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생 첫 친구신청을 하고서 본문
특이한 사람일까?
게다가 또 까칠하고 소심하고...
누구긴 누구겠어?
나 말이지 뭐,
유년시절부터 종종 들었던 말 중에는 순수한 소년
세심하고 다정다감하면서 배려를 잘하고 뭐 그랬었는데
늙어가면서 소심으로 바뀌고 까탈스러워진 것일까?
근 이십 년 넘게 혼자 살게 된 이유를 보면 말이다...
스스로가 까탈스럽다고 생각하기도 하는데
난 사람들이 특히 여자들 중에 맨발로 슬리퍼 같은 거 신은 채 다니는 거 싫더라,
내가 싫어하는 거 무슨 상관이야 싶긴 하겠지만 암튼...
사람은 얼굴만큼이나 발도 깨끗하게 해야 된다고 생각해서 그래,
얼굴은 화장씩이나 하면서 발은 아무렇게나 하는 거 별로거든
옛적 카투사로 군 생활할 적엔 화장실이 칸칸이 쭉 있고
샤워실과 세면대가 여러 개 배치되어 있는데 미군들은 면도 후
수건으로 거품을 닦는 것으로 세수를 대신하곤 했었다.
카투사의 세수와 등 밀어주기를 흉보기도 했었지만 무엇보다
세면대에 발을 올려서 씻을 땐 질겁을 했었다.
식사 때 접시에 입을 대고 남은 음식 다 먹는 것도 이상타 그랬고...
사람이 낡은 속옷을 입거나 기운 양말을 싣는 건 옛날이야기라고 할 테지만
요즘에 사 먹고사는 게 풍요로워져서 그럴 필요까진 없다지만
어쨌거나 발도 얼굴만큼이나 깨끗한 사람이 나는 좋다.
일을 많이 하거나 운동을 열심히 한 남자들의 발에서 냄새가 날 수도 있지만
여자들도 그럴 수 있을 테고 방귀 뀌는 여자는 싫어하면서
발을 깨끗이 하지 않는다고 핀잔하는 남자는 아마 없겠지?
난 얼굴보다 오히려 발을 더 깨끗이 씻는 것 같다.
얼굴 씻는 시간보다 발 씻는 시간과 정성이 더 긴 것을 보면 말이다.
아직은 발 뒤꿈치가 말랑말랑하고 각질 같은 건 거의 없는 편이다.
슬리퍼 신고 다니는 여자의 발뒤꿈치가 엉망인 걸 보면
괜히 시선부터 외면해 버린다... 별 꼴값이라 그럴 테지만...
속옷은 낡고 색이 바랬어도 무려 20년이나 입는 것들이 몇 장 있고
돈은 없는데 속옷과 수건은 무척 많은 편이다.
치약과 칫솔도...
이제 난 스스로가 이렇게 까탈스러워진 것에 무신경해졌는데
다만 그래서 이렇게 혼자인가 싶을 땐 자꾸 되돌아봐지긴 하더라...
ncerto / Daniel Lica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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