차려진 낚싯대를 보곤 발길을 멈춘다 고기가 물었을 때의 휘청이는 초릿대와 힘겨루기 할 때 의 손맛 그리고 은빛 비늘 반짝이며 수면 위로 끌어올려지는 물고기 잠시 유혹에 빠져든다 참붕어 살고 있는 저수지 가까이 작은 시골 마을에서 아궁이 불 지피며 살고 싶기도 했는데 하릴없이 낚싯대 하나 드리우고 찌 올림에 설레며 새벽을 맞고 싶었는데 그저 그리움으로 남겨질 이루지 못할 사랑 같은 것이려니... 세준-- 무거운 절들은 살기도 참 잘한다 가벼운 중이 되어 떠나는 내게 그들은 핀잔 섞인 말들로 그렇게 살면 안 된다면서 사회성 결여라더라만... 나는 줄곧 결여된 인간으로 살았던 것일까? 내 생각엔 얼토가 당토치도 앟았었고 그들이 말하던 사회성이란 게 법을 떠나서 거짓과 자기 합리화 투성이..
길 위에서 멀리 최대한 멀리 돌아서 걷는다. 도심을 벗어나려면 차를 타야 되니 걸어서 외곽방향을 향해 무조건 걷는다. 야트막한 산들을 만나면 무조건 넘어서 걷는다. 백두대간을 할 때처럼 야트막한 산들을 계속 넘다 보면 오르내리막이 반복되는데 올라갔다가 다 내려와서 다시 오르막을 만나면 조금은 고역이다. 이곳에서는 아무리 빙빙 돌아 걸어도 하루 종일 40km를 걷기가 어렵다. 종일 그냥 걷고만 있으면 별 시답잖은 잡념들이 사그라들어 좋다. 아무 생각 없이 그냥 걷는데 그러고 보니 미쳐 물 한 방울 준비하지 못했네... 산다는 거 참 고달프다 삶이 고달픈 건 사는 게 힘들어서도 버거워서도 아닌데 참 바보같이 왜 이렇게 살고 있는지를 모르겠다는 것이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고 그냥 그다지 당기지도 않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