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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언제부터인가 잊어버리고 살았던 것들 가운데 하나 종교를 버린 듯 살고 있어 다른 세상의 일일까만 새벽 미명 우두커니 선 절집 마당 긴듯 아닌듯 탁발승 되어 듣는 예불 알리는 종소리 붉디 붉어져 사멸하던 해 그림자 따라 가던 천 년 전 산티아고 까르농 수도원 그 종소리는 술 좋아..
좆같은 세상 연변작가 초청 행사를 마치고 우르르 몰려간 남북횟집, 소설 쓰는 리선희 주석이 본국에서 가져온 술을 꺼내 따르더니 답례주라며 한 입에 탁 털어 넣으란다 혀끝에 닿기만 해도 홧홧한 65도의 술을 요령 부리지 않고 받아 마신 우리 측 작가 몇은 이차도 가기 전에 두 손 두 ..
섬세한 여자 & 세련된 여자 자상한 남자 & 중후한 남자 등등... 세상에는 좋은 것과 괜찮은 것들이 많고도 많은데 이것들은 단순히 언어적 표현의 차이일 뿐일까 아니면 언어의 유희에 불과한 것일까? 누군가를 선택함에 있어 좋은 사람을 선택할까 아니면 괜찮은 사람이 더 낫다는 선택을..
나에게서 대포를 두 방 맞았다던 그녀에 대한 소회 죽어라 트럼펫만 안고 다녔던 중2 빡빡머리 때 전국 학생음악 경연대회에 참석했었다. 무대 위 중간쯤 객석에 있었던 그 여학생과 눈이 마주치게 되어버려 곡을 까먹을 것 같은 낭패감에 제대로 연주를 하고 내려온 것인지 뇌리에 남아 ..
한 사람의 삶을 누가 누구의 보험으로 삼을 수 있을까 만약에 나도 모를 누구의 보험으로 내 삶이 그러고 있었다면 이기적이지 않은 뜻이려니 그랬었는데 나를 인생의 마지막 보험이라고 주변에 떠들고 다녔다고 내가 두루 나쁜 남자로 살기로 작정한 이유가 되었다... 늙으막에 삶이 버..
눈에 밟히는 사람과 보고싶은 사람 둘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눈에 밟힌다는 표현은 어릴적 어머니에게서 간혹 들어봤었던 말인데 주로 자식을 향한 표현이었을 터, 보고싶다 라는 것은 그냥 누군가가 그립거나 떨어져 있는 대상을 보고 싶어서 하는 뜻일테고 눈에 밟힌다는 것은 지금의..
올해 제주의 겨울은 유달리 비바람 매서운 날씨가 고약하게 심술을 부리는 연속이다. 겨울이지만 따뜻한 햇살에 노근하게 몸이라도 말리고 싶은데 몇날 몇일을 그러지 못했는데 오늘 아침엔 먹구름이 잔뜩 낀 채 날궂이를 하더니 갑자기 무지개가 떴다. 마르코폴로꽃은 원래 우리나라에..
인디언은 친구를 '내 슬픔을 등에 지고 가는 자' 라고 한다. 어느 날 혼자 가만히 있다가 갑자기 허무해지고 아무 말도 할 수 없고 가슴이 터질 것만 같고 눈물이 쏟아지는데 누군가를 만나고 싶은데 만날 사람이 없다. 주위에는 항상 친구들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날 이런 마음을 들어..
꽃을 든 여자의 손 못난(?)손인데 예쁜 꽃 때문에 아름다운 건 아닐 것이다 꽃을 든 손이기에 더 아름답게 보이는 것 아닐까? 아름다운 손으로 만든 산티아고 가는 길의 가리비 문양 십자수 지갑 프랑스에서 스페인에 걸쳐있는 야곱이라는 성인의 순례길로 유네스코에 등재된 길인데 '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