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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저물어 그리워지는 것들 / 이기철 본문
저물어 그리워지는 것들 / 이기철 나는 이 세상을 수 없이 사랑하고 수 없이 미워했다 누군들 헌 옷이 된 생을 다림질하고 싶지 않은 사람 있으랴 유독 나한테만 칭얼대는 생 돌멩이는 더 작아지고 싶어서 몸을 구르고 새들은 나뭇잎의 건반을 두드리며 귀소한다 오늘도 나는 내가 데리고 가야 할 하루를 세수시키고 햇볕에 잘 말린 옷을 갈아입힌다 어둠이 나무 그림자를 끌고 산 뒤로 사라질 때 저녁 밥 짓는 사람의 맨발이 아름답다 개울물이 필통 여는 소리를 내면 갑자기 부엌들이 소란해진다 나는 저녁만큼 어두워져서는 안 된다 남은 날 나는 또 한 번 세상을 미워할는지 아니면 어제보다 더 사랑할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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