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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마음 둘 곳 풀 곳 본문
길 위에서
멀리 최대한 멀리 돌아서 걷는다.
도심을 벗어나려면 차를 타야 되니 걸어서 외곽방향을 향해 무조건 걷는다.
야트막한 산들을 만나면 무조건 넘어서 걷는다.
백두대간을 할 때처럼 야트막한 산들을 계속 넘다 보면
오르내리막이 반복되는데 올라갔다가 다 내려와서 다시 오르막을 만나면 조금은 고역이다.
이곳에서는 아무리 빙빙 돌아 걸어도 하루 종일 40km를 걷기가 어렵다.
종일 그냥 걷고만 있으면 별 시답잖은 잡념들이 사그라들어 좋다.
아무 생각 없이 그냥 걷는데 그러고 보니 미쳐 물 한 방울 준비하지 못했네...
산다는 거 참 고달프다
삶이 고달픈 건 사는 게 힘들어서도 버거워서도 아닌데
참 바보같이 왜 이렇게 살고 있는지를 모르겠다는 것이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고 그냥 그다지 당기지도 않는 고깃덩이를
영양분이랍시고 마구 욱여넣고 삶을 무턱대고 늘려가는 느낌이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도 없거니와 방법 또한 마땅찮다.
마음을 둘 곳이 없다.
어디 맡겨둘 만한 곳도 없고 삭일 화를 풀 곳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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