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드레퓌스의 벤치 (843)
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아직은 종점이 아닌 그래서 조금은 여유가 있는 간이역 동아서기만 하면 언제나 시작이 되므로 섣부른 절망보다는 무성한 숲과 젊은 강이 늘 생각 키우는 구량리역 역무원도 없는 대합실 삐걱이는 목조의자에 나는 무엇으로 무너져 내리는가 십수 년 전의 추억으로 막차는 다시 와 야반도주한 누이의..
전에는, 우리가 오늘날 하고 있는 것과 같은 속도로 기후에 영향을 미치고 바다를 오염시키거나 숲과 생물종과 문화를 말살하는 것이 불가능 하였다. 우리의 파괴력의 규모와 속도가 이렇게 컸던 적은 일찍이 없었다. 역사적 선례가 없다. 우리가 처한 상황은 유례가 없는 것이며 시간은 우리편이 아..
세상은 한 권의 책이다. 여행하지 않는 자는 그 책의 페이지만을 읽었을 뿐이다. -잭 캔필드(외)
♣ 걷는 순간 '죽음의 4중주'가 멈추기 시작했다 ♣ '걸어야 행복해진다!' 걷기는 모든 의사가 권하는 돈 안 드는 운동처방이다. 걷는 것은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니다. 건강을 꼬박꼬박 저축하는 것이다. 정말 그럴까. 발은 '제2의 심장'으로 불린다. 발에는 무수한 혈관이 있다. 발바닥이 지면에 닿을 때..
그래도 그대는 떠난다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것처럼 집안 단속을 하고 문을 잠갔나 확인하고 손때 묻은 세간살이 가득 찬 정든 집을 등 뒤로 남겨놓은 채 손가방 하나 들고 결연히 떠나서 새 집을 찾는다 언젠가 그 집을 가득 채우고 다시 비어놓은 채 뒤돌아보며 집을 떠날 그대여 몇 번이고 망설이..
하루 얼마나 걸었을까 지는 해의 부르튼 발바닥이 보여 문을 잠근 그대여 나는 아직 들어보지 못했을 테지 이 길의 두근거림 가도 가도 계속 되는 흰 꽃들의 속삭임 -김점용-
7월 쏟아지는 비를 피해 찾아갔던 짧은 처마 밑에서 아슬아슬하게 등 붙이고 서 있던 여름날 밤을 나는 얼마나 아파했는지 체념처럼 땅바닥에 떨어져 이리저리 낮게만 흘러다니는 빗물을 보며 당신을 생각했는지. 빗물이 파놓은 깊은 골이 어쩌면 당신이었는지 칠월의 밤은 또 얼마나 흘러가버렸는지..
차마,사랑은 여윈 네 얼굴 바라보다 일어서는 것 묻고싶은 맘 접어두는 것 말 못하고 돌아서는 것 하필,동짓밤 빈 가지 사이 어둠별에서 손톱달에서 가슴 저리게 너를 보는 것 문득,삿갓등 아래 함박눈 오는 밤 창문 활짝 열고 서서 그립다,네가 그립다,눈에게만 고하는 것 끝내 사랑한다는 말 따윈 끝..
어두워지자 길이 그만 내려서라 한다 길 끝에서 등불을 찾는 마음의 끝 길을 닮아 문 앞에서 문 뒤에서 멈칫거린다 나의 사방은 얼마나 어둡길래 등불 이리 환한가 -이문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