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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암울했었다. 세상사람 누구 하나 아프지 않고 힘 들지 않은 사람 뉘 있겠냐만 왜 그러지 않는가... 세상 그 어떤 상처보다 더 크고 아픈 게 내 상처일 것이라는 쓰잘데 없는 굳센 믿음... 죽을 수만 있다면 방법이 치사하고 추할 것 같아 못했거늘 나 죽고난 뒤 치사해 보이고 추해 보이는 것 따위가 무슨 대수라고 초라한 변명 삼아 아직 살고 있다. 가만히 내 이야기 들어줄 사람 하나 그러니 등 토탁여 주기는 커녕이었고 그럴 일 있고 없었던들 내 어디 손 내밀지도 못할 위인이지만 누가 있어 나에게 구원의 손길을 슬그머니 내밀어 주었으랴, 그래서... 걸었다. 걷고 또 걸었다. 막혀있는 길이 아닌 되돌아서 와야할 길이 아닌 무조건 먼 길만 찾아 걸었다. 오래도록 걷고 또 걸었다. 하루에 백릿길도 걸었었다. 내..
집 근처 길 아래의 집 뒷마당에 365일 24시간 묶인 채 살아가는 검은 개 한 마리 개집 안에 이불은 없고 마당에 헌이불 같은 게 있는데 개는 집안으로 물어서 가져가지는 못하는 것인지 많이 추운 날엔 바깥의 이불에 잔뜩 몸을 웅크린 채 버티고 있었다. 저렇게 마냥 묶은 채 키우는 이유가 무얼까? 언젠가 지나가다가 고기 몇점을 던져줬는데 그 후로 밖에 있다가 내가 지나가면 그저 반갑게 꼬리를 흔들며 또 먹을 걸 주겠지 싶은지 애타게 쳐다본다. 다른 사람들은 앞만 바라보고 그냥 지나쳐서 그럴까? 내 발자국 소리나 냄새를 아는 것인지 줄 게 없을 땐 애가 타서 멀리 돌아서 지나친다. 고깃집을 하는 아는 선배가 김치찌개 해먹으라고 주는 돼지고기 몇봉지도 죄다 삶아서 저녀석 몫이었다. 나는 고기를 먹기는 하지만..
내 사무실겸 작업실 문 열면 바로 앞이 숲이다 여전히 눈은 함박처럼 쏟아지고 있다. 출근하면서 빙판때문에 한참을 씨름하다가 겨우 올라왔다.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아직 왜 사는지 왜서 살아가야 하는지도 모르는 채 그냥 살아간다... 나 아닌 다른 이들은 왜 사는지 무얼 위해 살아가는지 알까? 곰히 생각해보니 왜 살아가는지 아직 살고있는 것인지 어렴풋이는 그리움 때문인 것 같기도 하고 그 그리움이라는 게 겨우 궁금 때문인겐가 싶어 피식거린다.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살아는 있을까 지나간 삶을 후회하지도 되돌아 가고 싶은 어느쯤의 시간도 없었는데 오랫동안 그냥 자꾸만 미안해서 여즉 버티면서 살아내는 것 아닐까 무슨 연이나 쓸모 없을텐데 미안했다는 말 한마디 고마웠다 미안하다는 그말이 왜서 이토록 하고 싶어지..
또 양치를 하다가 칫솔로 이빨을 때렸다 때린 게 아니라 세게 부딪힌거겠지만 이번엔 아예 이빨이 심하게 흔들리게 만들어버렸다. 앞니라 음식 씹기가 심하게 힘들다 오른쪽 아래위 어금니 총 6개가 없어서 임플란트를 먼저 했던 왼쪽 어금니로 씹는데 수시로 앞니를 건드려 아픔이 꽤 심하다 왜 양치를 세게 하고 빠르게 하는지 습관에서 버릇으로 완전히 자리(?) 잡았네... 음식을 소처럼 좌우로 갈면서 세게 씹는다는 것도 너무 늦게서야 알았다. 다른 사람들도 그런가? 이빨이 닳은 걸 보면 다른 사람들은 그러지 않는 것 같기도 한데... 단단하고 질긴 음식을 좋아했던 것 때문에 잇몸이 덜 뜬 것 같고 마모가 심하다 습관은 버릇이 되어버렸고 이젠 거의 중독 정도의 상태가 된 것 같다 일... 돈을 만드는 일에 둔감했고 ..
아무래도 나는 이상한 늙은이가 아닌가 싶다 늙으면 아침잠이 없다고들 하던데 나는 오히려 정반대인 것 같으니까 말이다 8시경 출발하는 아침 출근시간 전 여유롭게 움직이기 위해 6시 30분에 알람을 맞춰 두는데 언제나 한 시간에서 최소 삼십 분 전에 깨곤 하는데 문제는 아침잠이 없어서 일찍 잠이 깨는 게 아니라 밤 사이 두어 번 잠을 설치고 깼다가 다시 잠들곤 하는데 원체 잠도 옅은데다가 새벽에 깨면 다시 잠들기도 쉽지가 않은 편이라 한밤 중의 잠이 모자란지라 아침잠을 좋아하는 편이 되기 십상이다 물론 계속해서 새벽에 일찍 일어나고 밤에 일찍 잠자리에 드는 습관을 이어간다면 몸도 자연히 따라가긴 하겠지만 자정이 되기도 전에 졸리지 않은 채 잠자리에 들기가 쉽지 않다 다음날 아침의 출근을 위해 억지로 자정이 ..
평생 단 한 번 오늘밤에 딱 한 번 권력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시골마을 이장이든 작은 마을의 파출소 말단 경찰도 9급 공무원도 좋고 아주 조그만 마을의 보건소 간호사도 좋다 이런 권력이라도 있으면 막강한(?) 힘을 발휘해서 법을 이용하거나 그 권력을 이용해서 누구라도 도와주고 편 들어줄 힘이 있고 싶다. 야망따위도 없었던 평생이었지만 전혀 미련이나 후회했었던 적은 없었는데 일생 한 번쯤 마음 먹어지는대로(?) 누군가에게 하늘같은 구세주 한 번이라도 되어주고 싶다. 갑자기 내가 누군가에게 굵은 동아줄이 되고 싶은 헛된 망상을 하고 있다...
죽기 전에 볼 수 있을까? 울컥해질 따뜻한 밥상을 내가 복이 없었거나 스스로 복을 받을 노력이 부족했거나겠다 무릇 밥이라는 건 거룩한 것이 아니겠는가 정성이 가득한 따뜻한 밥상을 앞에 하면 절로 눈물이 흐르지 아니할까 평생 못 받아본 밥상 차라리 내가 그런 밥상을 차려주고 싶은데 받아먹을 친애하는 그가 없다 친애하는 그는 떠난 것일까 내가 보낸 것일까 내가 만든 나무 밥상에 나무로 깎아낸 수저에 나무를 파서 만든 그릇에다 내가 심어 키운 들풀로 만든 밥상 부지런히 가려했는데 바삐 가야지 했거늘 나란히 걷지도 않거니와 뒤따라 오지도 않는 친애하는 그대여 소풍 끝나는 날까지 그대를 그리워 하노니
그대 잘 지내는가 그때처럼 내 담벼락에 간간이 몰래 들렀다 갈 테지? 십 수년 동안 다녀갔으면 싶은 사람들을 위해 공개로 해뒀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길 바라지는 않는데 공개를 해둔 블로그이면서도 공개로 해뒀었다가 이익을(?) 본 기억은 없고 비공개였으면 괜한 오해나 억측은 당하지 않았을 것 같은 아쉬움은 남는다. 그때 수년 전 차나 한잔 하기로 했었던 게 좋은 사이로 지내던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 법했던 기회 같은 것이었지 싶은데 그대는 무슨 영유인지 곧바로 그냥 없었던 일로 하자면서 연락을 했었지? 언제나처럼 이유를 묻지도 않고 그냥 그러고 싶었나 보다 생각하고 넘어갔었다. 그런데 그대는 다시 또 무지막지만 표현으로 비난을 하더니 대뜸 "나한테 왜 그러세요?" 그랬다. 그러고는 언제나처럼 하고 싶..
한국 사회에서 유별나게 알려진 58년 개띠 한 학급 학생수가 100명이 넘어 두 반으로 나누어 오전반 오후반으로 나누어 등교하기도 했었고 교실에서 촛불 밝힌 채 빡세게 공부했는데 졸지에 뺑뺑이 돌리는 세대가 되어버렸었고 군대생활도 극도로 혼란한 때를 겪어 남들보다 더 오래 복무하고 연중 가장 더운 때 하필이면 이런 때 태어나서는 오뉴월 한창인 풀 뜯어 먹는 개처럼 살아간다 좀처럼 들여다볼 일 없었던 달력을 휴가일 챙기다가 발견한 생일 그 참 오늘이 내 생일이었네? 생일날 미역국은 고사하고 김밥에다 누룽지가 하루 종일 먹은 생일밥이었네 도대체 생일 기념 같은 건 왜 만들었을까? 태어난 날을 기념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다고... 괜스레 꿀꿀하게 만드네 할 도리만 하고서 나 스스로 멀어져 버린 가족들 사랑이며..
평생이야 그랬겠냐만 유년시절부터 늘 혼자였기에 익지도 못한 늙었음의 지금도 혼자는 별 외로움도 불편함 따위 느끼지 않는다 노랫말에 있었던가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익어가는 것이라고... 나도 조금씩 홍시처럼 익어가고 싶었는데 여전히 떫은 채 점점 늙어만 가는 것 같다. 유년시절 언제나 골목에선 왕처럼 골목대장이었지만 해 질 녘이 되면 아이들은 모두 집으로 들어가고 여전히 나만 혼자 남기만 했었다. 집집 저녁상 차리는 달그락거리는 소리들을 들으며 외로움인지 고픈 행복에 대한 목마름 같은 것도 모른 채 가득한 딱지 묶음과 구슬 가득 채운 주머니가 쳐지는 바지만 계속 추켜 올리면서 다 늙은 지금도 그러하듯 불 꺼진 아무도 없는 집으로 들어서곤 했었다. 한 십 년이나 됐을까? 같이 살았던 시간 동안 많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