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마음 둘 곳 풀 곳 본문

측은지심

마음 둘 곳 풀 곳

까미l노 2020. 4. 26. 21:27

길 위에서

멀리 최대한 멀리 돌아서 걷는다.

도심을 벗어나려면 차를 타야 되니 걸어서 외곽방향을 향해 무조건 걷는다.

 

야트막한 산들을 만나면 무조건 넘어서 걷는다.

백두대간을 할 때처럼 야트막한 산들을 계속 넘다 보면

오르내리막이 반복되는데 올라갔다가 다 내려와서 다시 오르막을 만나면 조금은 고역이다.

 

이곳에서는 아무리 빙빙 돌아 걸어도 하루 종일 40km를 걷기가 어렵다.

종일 그냥 걷고만 있으면 별 시답잖은 잡념들이 사그라들어 좋다.

아무 생각 없이 그냥 걷는데 그러고 보니 미쳐 물 한 방울 준비하지 못했네...

 

산다는 거 참 고달프다

삶이 고달픈 건 사는 게 힘들어서도 버거워서도 아닌데

참 바보같이 왜 이렇게 살고 있는지를 모르겠다는 것이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고 그냥 그다지 당기지도 않는 고깃덩이를

영양분이랍시고 마구 욱여넣고 삶을 무턱대고 늘려가는 느낌이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도 없거니와 방법 또한 마땅찮다.

마음을 둘 곳이 없다.

어디 맡겨둘 만한 곳도 없고 삭일 화를 풀 곳도 없다.

 

 

 

 

 

 

'측은지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생 첫 친구신청을 하고서  (0) 2020.06.07
내가 만들지 못한 '드디어'  (0) 2020.05.06
리스본행 야간열차  (0) 2020.03.09
개꿈 속의 기시감  (0) 2020.03.03
또 다시 내편  (0) 2020.0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