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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구량리역 본문
아직은 종점이 아닌
그래서 조금은 여유가 있는 간이역
동아서기만 하면 언제나 시작이 되므로
섣부른 절망보다는
무성한 숲과 젊은 강이
늘 생각 키우는 구량리역
역무원도 없는 대합실 삐걱이는
목조의자에 나는 무엇으로 무너져 내리는가
십수 년 전의 추억으로 막차는 다시 와
야반도주한 누이의 안부와
척추 부러져 병원에 간 형님 소식
구멍 뚫린 차표 몇 장으로 떨궈놓고 떠나면
기적소린 그 자리에 어둠이 되는 것을
아무도 오자 않았다
어둠이 걷히고
철교 위로 물안개 자욱이 오를 �까지
추억의 터널을 빠져나온 기차만
생각을 몰고 그리움을 몰고
꽥꽥 소리를 지르며
건강한 숲 그 젊은 강이 절망하는
고단한 옆구리를 지나
어머니 불길한 아침 밥상을 마련할 때까지
한 번 떠난 자는 돌아오지 않았다
긴 터널을 지나 철교를 건너
십수 년 전의 추억으로 첫차는 다시 와
기다림에 지친 나를 밟고 나를 넘어
마침내 드러누은 내가 먼저 레일이 될 때까지
---이원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