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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발끝으로 은밀한 생의 봉인을 뜯을 수 있을까 ... 강바람에 내 전부를 나부끼며 그냥 걸었다. 나는 아직도 패배자의 고뇌로 부터 벗어나지 못해 숙여진 내 머리에 꽂힌 기를 뽑지 못하고 부끄러움에서조차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이 길이 끝날까봐 조심조심 아끼며 걸었다.... 밤 사이 등에 얹혀진 등..
아무것도 바라는 것이 없고 아무것도 기다리지 않고 아무것도 궁금하지 않다,는 그녀 터좋은 산허리에 자리잡은 집에 아들과 산다, 하던 그녀 세상과 더이상 속삭이지 않아요, 라던 그녀 시간도 흐르고 구름도 흘러가니 '존재'가 더이상 무겁지 않음을 알게 되는 생의 이면 '다음 생엔 생..
비 온다.... 내가 먼지처럼 사라질 장소라도 찾으러 갔는줄 아는지 멀리 친구가 안타까운 손짓을 보낸다. 나 그냥 내버려 두라 그랬는데 좋은 구경 하고 반갑게 돌아오라는 말에 기대어 숨 쉴 곳 찾으러 간다 그랬다. 어디냐고... 지금 갈테니 기다리란다 쉬 찾을 수 없을거라고 한곳에 머물지 않을거라..
마지막 입고 갈 수의에는 주머니가 없다라는 말... 그렇구나. 수의에는 주머니가 없었구나... 주머니도 없는 옷에 무어 넣고갈 게 있을라고 아등바등 거리느냐는 말 누구나 삶을 다 한 후에 옷 한 벌 건지고 간다는데 나는 수의조차 필요없지 않느냐... 사소한 것에도 목숨은 걸고 살 지언..
이제 모든 것이 엉망이 되어버렸는데 나는 잠에서 꿈을 꾸다 깨어났습니다. 이 시점에야 처음으로 당신 꿈을 꾸었습니다. 하얀 셔츠를 입고 나를 놀리는 꿈, 꿈에서야 비로서 당신 옷깃을 부여잡고 우는 장면 내 꾀에 내가 넘어갔다고나 할까, 가랑비에 옷젖던 나는 아니라고 하면서 당신..
전화가 왔다 또... 그다지 반갑거나 기다린 전화는 아니지만 고마운 사람이라고 믿는다. 그나마 찾아주는 심성 착한 사람이라서 미안한 마음이다. 흔히들 속되게 하는 표현 가운데 연줄이라는 말 인덕이라는 말을 한다. 나도 그런 푸념 섞인 하소연을 지인들 앞에서 두어 번 했었던 기억인데 재수 없는..
잘 사시오, 그냥 잘...이라는 인삿말 외에 마땅한 다른 표현이 생각나지 않습니다, 화도 분노도 다 삭였고 오해인지 강한 개성 탓이었는지 지금에 와서야 그딴 게 무슨 소용에 닿겠습니까? 그냥 길 가다 만난 사람... 이렇게 마음 덜 상한 채 아니 상처라면 상처같이 앉은 부스럼 딱지 같은 기분 그나마 ..
“연애 카운슬러이면서 자신은 연애를 하지 않는 이유는?” 내 대답은 간단했다. “가끔은 지겨운 연애보다 토요일의 낮잠이 더 달콤할 때가 있다. ” 많은 사람들이 ‘연애는 짜릿한 것이며, 홀로 되는 것은 처량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물론 동의한다. 그러나 때로 연애는 족쇄처럼 느..
이 남자와 나는 무슨 관계일까 / 김지룡 6년 전 일본에서 살 때의 일이다. 재일교포 여성을 사귄 적이 있다. 그녀는 나보다 두 살 많았다. 우리 두 사람은 한일 관계를 공부하는 모임에서 만났다. 공부하는 모임이라고는 하지만, 실제로는 토론은 한 시간 정도 하고 술은 서너 시간 마시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