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산다는 것은 #2 본문

측은지심

산다는 것은 #2

까미l노 2022. 3. 12. 21:21

 

집 근처 길 아래의 집 뒷마당에 365일 24시간 묶인 채 살아가는 검은 개 한 마리

개집 안에 이불은 없고 마당에 헌이불 같은 게 있는데 개는 집안으로 물어서 가져가지는 못하는 것인지

많이 추운 날엔 바깥의 이불에 잔뜩 몸을 웅크린 채 버티고 있었다.

 

저렇게 마냥 묶은 채 키우는 이유가 무얼까?

언젠가 지나가다가 고기 몇점을 던져줬는데 그 후로 밖에 있다가 내가 지나가면

그저 반갑게 꼬리를 흔들며 또 먹을 걸 주겠지 싶은지 애타게 쳐다본다. 

 

다른 사람들은 앞만 바라보고 그냥 지나쳐서 그럴까?

내 발자국 소리나 냄새를 아는 것인지 줄 게 없을 땐 애가 타서 멀리 돌아서 지나친다.

 

고깃집을 하는 아는 선배가 김치찌개 해먹으라고 주는 돼지고기 몇봉지도 죄다 삶아서 저녀석 몫이었다.

나는 고기를 먹기는 하지만 채식이 더 편한지라 잘 먹는 녀석이 예쁘기만 하다.

최근 돼지고기 덩어리 몇개랄 반려견 간식 오리고기 훈제를 한봉지 샀다.

 

좋아할 녀석을 생각하니 흐뭇하긴 한데 

산다는 건

살아간다는 것

살아야 하는 이유는

저녀석도 지가 선택한 건 없이 태어나졌을텐데

요즘 개팔자 상팔자는 고사하고 저렇게 살아가야 한다는 게

나라고 뭐 별 수 있게 살기나 하냐만 그나마 선택권이라도 가진 나보다 참 불쌍하다.

 

데리고 가서 키우면 어떠냐던 선배 왈~

난 조류든 물고기든 어떤 종류라도 살아있는 생물을 가두거나 묶어야 한다거나 하는 건 질색이다

타인을 위해 목줄이라도 해야한다면 자주 바깥 구경도 시켜주고

인간 편하자고(사료만 먹으면 수명은 길어질 수도 있다더라만)사료만 먹이지말고

동물에게도 좋아할 먹이도 좀 먹게 하면 좋겠다.

 

작금의 시대상의 환경이 그렇기는 하다고 하더라도

동물은 자연에서 마음껏 살게해야 된다.

동물원도 인간들이 눈요기 할려고 만든 오만이다(연구도 아닌 종 보존이라는 건 지랄)

 

사료만 먹으면서 묶여 살아가는 동네 대형 개 한마리 때문에 요즘 나는 최대 오지랍이다...

'측은지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쓰잘데기 없어진(?) 시대  (0) 2022.05.28
걷고 또 걷는다  (0) 2022.05.24
산다는 것은 #3  (0) 2022.03.12
습관 버릇 그리고 중독  (0) 2021.10.30
나는 이상하다  (0) 2021.1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