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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내가 삶이 서툴다 그러더라만 요즘 되돌아 보니 여태 궁상만 떨다가 평생을 청승스럽게 살은 것 같다 하루만이라도 완전 마음대로 살아보리라 작심 여러 번 해봤었는데 잘 안되더라 궁상을 떨고 청승맞게 조심하고 뭘 할 게 있기나 있으랴만 미리 대비를 한답시고... 늘 그랬네, 신용불량이 되면 또 뭐 어떄서 그딴 거 할 수 없다고 청승 떨고 아낄거나 뭐 있다고 궁상시럽게 살았는지 늘 그래...수시로... 오늘도 길을 걸으면서 이제부턴 그냥 맘 놓아버린 채 편하게 살아버리고 싶다 ...라고 왜 속된 표현일진 모르겠다만 옛말에도 있잖아? 이래도 한세상 저래도 한세상인데 백도 못 가졌는데 십을 가지고 아등바등할 필요 뭐 있겠냐고 물론 부를 이야기 하려는 건 아니지만... 돈 뿐이 아니라 내 등에 짊어진 짐부터 사고하는..
늙긴 늙은 겐가 또 이름이 생각나지 않는다 길을 가다 땅에 떨어진 꽃 한 송이를 봤다 동백꽃처럼 가장 화려하게 만개했을 때 제 모가지 뚝 땅으로 떨어트리는 꽃 찾아오지 않는 님 담장 밖으로 목 내밀어 기다리는 모습이랜다. 해서 예로부터 양반이 아니면 집 안에 키울 수 없었대나... 자꾸 이름들을 잊어먹는다. 능소화를 길에서 만나고 하루 종일 곰곰거렸더랬는데 그 이름 기억하려다 그조차 그만 깜빡 잊고 있다가 하루가 지나서야 갑자기 이름이 떠오른다. 숲을 걷다가 잘 알고 있는 나무와 풀들의 이름이 입 속에서만 꼬물댈 뿐 입 밖으로 이름이 불리어지지 않는 기억 영희 순이 철수 그런 흔한 이름들 외에 알던 사람들의 이름들도 하나둘씩 기억이 쉬 떠오르지 않는다.. 내 이름도 누군가들에게서 점차 잊혀갈 테지...
특이한 사람일까? 게다가 또 까칠하고 소심하고... 누구긴 누구겠어? 나 말이지 뭐, 유년시절부터 종종 들었던 말 중에는 순수한 소년 세심하고 다정다감하면서 배려를 잘하고 뭐 그랬었는데 늙어가면서 소심으로 바뀌고 까탈스러워진 것일까? 근 이십 년 넘게 혼자 살게 된 이유를 보면 말이다... 스스로가 까탈스럽다고 생각하기도 하는데 난 사람들이 특히 여자들 중에 맨발로 슬리퍼 같은 거 신은 채 다니는 거 싫더라, 내가 싫어하는 거 무슨 상관이야 싶긴 하겠지만 암튼... 사람은 얼굴만큼이나 발도 깨끗하게 해야 된다고 생각해서 그래, 얼굴은 화장씩이나 하면서 발은 아무렇게나 하는 거 별로거든 옛적 카투사로 군 생활할 적엔 화장실이 칸칸이 쭉 있고 샤워실과 세면대가 여러 개 배치되어 있는데 미군들은 면도 후 수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