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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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은지심

감추려는 아름다운 손

까미l노 2015. 1. 19. 15:01

 

꽃을 든 여자의 손

 

못난(?)손인데 예쁜 꽃 때문에 아름다운 건 아닐 것이다

꽃을 든 손이기에 더 아름답게 보이는 것 아닐까?

 

아름다운 손으로 만든 산티아고 가는 길의 가리비 문양 십자수 지갑

 

 

프랑스에서 스페인에 걸쳐있는 야곱이라는 성인의 순례길로 유네스코에 등재된 길인데 '산티아고 가는 길'(Camino de Santiago) 로 알려져 있다. 

2008년도에 50일동안 총 1,000KM를 걸었었던 휴식 여행이었는데 길을 안내하는 표식이 하얀 가리비였고 배낭에다 하얀 가리비를 매단 채 걸었었다.

 

 

수평선은 어디에서도 볼 수가 있지만 땅이 좁은 나라에서는 지평선을 보기가 쉽지 않은데

스페인은 땅이 아래 위로 다 넓은 장방형이라서 순례길에도 십여 키로미터씩 이어지는 지평선을 자주 만나게 된다.

 

길을 걷다가 길가의 돌멩이들을 주워 모아 화살표시를 만들어 보면서 걷는다.

내 앞에서 지나갔던 사람이 만들어둔 돌멩이 화살표가 나를 행복하게 해줬듯이

내가 만들어둔  것도 내 뒤에 올 누군가에게 행복이 되기를...

 

 

 

 

이 하얀 가리비는 성인이 마을을 찾아다니며 복음을 할 때 봇짐에 매달고 걸었었다고 전해진다.

이 길을 본따 제주도와 국내 여러 지자체에도 세계 여러나라에도 올레길이며 순례길 둘레길이라는 이름들로 만들어진 길의 열풍이 불고있는 것이다.

 

산티아고 길에는 여러가지 표식이 있는데 길가의 돌비석에도 가리비 그림을 그려

지나온 거리만큼과 산티아고까지의 남은 키로수를 표시해 길안내를 하거나

전봇대 마을의 집 담벼락등에 스페인의 국기문양과 함께 다양한 모양의 가리비 문양들이 순례를 하는 사람들에게 길안내를 해준다.

 

 

 

그의 손은 한사코 감추려던 손이었다.

입에 침 바를 일도 바르고 해본들 빈 말은 서툴러서 더러는 해야할 때가 있다손 제대로 할줄 모르는 사람인데

그 손은 예쁘게 봐주려고 하지 않아도 참말로 생김 그대로 환장할만큼 참 예뻤다.

 

잊고 싶고 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오로지 단 한가지 아픈 손의 흔적이 원래 생기지 않았었으면 싶었을 기억의 흔적

괜찮다고 예쁘고 곱기만 하다고 했는데 내 것이 아니라서 아파보지 않아서 그럴 수 있을 것이라고 하면

무어라 달리 할 말은 없겠지만 정녕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그만으로는 위로가 안 되었던가 싶었던 게 아마도 내 어루만짐의 부족이었을테지...

 

 

 

 

 

아름다운 손이라고 했던 것은 이렇게 아름다운 것을 만들 수 있지 않냐는 것이었고

아름답다고 사탕발림 해주지지 않는 손으로도 썩 괜찮은 무엇을 만들 수는 있다고 한다면 할말 없겠지,

 

하지만 아름답지 않은 손으로 만들어진 그 무엇에는 아무런 소중한 느낌도 들지 않는 그저 하나의 물건에 지나지 않을 것이고

이 지갑도 하나의 물건에 지나는 것이지 않느냐고 하겠지만 보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만든 사람의 손길과 마음을 느낀다는 뜻이다.

 

한땀한땀 이라고 하더라...

밝은 눈 숙달된 손기술이라고는 하지 말자

 

계산을 할 때 무심코 꺼냈던 내 지갑을 본 사람들 가운데  상품을 파는 매장 진열대에서는 볼 수 없는 참 예쁜 것이라면서 

누군지 모르겠지만 그 지갑을 만든 사람의 아름다운 손길을 알아볼 수 있다는 사람들이 많더라는 것이다.

 

단 한 번 눈에 띄었던 손톱의 메니큐어

나에게 보여주려고 꾸민 것이었을테지만 단호하게 지우라고 그랬었더니 디음날 바로 지웠었는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냥 맨손톱이 더 예쁘고 건강한 색이었던 것 같아서였다.   

사람의 손 특히 여자의 손은

어떻게 생긴 손이며 어떻게 꾸민 손이며 무엇을 하는 손이냐에 따라 보거나 느끼는 시선과 원하는  성향에 따라 다 다르기는 할 것이다.

 

예를 들어 길고 하얀 손가락 가지런한 손톱 메니큐어등을 예쁘다 좋다 그러지 않을 사람 특히 남자가 있겠냐만

취향에 따라 통통하거나 아무것도 바르지 않은 맨손톱도 좋아하는 사람도 있지 않을까?

 

식당에서 설거지를 하는 아줌마의 손을 곱다 예쁘다 그러지는 않을 것 아닌가

단지 그의 가족들 눈에는 가장 아름다운 손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고 최고라고도 할 것이다.

 

이제는 볼 수 없게된 그의 손은 아픈 흔적으로 한사코 숨기려는 손이었지만

해줄 수만 있다면 니 손은 세상에서 가장 예쁘고 아름다운 손이라고 입술에 침 안 바르고도 그렇게 말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