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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평생 혼자라서 익숙한겐가 본문
평생이야 그랬겠냐만 유년시절부터 늘 혼자였기에
익지도 못한 늙었음의 지금도 혼자는 별 외로움도 불편함 따위 느끼지 않는다
노랫말에 있었던가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익어가는 것이라고...
나도 조금씩 홍시처럼 익어가고 싶었는데 여전히 떫은 채 점점 늙어만 가는 것 같다.
유년시절 언제나 골목에선 왕처럼 골목대장이었지만
해 질 녘이 되면 아이들은 모두 집으로 들어가고 여전히 나만 혼자 남기만 했었다.
집집 저녁상 차리는 달그락거리는 소리들을 들으며 외로움인지 고픈 행복에 대한 목마름 같은 것도 모른 채
가득한 딱지 묶음과 구슬 가득 채운 주머니가 쳐지는 바지만 계속 추켜 올리면서
다 늙은 지금도 그러하듯 불 꺼진 아무도 없는 집으로 들어서곤 했었다.
한 십 년이나 됐을까?
같이 살았던 시간 동안 많은 날 불 꺼졌던 현관을 들어서곤 했을 때 무심한 척할 수 있었던 건
어릴 적부터 단련되었던 혼자의 습관적 괜찮음 때문이었을까?
다른 이들은 혼자라서 외롭기도 하고 불편하기도 한다더라만
젊었을 적 성적인 것과 스킨십 같은 따뜻함과 그토록 만들고 싶었던
가족끼리의 행복에 대한 희망까지 다 포기한 후엔 수 십 년 혼자 살아와도 별스러울 뿐,
가엽게(?) 여기고 보호해 주고 싶은 사람이 있었으면 했던 적도 있었지만
이젠 내 한 몸 제대로 건사도 못하는 주제 같아서 그냥 언감생심 이라면서 산다.
아마도 그때 모은 딱지와 구슬을 판 동전 650원으로 샀던 하모니카를 친구 삼았던 게
지금의 날 만들었던 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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