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연서 (45)
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그대 가슴에도 뜻모를 회오리가 돌고 있는게요? 먼발치서 바라보던 세월이 성큼 무릎 앞까지 당도했음에 서러움의 그 무엇이 자꾸만 울컥이며 어지럼증을 자아 내는게요? 봄부터 울어대던 소쩍새가 꽃을 피워내도 얼음장 밑으로 흐르던 시냇물에 새살이 돋아나도 콧등으로 넘겨버리던 ..
보셔요 하늘 끝 울고가는 바람의 춤을 검은 눈망울 붉은 입술 휘휘 감기운 장삼자락에 보일 듯 말듯 이슬방울 한허리 돌아서며 깊은 한숨 몰아쉬고 중모리 중중모리 잦은 가락에 두 발끝 모두고 합장인양 모은 손엔 가득한 염원 들어보셔요 허공에 부서지는 바람의 노랫소릴... 목소릴 갖..
눈이 있어도 볼수 없는 널 손이 있어도 만질 수 없는 널 안타까운 이름으로 눈에 넣는다 나의 눈부처 내 눈속에 비친 세상은 온통 너를 위해 불을 밝히고 너를 위해 노래하고 너를 위해 꽃을 피운다 시간의 강을 거슬러 너에게로 간다 우리 전생에 어떤 인연으로 만나졌지 다음 세상에선 ..
조용히 무릎을 꿇고 앉아 네 발을 닦아 주고 싶어 정갈한 물속에 발을 담그게 하고 하루종일 지친 너의 힘겨움을 닦아 내 주고 싶어... 내 마음을 손에 담아 너의 그 투박한 발을 어루만지면 간지럼을 타는 어린애처럼 발가락을 움직이는 너의 환한 미소를 보고싶어 따뜻한 물속에 녹아내..
쉬어간들 어떠하리 천만길의 낭떠러지 살아보니 알겠더냐 죽어보면 알까마는 두눈가득 맺힌이슬 달빛아래 흐르더라 빗소리에 기대서서 그대인가 불러보고 대답없는 메아리에 옷고름만 적셔오네 돌아누운 베갯잇에 녹아드는 그대정을 촛불밝혀 기도하니 이내마음 들어소서 쌓고쌓아 ..
플잎끝에 이슬이요 뉘엿뉘엿 서산너머 붉은해를 걸어놓고 야윈마음 문설주에 발을돋워 기다리네 여지없는 선택길에 던지워진 주사위라 외면하면 몰라질까 혼란속의 그대심사 심산유곡 돌고돌아 그대앞에 당도하면 내려놓은 어깨짐을 내가대신 지어볼까 모른다고 몰라질까 안다한들 ..
천천히 천천히 나무와 인사하고 작은 꽃들과 눈 맞추고 참새처럼 재잘대며 그렇게 걷고 싶은 게 제 소망입니다 발길에 채이는 풀 한 포기에도 의미를 담으며 산새소리에 귀 닦고 파란 하늘에 눈 씻으며 그렇게 그렇게 느림의 공부를 하고 싶음입니다 천천히 가는 낙타처럼 한발 한발 숲..
흰 부채 들어 올린 팔의 늘어진 도포자락에는 응축된 한숨이 담겨 있었어 흥겨운 굿거리장단에 내딛는 발끝에는 원망이 걸려 있었어 안타까운 듯 곧게 펴지 못한 손끝에는 삭혀낼 수 없는 아쉬움도 묻어 있었어 탈 안에서는 땀이 눈물이 흐르나 탈은 웃고 있었지 슬픈 진실들이 말했지 ..
사랑이 어디로부터 오는가 하늘과 땅이 맞닿은 곳에서 아지랑이처럼 오는가 솜사탕 구름되어 하늘에서 흘러오는가 남쪽바람 몰고와 온 가슴에 분홍물 들이고 이 마음 온통 휘몰아 수평선 너머로 데려가는가 겨울 끝 처마밑의 눈물처럼 수정 송곳되어 내 가슴을 찌르는가 사랑의 이름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