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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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레퓌스의 벤치

물빛

까미l노 2007. 11. 23. 20:00

마종기

 

 

 

    내가 죽어서 물이 된다는 것을 생각하면
    가끔 쓸쓸해 집니다


    산골짝 도랑물에 섞여 흘러내릴 때
    그 작은 물소리를 들으면서
    누가 내 목소리를 알아들을까요


    냇물에 섞인 나는
    흐르면서 또 흐르면서,
    생전에 지은 죄를 조금씩 씻어내고,
    외로웠던 저녁, 슬펐던 영혼들을
    한 개씩 씻어내다보면,
    결국에는 욕심 다 벗은 깨끗한 물이 될까요...


    정말로 깨끗한 물이 될 수 있다면
    그때는 내가 당신을 부르겠습니다


    당신은 그 물 속에
    당신을 비춰 보여 주세요
    내 목소리를 귀담아 들어주세요


    나는 허황스런 몸짓을 털어버리고
    고백하겠습니다
    당신은 그제서야 처음으로
    내 온몸과 마음을 함께 가지게 될 것입니다


    누가 누구를 송두리째 가진다는 뜻을 알 것 같습니다

    부디 당신은 그 물을 떠서 손도 씻고 목도 축이세요

     


    당신의 피곤했던 한 세월의 목마름도 조금은 가져가겠지요
    그러면 나는 당신의 몸 안에서 당신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나는 내가 죽어서 물이 된 것이
    전혀 쓸쓸한 일이 아닌 것을
    비로소 알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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