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드레퓌스의 벤치 (843)
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적막이 오솔길에 고요히 가라앉는 시간, 내 가슴의 외로운 발자국 소리 듣는다. 무수한 침묵은 애정(愛情)어린 따사로운 나무마다 걸려있고, 남 몰래 바위에 맑게 스미는 샘물은 꼭 너의 눈물을 닮았다. 가을 어느 날, 너의 호흡은 천천히 내뿜는 낙엽의 향기, 그윽한 너의 입김으로 향기로운 숲은 쓸쓸..
혼자와의 싸움은 언제쯤이면 끝날까? 조용한 시간이면 더 아려오는 아픔을 삭히려 하면 더 흔들리는 가슴이다 시계 초침소리가 머리를 콕콕 질러대고 적막한 공기가 싫어 먼 산을 바라보면 앙상한 나뭇가지가 삭풍에 흔들리고 있다 어둠이 내리는 시간 가슴에 치미는 통증으로 채워지지 않는 가슴이 ..
가슴에 묻어본 적이 있는가 / 박만엽 자기가 진정으로 애타게 사랑하던 것을 잃어본 적이 있는가 터질 것 같은 가슴을 움켜쥐고 슬픔에 북받쳐 진종일 울어본 적이 있는가 죽은 者의 영혼은 하늘에 묻어버리고 그 육체적 고통은 땅에 묻어버리면 되지만 살아남은 者의 뼛속으로 스며드는..
빛바래 남루한 내 가슴엔 까맣게 타들어 간 길이 있고 아픔의 자갈 무성한 길이 있고 ... 세상이 차갑게 곤두박힌 등성이 너머 내 발걸음 닿지 못하는 곳엔 꿈 같은 그대가 있어 내 길은 끊어질 듯 이어지고 눈물가에 닿은 밤처럼 이어지고 그러나 한 치 앞을 모르는 상처에 발걸음은 헝클..
하늘 사이에 부끄럽다는 듯이 나뭇가지들이 끼여 들어 하늘이 더 크게 보인다 가까이 느껴 봤으면 좋겠는데 무척이나 멀게 느껴져 허전하다 멀게 느껴져서 허전한 하늘 사이에 눈을 마주치면 바로 눈물이 흐를 것 같은 얼굴을 그려본다 행복하다 이렇게 그려보는 것 만으로도 나는 또 한번 사랑을 느..
그대는 오지 않았다 사랑이 깊을수록 상처도 깊어 그리움 짙푸른 여름 한나절 눈부시게 표백되는 시간 가로질러 세상에서 가장 쓸쓸한 음악으로 멀어지는 강물소리...
강물 / 정호승 그대로 두어라 흐르는 것이 물이다. 사람의 용서도 용서함도 구하지 말고 청춘도 청춘의 돌무덤도 돌아보지 말고 그대로 두어라 흐르는 것이 길이다. 흐느끼는 푸른 댓잎 하나 날카로운 붉은 난초잎 하나 강의 중심을 향해 흘러가면 그 뿐 그동안 강물을 가로막고 있었던 것은 강물이 아..
저물어 그리워지는 것들 / 이기철 나는 이 세상을 수 없이 사랑하고 수 없이 미워했다 누군들 헌 옷이 된 생을 다림질하고 싶지 않은 사람 있으랴 유독 나한테만 칭얼대는 생 돌멩이는 더 작아지고 싶어서 몸을 구르고 새들은 나뭇잎의 건반을 두드리며 귀소한다 오늘도 나는 내가 데리고 가야 할 하루..
별 /이만섭 내가 너를 그리워 할 때면 별로 뜨거나 별로 지는 밤하늘이 왜 이토록 가슴이 아픈지 아슴한 어둠의 골짜기 이녁의 집에 갇혀서도 너를 생각하면 나는 한없이 눈물난다 나의 그런 밤이면 절름거리는 아픔으로 뛰쳐나가 툇마루 끝에서 안간힘으로 발등을 올려 밤하늘을 바라보며 내 마음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