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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은지심

핀잔인 듯 충고인 듯

까미l노 2021. 1. 17. 13:54

친하게 지내는 지인에게서 이런 말을 들었다.

내가 십 여년 전부터 개인 블로그를 하는데

가끔 내 블로그에 들러 글을 읽어보곤 한다.

 

최근 만나서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핀잔인 듯 충고인 듯한 말을 해준다.

그런 글을 쓰면 여자들이 싫어한다고...

 

말의 진의를 모를 리가 있겠는가

별 다른 대꾸를 안 하고 있으니까 지금도 여자를 만날 수도 있는데

그런 식으로 글을 써 놓으면 보통의 여자들은 관심을 멀리하지 않겠느냐고...

 

이 나이에 내 주제에 무슨 또 다시 여자를 만나겠냐고

내 한몸조차 제대로 건사를 못하는데 누구 다른 사람을 만나 보호를 할 수 있느냐고

하소연 같은 대꾸 아닌 대꾸를 했었다.

 

그 지인이 그래도 아직은 포기하지 않아야 한다는 말로 끝을 맺더라만

나는 다시 또 사람을 만나는 것에 대해 포기를 하고 사는 것일까

아니면 마음 한켠에 아직도 자그마한 미련을 가진 것일까

 

잘 하지도 못했었고 내 잘못도 꽤 많았었다고 

온전히 탓을 내 책임으로 가지고 살아가려는데

예전에도 그랬지만 여전히 사람을 만나 함께 하게 되다면

전적으로 보호하고 책임질 수 있어야 하는 것으로 믿는다

 

지금 사는 꼴이 이러니 어떻게 다시 또 누굴 만나겠는가...

 

혼자 살면

누구에게도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니 홀가분하다 

혼자 사노라면

당연히 쓸쓸하고 외로움을 극복 못한다면 외로움 자체를 즐기기라도 해야 한다.

 

내가 블로그에 글을 마구잡이로 함부로(?) 쓰는 이유는

누가 읽든 말든 험담을 하든 말든 노출보다는 숨기는 게 더 나을 것 같은 내용이든

 

그냥 그냥

페이스북이든 트위트같은 팔로우를 하면서 서로 소통이 아닌

일방 통행을 해도 아무런 제약이나 무리가 없는 내 일기장 같고 낙서장 같은

나만의 담벼락이니까 그야말로 마음 풀어헤쳐 편하게 쓰는 곳이다.

 

어떤 날엔 수십명이 들어와 댓글을 달고

어떨 땐 수일이 지나도 아무도 들어왔던 흔적이 없다.

 

아직은 블로그 댓글에 험담이나 악플은 없었다만

그러거나 말거나 여전히 난 일방통행으로 내 글을 쓴다.

 

50대 초반에 쓴 글을 읽어보니 쑥스러울 법한 내용들도 있다.

그래도 삭제는 안 하고 그냥 둔다.

많은 사람들이 이미 읽어봤을텐데 지운다고 뭐가 달라지랴 싶어서이다.

 

언젠가는 저절로 다 지워지고 없어질테니까 굳이

글을 되돌아볼 필요는 못 느끼기도 한다.

 

말은 뱉었다가 경우에 따라 주워담을 수도 있다.

스스로가 그런 말을 안 했다 라고 발뺌하기도 하고...

 

하지만 글이란 영원히 남을 수가 있다...

내 불로그엔 근 십 수년 전부터 실명과 어지간한 내 실체가 다 보여진다.

 

그런 불로그에 오늘도 난 글을 쓰고 있다.

내 모습을 있는 그대로 적나라하게

부끄러울 수도 있고

초라해 보일 수도 있고

혹여라도 잠시나마 관심을 가질 법 했던 누군가가 읽은 후 정나미 떨어질지도 모를 그런 글들도...

 

비밀이 전혀 없는 사람은 아니겠지만 불로그는 내 일기장 같은 곳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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