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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하필 이런 때 태어나서는 본문
한국 사회에서 유별나게 알려진 58년 개띠
한 학급 학생수가 100명이 넘어 두 반으로 나누어
오전반 오후반으로 나누어 등교하기도 했었고
교실에서 촛불 밝힌 채 빡세게 공부했는데 졸지에 뺑뺑이 돌리는 세대가 되어버렸었고
군대생활도 극도로 혼란한 때를 겪어 남들보다 더 오래 복무하고
연중 가장 더운 때
하필이면 이런 때 태어나서는 오뉴월 한창인 풀 뜯어 먹는 개처럼 살아간다
좀처럼 들여다볼 일 없었던 달력을 휴가일 챙기다가 발견한 생일
그 참
오늘이 내 생일이었네?
생일날 미역국은 고사하고 김밥에다 누룽지가 하루 종일 먹은 생일밥이었네
도대체 생일 기념 같은 건 왜 만들었을까?
태어난 날을 기념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다고...
괜스레 꿀꿀하게 만드네
할 도리만 하고서 나 스스로 멀어져 버린 가족들
사랑이며 화목조차 없을 바에야 무슨 가족이랴
사랑해 주지도 않을 거면서 태어나게 만들긴 왜 태어나게 해서는...
사랑받지 못했던 부모였지만 마지막까지 할 도리는 했었기에
별스런 그리움 같은 건 남아있지도 않고 장남 차남 따위 따지지 않기에
효도까지야 못했지만 얼마간 모든 봉양도 집안 행사며 제사도 혼자 다 했었기에 후회도 없다.
괜스레 생일이랍시고 가슴에 아무것 남지 않은 가족들이 미워지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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