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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사람의 발길이 많이 닿지 않은 호젓한 숲길 간혹 쇠살모사도 보이고 아직은 어려 사람이 두려운 존재라고 느끼지 않는 노루들도 다니는 오르내리막이 별로 없고 낙엽이 흙을 살짝 덮어 발바닥에 느껴지는 부드러운 느낌의 숲속 오솔길 들어갔다가 걸어서 지나기엔 버거울 정도의 오솔길이 끊겼다고 할 정도의 깊은 숲이거나 걷기에 꽤 불편하지만 않으면 무조건 걸어보는데 걷기에 도저히 곤란할만한 곳이면 되돌아 나오면 그뿐, 꽃이나 플들도 사람이 덜 밟고 지나가는 곳이 아닌 곳에는 평소엔 접해보기 어려운 식물들이 자라곤 한다. 오늘은 노루발 꽃대가 지나가는 숲길에 피어 올라와있다. 옛적 사람들은 꽃의 이름도 참 재미나게 지었다 싶은데 이 꽃은 왜 노루발이라고 지었을까? 많은 이름으로 불리는 바람꽃들 가운데에는 홀아비 바람꽃도..
연 끈 떨어진 연이라는 말이 있다만 연이라는 게 없었으니 끈이 떨어져 하늘거리며 날아가는 연은 아니겠지만 끈이 떨어져버린 느낌이다 갑자기(?)싫어진다 숲에서의 일이... 내 스스로가 일이라는 게 싫어졌으면 좋으련만 타의에 의해 하던 일에 흥미를 잃어버려 그렇다. 타의라고 하고서는 스스로가 초라하고 비겁하게도 느껴진다. 살아오면서 매일 잠자리에 들 때마다 반성 아닌 반성을 하는 척이라도 하는데 초라하더라도 비겁해지지는 말자 그랬고 지존심을 상하더라도 추하지는 말자 그랬는데 지금 타인을 탓하는 게 핑계이고 변명 같으며 비겁해진 것 같아지기는 하다 그래도 핑계를 한다 순하고 선한 사람을 만나고 싶다고 사람은 왜 순하고 선하게 살지 않을까? 나는 악의도 없고 다른 누구에게도 해를 입히지도 않았고 누구보다 성실하..
네 점박이 노린재 알 익어가는 천남성 열매 산제비 나비 긴 꼬리 장지뱀 이 녀석들의 정확한 이름은 모름 여섯잎 크로버인데 가운데에서 두장이 더 나오는 중 이 녀석의 이름도 도무지 알 수가 없음 천남성의 새순 동백나무 애벌레들 무슨 애벌레의 알인지 알 수가 없다 동백나무 열매껍질과 메타쉐콰이어 열매로 만든 브로치 담팔수와 후박나무 잎에서 종종 볼 수 있는 새잎이 나오면서 붉은색을 띠는 것들이 있는데 마삭줄 잎에도 이런 현상이 많이 보인다. 산호랑나비 애벌레 촉수처럼 뻗어나간 넝쿨이 한자식 글씨를 써놓은 것 같다 눈높이라고들 말하곤 하는데 눈높이란 눈의 위치를 맞추는 게 정확할 것 같다 이맘때의 숲 속살을 보려면 그야말로 눈의 높이를 맞추어야 가능한데 나의 경우엔 나뭇잎의 아래 뒷면을 주로 살핀다. 나뭇잎 ..
오늘은 새끼를 데리고 나타나지 않는구나 매일 다니는 숲길에 노루가 갓 태어난 새끼를 데리고 다니더니 오늘은 혼자 풀을 뜯고 있다. 내가 지척에 나타나도 곧바로 도망을 가지 않고 유심히 살핀다. 치유의 숲에서는 사람들이 자신들에게 위해를 가하지 않는다는 것을 아는 모양이다 흔히들 아름답고 좋은 숲길을 이야기들 하는데 많이 알려진 숲길에도 호젓하고 걷기 좋은 숲길은 따로 있게 된다. 치유의 숲엔 길게는 두 시간 남짓 걸을 수 있는 길도 있고 한 시간 정도 걸리는 숲길이 있다. 적당하게 오르막도 있고 숲 속 나무들이 울창하면서 맨발로도 걸을 수 있는 호젓한 숲길을 걸을 수 있는 게 더 좋으리라 오늘은 사람들이 거의 다니지 않는 길에서 은방울꽃이랑 노루를 마주하면서 걸었다. 사람들이 사는 세상에도 살만한 살맛 ..
같은 직장에서 근무하던 동료에게 빨리 진급을 해서 내게 빽 같은 것 좀 나눠주라 그랬었다... 꽤 진심 그런 기회라도 생겼으면 싶기도 했었다. 머피의법칙도 철저히 잘 찾아오는 나 그 흔하디 흔한 동네 이장 뺵 같은 것도 하나 없다. 하물며 동네병원 의사는 고사하고 간호사도 한사람 아는 사람 없고 파출소 말단계급 순경 중에도 아는 사람이 없으니 급할 때(?) 손 한 번 내밀어 볼 수도 없다. 요사이 그런 빽이든 전적인 내 편 같은 줄이라도 좀 있었으면 싶네 쓰부럴~ 하기사 내 승질모리부터 개떡 같은데 무슨 빽이며 내 편이 있기나 하랴... 있는 사람 잘난 사람 높은 사람 등 그런 류(?)의 사람들과는 친구로도 좀처럼 만드지 않으니 무신 빽 같은 게 생기겠냐만 부질 없을 짓인줄 알면서도 요즘엔 내가 무조건 ..
주차장 한 가운데로 나온 달팽아~ 넌 어디를 그렇게 부지런히 기어가니? 도와주려고 살게 해주려고 나뭇잎에다 들어올렸다. 놀라 잔뜩 웅크리며 동그란 껍질 집 속으로 몸을 말아 넣는다. 숲 속 수풀 사이에다 내려놓았다. 누가 나를 데리고 살겠나 나조차도 나를 데리고 살지 못하는것을... 한밤에 날아온 글 한 줄 상현아! 아푸다...자꾸 눈물이 난다... 나처럼 늙어가던 40여년 친구로 지내는 첫사랑같은 어릴적 여자친구가 마음이 너무 아프다면서 글로 찾아왔다. 내가 있어서 고맙고 다행이란다... 누군가가 감언이설이든 완력으로든 저를 어디로 훔쳐가줬으면 싶다고... 단 하루도 살아있음의 행복을 느껴본 적 없었을 사람 많이 아프고 외로울 때 팔려고 내놨다가 아무도 거들떠 보질 않아 도로 거두어 들였던 초라한 내 ..
표현... 함께하진 못해도 그리운 사람이 있어 숨을 쉬고 산다 이미 퇴색될대로 되어져 쉽게 사용하면 오히려 거짓 같게만 느껴질 수도 있는 사랑한다는 그말 보다는 얼마나 가슴 아린 말인가 살아가는 이유에 따로 무슨 합당함이 있으려나 사는 목적의 가치라는 게 따로 있을까 왜 사느냐고 묻는다면 대답할 적당한 말이 딱히 있을까? 그리워도 찾지는 않는 보고싶은 것조차 그냥 가슴 속 행복으로만 가지고 사는 마냥 행복해져서 나를 찾을 이유 없어져도 마냥 안타깝지만은 않은 그립고 보고싶은 그게 무슨 남아있을 미련따위는 아닌 그냥 내겐 세상에서 알았던 사람들 중에 내게 가장 따뜻했던 내 편...
사랑이 주거따... 남녀간의 사랑이 죽은 게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온기가 주거따 싸게라도 팔려고 내다 놓았던 영혼을 사려는 사람이 없어 도로 거두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아무에게도 권하지도 않았었다는 게다 그게 사람이든 신이었든 뭐, 신도 오래 전에 이미 죽었다니깐... 홧김이다 이기지도 못해 삭이지도 못하는 이 허접한 분노를 어찌할꼬 해서 하다못해 이 못난 영혼을 그냥 팔기라도 해볼까 했었는데 누구 관심조차도 없다는 게 스스로가 창피하기도 하고 주절주절 떠벌린다는 것 또한 비겁하게만 느껴져 그냥 스스로도 못나보이는 이 몸뚱아리도 마음까지도 숨기고서 주구장창 혼자 반성이나 하자 시푸다... 그립고 그립다 사람 하나 선하고 순한 사람 그런 사람이 세상에 많았으면 좋겠다. 존중은 아니라도 타인을 인정..
맛 값 위생 서비스 양 주인 평생 집밥보다 매식을 더 많이 하는 나는 식당을 선택할 때 맛을 제일 먼저 생각하지는 않는 편이다. 최우선이 내 주제를 파악해서 값을 선택하는데 제 아무리 맛있는 음식일지라도 내가 정한 기준에 그 음식의 값이 지나치다고 느껴지면 선택하지 않는다. 다음이 혼밥을 할 수 밖에 없기에 눈치를 덜 봐도 되는 주인의 친절 그다음 마지막 선택이 식당의 위생이다 요즘 내가 거의 매일 찾아가는 중문의 식당이 귤밭차림이라는 비빔밥집이다 이집은 주인의 성품이 넘치도록 선한 미소와 따뜻한 인정이 넘치는 친절로 맞이 해준다. 주인에게는 다소 미안함이 느껴질 정도로 식당을 찾는 사람들이 거의 혼자 먹는 사람들인데 여럿이 앉아 왁자지껄 밥을 먹기보다는 술을 많이 마시는 여느 식당과는 달라서 편하고 식..
시간은 살처럼 빠르게 지나간다 살 날이 얼마나 남았을지 모르겠지만 살아온 날에 비하면 턱 없이 적을 건 뻔할 테지 어떤 사람에겐 살아있는 동안의 시간이 아까운 것이기도 하겠다만 이젠 세상사 그런가 보다 왼통 무미건조라 자꾸만 더디 산다 늙어지면 잠이 적어진다던데 그거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아 시간이 아까워서인지 모르겠다만 나로선 젊어서부터 깊은 잠을 못 자는 습관 같은 버릇 탓으로 잠이 모자란다는 것뿐 물욕이든 뭐든 욕심이사 왜 없겠냐만 부질없음이 아니라도 바람이라는 것 자체가 헛일이라는 것을 잘 알기에 아예 혹시나 하는 마음조차 애시당초 버렸던 터라... 비가 온다 왼종일... 걷기 하러 나가야 하는데 오늘은 우산 쓰고 걷는 것도 망설여진다. 오뉴월에 태어나 여름을 좋아했고 비를 좋아해 장마철도 마다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