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좆 같은 세상과 성욕 본문
좆같은 세상
연변작가 초청 행사를 마치고 우르르 몰려간 남북횟집, 소설 쓰는 리선희 주석이 본국에서 가져온 술을 꺼내 따르더니
답례주라며 한 입에 탁 털어 넣으란다 혀끝에 닿기만 해도 홧홧한 65도의 술을 요령 부리지 않고 받아 마신 우리 측 작가
몇은 이차도 가기 전에 두 손 두 발 다 들고 투항했는데 환갑이 낼모레인 이 아무개 시인도 예외는 아니었던지 취기에 휘
청이며 딱히 누구에게랄 것 없이 중얼거린다 "사는 게, 사는 게 말이지요. 참, 좆같습니다" 고단하다 팍팍하다도 아닌 좆
이란다 하고많은 것 중에 하필 좆같단다 쓸쓸하기 그지없다
이튿날 대관령을 넘어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마침 밥 때가 되어 꿩만두 요리로 소문난 문막식당에 가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리는데 통유리 너머 마당에서 수놈 시추 한 마리가 발정난 거시기를 덜렁거리며 암놈 시추 꽁무니를 하냥 뒤쫓고
있다 간절하고 숨찬 열정이다 뒤집어 생각하니 좆이란 게 죽었나 싶으면 어느새 무쇠 가래나 성실한 모습으로 불쑥 되
살아나 씨감자 파종하기 좋게 텃밭 일궈놓는 짱짱한 연장이지 않던가 세상살이가 좆같기만 하다면야 더 바랄 게 무에
있겠는가 그 존재만으로도 벌써 엄청난 위안이며 희망이지 않은가
연인의 자궁 속을 힘껏 헤엄쳐 다니다 진이 빠져 땅바닥에 퍼져버린 수놈의 축 늘어진 잔등을 암놈이 유순히 핥아주고
있다 하, 엄숙하고도 황홀한 광경이다.
실천문학 (2004년 봄호)
손세실리아(시인은 제주올레 18코스 바닷가 지붕 낮으막한 작은 집에 여행자들의 쉼터같은 카페를 한다)
목련꽃 브라자
목련 꽃 목련 꽃
예쁘단대도
시방
우리 선혜 앞가슴에 벙그는
목련 송이만할까
고 가시내
내 볼까 봐 기겁을 해도
빨랫줄에 널린 니 브라자 보면
내 다 알지
목련 꽃 두 송이처럼이나
눈부신
하냥 눈부신
저......
복효근
'응'
햇살 가득한 대낮
지금 나하고 하고 싶어?
네가 물었을 때
꽃처럼 피어난
나의 문자
“응”
동그란 해로 너 내 위에 떠 있고
동그란 달로 나 네 아래 떠 있는
이 눈부신 언어의 체위
오직 심장으로
나란히 당도한
신의 방
너와 내가 만든
아름다운 완성
해와 달
지평선에 함께 떠 있는
땅 위에
제일 평화롭고
뜨거운 대답
“응”
문정희
성욕
비 내리는 날
뒷마당 남새밭에 수건 둘러쓴 채 쭈그려 앉아
바지런히 상추 뽑는 아담한 당신의 궁둥이를 훔쳐보고 싶어집니다...
'성욕'이라는 제목을 보는 당신은 놀랠을지도 모르겠지만
내 속 숨긴 음흉한 희망을 당신이 알기나 하겠습니까...
무얼 그렸을 것 같습니까?
당신 궁둥이는 탐 낼만 한가요?
물기조차 다 빠진 풀 처럼 가벼워져 산 그늘에 의지한 채
평화로운 당신 모습을 보자는 것 보다 훨씬도 더 전에 나는 산 속으로 걸어 들어가던 중이었습니다...
혼자 가야 하는데 바보같이 누굴 끌고 갈려고 여태 이러고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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