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가을 어느 날 / 안희선 본문

드레퓌스의 벤치

가을 어느 날 / 안희선

까미l노 2009. 4. 15. 01:12

적막이 오솔길에 고요히 가라앉는 시간,
내 가슴의 외로운 발자국 소리 듣는다.

무수한 침묵은 애정(愛情)어린
따사로운 나무마다 걸려있고,
남 몰래 바위에 맑게 스미는 샘물은
꼭 너의 눈물을 닮았다.

가을 어느 날, 너의 호흡은
천천히 내뿜는 낙엽의 향기,

그윽한 너의 입김으로 향기로운 숲은
쓸쓸히 돌아서는 내 발걸음 막고,
세월이 가라앉은 골짜기 만들어
나를 품는데,

어디선가 솔방울 하나 떨어지며
사랑이 사랑을 기억했던,
깊은 음향(音響)으로
정적을 깬다.

가을 어느 날, 너의 호흡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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