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측은지심 (492)
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어저께 많이 내린 눈 내가 걸어간 발자욱이 오늘까지 선명하게 찍혀져 남아 있다. 니는 지금 어디쯤 가고 있는거니? 표면 아래는 얼어 있고 위쪽은 햇살을 받아 푸설푸설하다. 문득 발자국을 보노라니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일은 걷는 것이고 내가 가장 잘 해낼 수 있는 일도 걷는 일인 것..
부드럽게 안고 가만가만 씹고 천천히 활동하고 조그맣게 움직여라... 언제부터였을까? 이빨이며 입 안 손가락 마디마디 종아리에 온통 상채기 투성이다. 모든 것을 반대로(?) 하기로 작정이나 했었던 것처럼 이빨에 탈이 생기기 시작한 게 한참이고 입술 아물기도 전에 또 58년 개에게(?) ..
밥을 앉혀뒀는데 전화가 온다. 리조트에서 같이 근무하던 젊은 친구가 술병 때문에 황달에 걸려 입원을 했었다가 퇴원 했다고 문병 와줘서 고맙기도 하고 리조트 이야기도 의논할 겸 저녁이나 같이 하잔다. 하던 밥이라 할 수 없이 가스불을 최대한 더 낮춰놓고 나갔다가 왔다. 한 시간 ..
'무작지작' 이용한의 책 '은밀한 여행에' 나오는 말이다. 꾸미지 않아도 저절로 꾸며진다는 뜻이란다. 그는 차를 몰아 여행을 주로 하기는 하지만 포장 되지 않은 덜커덩 거리는 신작로 같은 옛길을 찾아다니고 나처럼 나날이 발전하는 현대적인 문명을 싫어해서 사라져 가는 옛 것들을 ..
고구마밥 노란 황토 고구마를 쌀 위에 얹어 밥을 해봤다. 얼추 십여 년쯤 전 재혼을 약속하고 그녀의 집까지 가서 인사까지 했었고 아이들도 찬성하는 동거 비슷한 걸 했었던 기억 그녀에게는 초등 6학년 고등학교 2학년 된 딸이 둘 있었고 철이 없는 편이라(?) 모든 음식거리가 시골 부모..
오늘은 실험 삼아 재료를 조금 달리 해보았다. 소금 대신 간을 맞누던 멸치를 20마리 정도 넣고 벌꿀 약간 늘 하던대로 살짝 데친 두부와 브로콜리 햄 호두 아몬드와 적양배추 부추 단호박과 그리고 삶은 황토고구마를 넣어봤다. 낼 점심 떄 먹어보고 괜찮으면 계속 삶은 고구마를 넣..
사람의 몸뚱아리 가운데 어느 한군데 소중하지 아니한 것이 있으랴만 더 귀하고 덜함이나 고생을 더 하고 덜함을 말하려는 게 아닌 그저 그냥 맨날 고생을 많이 시키는 것 같아서인데 맛있는 고기나 좋은 것 안 먹어서 미안한 묵구멍에게도 위도 간도 여러 창자에게도 미안하지만 맛있고..
도시락에 들어갈 채소가 어째 손만 잡고 잘께 부터 옷은 벗고 자자로 시작해서 만지기만 할께로 옛적 애인의 속옷을 어르고 달랜 실랑이 끝에 간신히 벗기게 되던 때가 생각나게 색깔이 먹기조차 아깝게 참 곱다... 대개의 남자들이 그러하듯 나 역시 쇼핑에는 관심이 없다만 유일하게 아..
전혀 연관지어지는 것도 없는 채 까맣게 잊고 살았다. 잊혀진 것처럼 하고 살았겠지만... 하도 오래 전이라고 변명하고 어쩔 수 없었다 라고 변명하고 차라리 잘 된 일이었다고 변명하고 잘 살아가겠지 라며 애써 자위하며 합리화 하며 추한 변명으로 겨우겨우 내 팔이니 쉽게도 내 안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