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걷고 또 걷는다 본문
암울했었다.
세상사람 누구 하나 아프지 않고 힘 들지 않은 사람 뉘 있겠냐만
왜 그러지 않는가...
세상 그 어떤 상처보다 더 크고 아픈 게 내 상처일 것이라는 쓰잘데 없는 굳센 믿음...
죽을 수만 있다면 방법이 치사하고 추할 것 같아 못했거늘
나 죽고난 뒤 치사해 보이고 추해 보이는 것 따위가 무슨 대수라고 초라한 변명 삼아 아직 살고 있다.
가만히 내 이야기 들어줄 사람 하나
그러니 등 토탁여 주기는 커녕이었고
그럴 일 있고 없었던들 내 어디 손 내밀지도 못할 위인이지만
누가 있어 나에게 구원의 손길을 슬그머니 내밀어 주었으랴,
그래서...
걸었다.
걷고 또 걸었다.
막혀있는 길이 아닌
되돌아서 와야할 길이 아닌
무조건 먼 길만 찾아 걸었다.
오래도록 걷고 또 걸었다.
하루에 백릿길도 걸었었다.
내 안에서 다툼이 일어나고
자기 합리화로 무장한 채 내가 미워할 적과 싸움을 한다.
처음엔 계속 나만 이겼다.
걷고 또 걸어도 다리도 발도 아픈 줄을 몰랐다.
그러다 내 안의 내가 미워하려던 그 적에게 조금씩 지기 시작했다.
걷고 있을 땐 내 안에서 내가 일부러 미워하려던 그에게 져 주는 것인줄은 몰랐었다.
걷는다 그래서
그래서 걸었다
다둑여지고 삭여지는 건 다른 누가 대신해 줄 수도 없고
나 자신을 사랑하라는 말도 그래야만 다른 사람도 사랑할 수 있을 것이라던데
스스로도 사랑 못하고 용서도 못하겠는데
다른 사람까지 사랑할 여력은 더더군다나 없었다.
그래서 걸었다
사랑은 물론 없었으며 밥도 없이 걸었다
무작정 걸었더니 평온해졌다.
평화로워졌다...마침내...
걸을 수 있을테니 다음날이 기다려지고 나의 내일은 걸을 수 있을테니 행복하다.
행여 나를 찾다가 보이지 않으면 세상 어느 길 위에 있으리라 생각하렴...
꽤 오래 전 이 글을 썼었다.
그때 이후로 여즉 걷고 또 걷는다.
점점 더 많이 자주 걷는다.
이러다 다리 아파 죽을만큼 걷는다
걷다가 다리 아파서 죽는 경우가 있을까만 걷다가 길 위에서 사멸할 수 있다면 그건 다행이겠다 시푸다만...
살아갈 이유?
산다는 건?
왜 살아가는 것인지 여태도 모르는데 나중이라고 알 수 있으려나?
뭇사람들 말처럼 로또라도 당첨이 되면 신나서 살고 싶어질까?
이렇게 사나 저렇게 사나 아무런 이유도 모른 채 그냥 무대가리처럼 사는 것 같은데
지금 떠나나 좀 더 버티다(?)떠나나 무슨 차이가 있을까
세월이 한참 지나면 세상이 확 뒤바껴져 원할 때 떠날 수 있게 되지는 않을까...
살아낸 세월 아무리 고쳐 되돌아봐도 쓸쓸하지 읺았던 적이 없었지 싶은데
그나마 무신 생에 미련이 남아서였는지 악착같이 살아냈고 외롭지 않을라고 무척 지랄 했었지 시푸다...
'측은지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위로가 뭔지 모르는 외로움은 (0) | 2022.06.03 |
---|---|
쓰잘데기 없어진(?) 시대 (0) | 2022.05.28 |
산다는 것은 #2 (0) | 2022.03.12 |
산다는 것은 #3 (0) | 2022.03.12 |
습관 버릇 그리고 중독 (0) | 2021.10.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