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턱 없이 막막해지는 날 본문
어제는
종일 가는 비가 내렸습니다.
밤새 등고선을 따라 마지막 발악하는 꽃들을 북상시키고
아침녘부터 길고 사나운 바람 앞에 앉아
한잔 해장에 그만 며칠 앓아 눕고 싶어집니다.
괜시리 다 떠나버린 도화와 매화의 환영이 눈에 어른거리고
무심히 철 잃어버린 이화랑 자두꽃만
나를 몽유병자처럼 헤매이게 합니다.
그때 내가 당신에게 뜬금 없이 이런 말을 했을겝니다.
이렇게 가는비 내리는 날이면
당신과 살 닿이며 잠들고 싶다고...
살기 위해 악다구니를 쓰진 않았지만
까닭모를 절망이 목까지 차올라
남루하고 힘든 하루였습니다.
턱없이 막막해져서
술을 마시고 혼자 돌아온 새벽입니다.
내 삶이란게 늘 이 모양인지요
아무런 원인 제공을 한 일이 없는데도
묵묵히 견뎌내야 하는 지랄같은 인내심...
겨우 초보적인 수준의 이해에 불과하면서도
이게 배려가 맞는건지 나는 에둘러서 이렇게 말합니다.
"그런데 우린 무슨 관계입니까?"
누가 그럽디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는 화분을 키우듯이 키워가는 것이라고...
사람 관계야말로 인위적인 힘을 허락치 않는 것 같습니다.
며칠을 잠에 대한 리듬을 잃어버리고 지냈었습니다.
육신의 고통이라도 달게 느끼고파
갸날픈 몸뚱아리에 버거운 무거운 걸망만 이고 지고
우중의 산을 헤매이다 내려온 날이었습니다....
절 마당에 서서도 법당 마루에 엎어져서도 제 할 일을 잊은 듯
마룻바닥의 구멍 속만 내려다 본 채..
예배당 바닥에 꿇어 앉아 두손 모아본들 기도 한 마디 할 수 없는...
아직도 온갖 하찮은 짓을 마다않으며
하루종일 또 애꿎은 몸이라도 학대하고 싶어집니다.
불현듯 사라진 내 몸의 무게는
어디에서 찾아야 할 것인지 당신 대답이 아니라
내 대답을 내가 잘 모르겠습니다.
사람이 사람을 끝없이 속절 없고 덧 없게 하는 것 같습니다.
아직도 흐린 하늘 오늘도 어디론가 숨어버리고 싶은 그런 날 입니다.
괜시리 몸도 마음도 늘 아파하는 그 친구가 보고시퍼집니다...
慕山請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