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드레퓌스의 벤치 (843)
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아직 가지 않은 길 고은 이제 다 왔다고 말하지 말자 천리 만리였건만 그동안 걸어온 길보다 더 멀리 가야 할 길이 있다 행여 날 저물어 하룻밤 잠든 짐승으로 새우고 나면 더 멀리 가야 할 길이 있다 그동안의 친구였던 외로움일지라도 어찌 그것이 외로움뿐이였으랴 그것이야말로 세상..
내 가슴에 살고 있는 물방울들이 점점 자라나 분가를 한다 누구는 머리를 풀어헤쳐 떠나고 누구는 벙어리 눈망울 누구는 욕설과 저주 누구는 지상에 안착하기 위해 발버둥치는 주정뱅이 누구는 날선 면도칼 누구는 한숨뿐 내 눈에서 그리 방울방울 떠나간다 갖가지 모습으로 내 안에 살..
살고 있는 물방울들이 점점 자라나 분가를 한다 누구는 머리를 풀어헤쳐 떠나고 누구는 벙어리 눈망울 누구는 욕설과 저주 누구는 지상에 안착하기 위해 발버둥치는 주정뱅이 누구는 날선 면도칼 누구는 한숨뿐 내 눈에서 그리 방울방울 떠나간다 갖가지 모습으로 내 안에 살고 있는 것..
떠돌고 떠돌다가 여기까지 왔는데요 저문 등명 바다 어찌 이리 순한지 솔밭 앞에 들어온 물결들은 솔방울 떨어지는 소리까지 솔방울 속에 앉아있는 민박집 밥 끓는 소리까지 다 들려주는데요 그 소리 끊어진 자리에서 새파란,귀가 새파란 적막을 안고 초승달이 돋았는데요 막버스가 왔..
성산포에서는 교장도 바다를 보고 지서장도 바다를 본다 부엌으로 들어온 바다가 아내랑 나갔는데 냉큼 돌아오지 않는다 다락문을 열고 먹을 것을 찾다가도 손이 풍덩 바다에 빠진다 성산포에서는 한 마리의 소도 빼�지 않고 바다를 본다 한 마리의 들쥐가 구멍을 빠져나와 다시 구..
글-- 오광수 한번은 보고 싶습니다. 먼발치에서라도 보고 싶습니다. 사는 모습이 궁금해서 그런 게 아닙니다. 내 가슴속에 그려진 모습 그대로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을 보고 싶기 때문입니다. 이제 와서 아는 척 해서 무얼 합니까? 이제 와서 안부를 물어봐야 무얼 합니까? 어떤 말로도 이..
마종기 내가 죽어서 물이 된다는 것을 생각하면 가끔 쓸쓸해 집니다 산골짝 도랑물에 섞여 흘러내릴 때 그 작은 물소리를 들으면서 누가 내 목소리를 알아들을까요 냇물에 섞인 나는 흐르면서 또 흐르면서, 생전에 지은 죄를 조금씩 씻어내고, 외로웠던 저녁, 슬펐던 영혼들을 한 개씩 씻..
'춤' ---오리아 마운틴 드리머-- 나는 당신에게 초대장을 보냈다. 내 손바닥에 삶의 불꽃으로 쓴 초대장을. 내게 보여 달라. 아픔 속 아픔으로 나선형을 그리며 떨어지면서도 당신이 당신의 가장 깊은 바람을 어떻게 따르고 있는가를. 그러면 내가 날마다 어떻게 내면에 가닿고, 또한 바깥..
'꽃장례 지내는 나를 어리석다 웃지만 다음날 내가 죽으면 그 누가 묻어줄까 봄이 가고 꽃이 지는 무렵이 나이 어린 소년 소녀 늙어죽는 그때이리라 언제든 봄이 가고 홍안이 늙으면 꽃도 지고 사람도 가고 말 것을. '홍루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