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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무슨 영화나 소설에도 나오던 말 진정으로 아끼는 사람에게는 어떤 이유든 조건같은 것 없이 원하는대로 다 해준다는 것 정말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는 목숨을 버리기도 한다는 것 사랑하기에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스스로가 떠나거나 떠남을 이해하는 것 젊어 한창 때 까지는 그말이 싫었다 어떻게 죽을만큼 사랑하는데 떠나겠으며 떠나 보낸단 말인가...라고 하기사 사랑도 이별도 여러번 했던 사람이 무슨 자격이야 있겠냐만 죽기까지 일생 단 한 번 오직 한 사람만 사랑했던 사람이라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 다 늙은 할배가 무슨 사랑타령 하려는 건 아니다만 돌이켜보니 빵 없이도 살 수 있다는 게 사랑이라고 항변 아닌 항변같은 걸 했었는데 비록 여러번 사랑을 했었기에 자격 없는 건지는 모르겠다만... 어느날 전혀 짐작조차 ..
시거든 떫지는 말아야 할텐데 내가 더도 덜도 아닌 딱 그짝이다 자연인들처럼 산 속으로 가고 싶었다 오래 전부터 그래왔었다 갈 수 없을 이유 같은 건 원래부터도 없었는데 그런데 지금도 가지 않고 있다. 성격이 성향이 까탈스럽기 때문이다. 북망산에 이유 없고 핑계 없는 죽음 없다더니 스스로 온갖 핑계거리를 만들어서 미루고 살았다 돈이 모자라서 땅이 없어서 겨울이라서 땅뙈기 서너 평 살 수 있었을 땐 가고 싶지가 않아서 안 갔었던 것일까 가장 까탈스럽게 발목을 잡은 핑계거리가 화장실이네 늙어가면서 점점 씻는 것에 대한 까칠함이 도를 넘는 것 같다 유년시절의 기억이 생생하다 손이 얼고 터져 땟국물이 줄줄 흐르고 얼굴엔 버짐이 군데군데 연탄불 위에 세숫대야 데워 씻어야 하는 게 왜 그리도 싫었을까 지금의 내 생활..
조금싹 변해가는 모습들 처음의 열정이 식고 관심이 줄어들고 고마움이 일상이 되고 눈빛과 말투가 심드렁해지고 아름답게 보이던 것들이 시시해져버리는 결코 처음처럼 한결같을 수 없는 변하기 마련인 그것 친구 하나를 또 잃었다 삶에 시달려 놓쳐버린 그녀의 아리땁던 모습을 떠올린다 그애가 반했던 에전의 내 모습도 사라졌다 슬프지만 이것이 현실이다 아마도 좀 더 시간이 흐르면 사랑했던 사실마저 잊게되리라 동무였거나 정인이었거나 잠시 함께 길을 걸을 뿐인데 보내는 일에 익숙해져야 한다 인연이 다했으려니 할일이다 나도 잘 아는 친구라는데 그렇구나... 더러 짐작가는사람들을 떠올려 보다가 예전 갑작스럽게 떠났던 아는 사람들의 면면처럼 삶이 그러하듯 미쳐 상상조차 못했던 이름일까봐 차마 더 묻지 않았다. 아주 잠시나마 행..
이별... 한 사람은 떠나고 한 사람은 남겨지고... 그래, 까이꺼 어차피인걸 차라리 더 낫다 싶기도 하다 이토록이나 빠르게 흐르는 시간 말이야, 지난 글 가끔 되돌아 읽어보니 잊고 있었던 사람들의 글이 보인다. 어떤 게 나은 것일까 라는 물음은 참으로 우매할 수도 있겠다만 기억에 남는 사람 잊혀진 사람 떠나는 사람 남겨진 사람 초등학교 동창회에서 가끔 오는 소식 또 누군가 친구 한사람이 떠나는 모양이다. 병원에 입원 중이니까 아프다 떠나는 게 맞을테고 고통도 있었을게다 더 살고 싶어하지 않을 사람 뉘 있을까만 더러 이제는 그만 편안하게(?)떠나고 싶어할 사람도 있다던데 어쩔 수 없어서이든 선택의 폭이 조금의 여유가 남았다손 과연 그 친구는 남은 시간을 알게 되었을 때 다소나마 마음의 평안을 가지게 되었..
친하게 지내는 지인에게서 이런 말을 들었다. 내가 십 여년 전부터 개인 블로그를 하는데 가끔 내 블로그에 들러 글을 읽어보곤 한다. 최근 만나서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핀잔인 듯 충고인 듯한 말을 해준다. 그런 글을 쓰면 여자들이 싫어한다고... 말의 진의를 모를 리가 있겠는가 별 다른 대꾸를 안 하고 있으니까 지금도 여자를 만날 수도 있는데 그런 식으로 글을 써 놓으면 보통의 여자들은 관심을 멀리하지 않겠느냐고... 이 나이에 내 주제에 무슨 또 다시 여자를 만나겠냐고 내 한몸조차 제대로 건사를 못하는데 누구 다른 사람을 만나 보호를 할 수 있느냐고 하소연 같은 대꾸 아닌 대꾸를 했었다. 그 지인이 그래도 아직은 포기하지 않아야 한다는 말로 끝을 맺더라만 나는 다시 또 사람을 만나는 것에 대해 포기를 하..
신박한 게 아니라 신기하다고나 해야겠다. 다시 제주도로 가기로 작정하고서는 비움을 시작했다. 거창한 비우기 내려놓기가 아니라 조금이라도 이사비용을 줄일려고 시작했는데 혼자 사는 늙은이의 살림살이에 뭐가 이렇게 버려야할 물건들이 많았는지... 백 여가지를 중고시장에다 마구 팔았다. 침대며 냉장고며 등산용품 책가지 등등을 다 정리하는데도 아직도 꽤 남았다. 최소한의 옷가지와 신발 코펠 두개 수저 일습만 남기고 다 없애야겠다. 그야말로 이젠 홀가분하게 살아야겠다.
단 한 번도 글쟁이가 되고 싶거나 작가라도 되어 다른 사람들에게 읽혀 호응을 얻으리라는 생각조차도 해보지 않았다. 물론 내 담벼락이니까 누가 읽든 말든 그냥 열어두었기에 내 마음 가는대로 마구잡이로 글을 쓰기에 혹여 읽은 사람 누구라도 있어서 이상한 평이나 험담만 않으면 별무 상관이다. 인터넷을 실명제로 했으면 좋다는 생각인지라 남의 글을 읽고서 함부로 뭐라 그럴거라면 본인도 실명을 드러내고서 해야 된다는 게 내 생각이다. 블로그라고 십 여년간 이곳에다 이저런 글을 낙서처럼 떄론 일기처럼 끄적이는데 어떤 땐 비공개로 다 닫아버렸다가 또 이렇게 그냥 열어두곤 한다. 누가 읽어본 들 뭐 어떠랴 숨길 게 뭐 있다고 그러랴 싶어서이다. 이곳에다 글을 쓰면서 별 좋은 기억은 없었다. 예전에 사귀던 사람이 우연찮게..
이승환 작가의 책 제목이 '거친 밥 한 그릇이면 족하지 않은가' 라는 게 있다. 분식집 같은 곳 또는 허름한 듯 조그만 식당 구석 한 켠 등 돌린 채 허겁지겁 밥을 먹는 사내 하나 혼자 사는 사람들이 많아진 요즘 다소 괜찮아지긴 했다지만 여전히 혼자 사먹는 밥은 괜시리 주인에게 미안한 것 같고 다른 여럿이서 먹는 사람들의 눈치를 살피게도 된다. 나 역시 한평생을(^^) 혼자 사먹는 밥이 많았기에 식당엘 가면 구석진 자리를 찾게 되거나 일부러 식사시간이 끝날 무렵에 가곤 한다. 한 번 갔던 식당이 혼자 가도 덜 미안하다 싶은 곳이면 계속 가게 되고... 떄론 먹고 싶거나 떙기는 음식이 있다손 가격이나 맛은 둘 쨰로 칠 수 밖에... 오늘 마트에서 김치를 샀다. 재래시장이 없는 곳이라 좀처럼 김치를 사먹지 ..
한새벽불을끄고살며시몸을눕혀가슴에두손을올리고두눈을뜬채가만히어두워진천장을응시한다 오른손은배위에왼손은가슴에다두고죽은자의모습처럼반듯이누워자는습관을평생해왔었는데언 제부터였을까뒤척이며가는꿈을꾸고선잠에서깨기를반복하면서방금꾼꿈속에서조이건꿈일것이 다라는걸자각하곤이내꿈속에서빠져나와버리게된다가끔은그꿈이좋아다시꾸고싶어잠을청하면 서깬그꿈을이어갈려고한다기억속의사람이나타났을때인데설핏든잠속에서이어서꾸게되는꿈은 마치개꿈처럼뒤죽박죽이되어깬아침이되면도무지제대로의이야기도기억도되질않는다마치여러 사람들이이어서쓰게되는릴레이소설처럼되어져버린다완벽한컨디션으로하루를보낼수있는날이 점점줄어드는것을체감한다사소한이상징후같은몸상태가늙어감을알리는것같다잇몸에작은탈이 나거나속이쓰리거나손가락의상처같은일들로며칠고생하는데언제나처럼마인드콘트롤을총동원 하고조심을하여꽤큰탈이..
비 내린다 가방을 들쳐 메고 신발끈을 단단히 동여 메고 집안을 둘러본다 베란다 쇠고리를 잠그고 가스밸브를 내렸던가 다시 한번 더 확인하고 전기 스위치는 껐는지 오랫동안 돌아오지 않을 것처럼 단속을 한다 나는 까탈스러운 사람인가 집을 나서니 살아있음이 괜시리 다행스러워진다 마른 수목에 생기돌 듯 잠 시맞는 비 머리와 어깨에 떨어지니 나도 덩달아 생기가 도는 듯 하다 싫어서도 애써 바쁘게 살지않는 삶 오랜시간 아무도 물어오지않는 안부 걸어본 지 오래라 기억하던 전화번호도 점점 없어진다 새가슴같은 내속에 풍덩 빠져버릴 듯 설쳐대던 묘한 바람조차 잦아든 듯하니 차라리 나조차도 다행스럽다 정말로 허황스러운 몸짓일랑 털어내고 웃으면서 오래 같이 살고싶다고 말 할 사람은 비떨 어지는 강물속으로 걸어가버렸던가 무릎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