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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필기구를 손에 질 필요가 없는 날이 계속된다. 요즘엔 워낙 컴퓨터로 주로 업무를 처리할 테니 사무실에서 업무를 보는 사람들도 그다지 필기구를 사용하는 일이 많지 않을 것이다. 손글씨... 글을 쓰는 직업인 사람들 급하게 기사를 작성하던 기자 한 자 한자 손으로 글씨를 쓰면서 원고지를 메꾸다가 파지를 수북이 남기던 소설가 등 아주 오래전에는 작곡을 하는 음악가들 역시 펜으로 떠오르는 악상을 수시로 적기도 했었다. 그 모든 것들이 이제는 전혀(?) 필요 없어지고 별무소용이 되어버리지기도 했다. 굳이 귀찮게 글이든 기록이든 펜으로 남겨야 할 이유가 없어져버린 것이다. 사람들은 직접 손으로 글씨를 쓰지 않으므로 모국어의 철자법이나 단어 같은 글씨를 조금씩 잊어가고 심지어는 휴대폰 속 저장된 가족이나 지인들의 전..
암울했었다. 세상사람 누구 하나 아프지 않고 힘 들지 않은 사람 뉘 있겠냐만 왜 그러지 않는가... 세상 그 어떤 상처보다 더 크고 아픈 게 내 상처일 것이라는 쓰잘데 없는 굳센 믿음... 죽을 수만 있다면 방법이 치사하고 추할 것 같아 못했거늘 나 죽고난 뒤 치사해 보이고 추해 보이는 것 따위가 무슨 대수라고 초라한 변명 삼아 아직 살고 있다. 가만히 내 이야기 들어줄 사람 하나 그러니 등 토탁여 주기는 커녕이었고 그럴 일 있고 없었던들 내 어디 손 내밀지도 못할 위인이지만 누가 있어 나에게 구원의 손길을 슬그머니 내밀어 주었으랴, 그래서... 걸었다. 걷고 또 걸었다. 막혀있는 길이 아닌 되돌아서 와야할 길이 아닌 무조건 먼 길만 찾아 걸었다. 오래도록 걷고 또 걸었다. 하루에 백릿길도 걸었었다. 내..
집 근처 길 아래의 집 뒷마당에 365일 24시간 묶인 채 살아가는 검은 개 한 마리 개집 안에 이불은 없고 마당에 헌이불 같은 게 있는데 개는 집안으로 물어서 가져가지는 못하는 것인지 많이 추운 날엔 바깥의 이불에 잔뜩 몸을 웅크린 채 버티고 있었다. 저렇게 마냥 묶은 채 키우는 이유가 무얼까? 언젠가 지나가다가 고기 몇점을 던져줬는데 그 후로 밖에 있다가 내가 지나가면 그저 반갑게 꼬리를 흔들며 또 먹을 걸 주겠지 싶은지 애타게 쳐다본다. 다른 사람들은 앞만 바라보고 그냥 지나쳐서 그럴까? 내 발자국 소리나 냄새를 아는 것인지 줄 게 없을 땐 애가 타서 멀리 돌아서 지나친다. 고깃집을 하는 아는 선배가 김치찌개 해먹으라고 주는 돼지고기 몇봉지도 죄다 삶아서 저녀석 몫이었다. 나는 고기를 먹기는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