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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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은지심

너는 어디메 있고 그분은 어떤 분이기에

까미l노 2019. 9. 26. 09:44



그분이 계시기에 괜찮아 다 괜찮을거야 그런다.

내가 좋아도 했었고 나를 좋아하기도 했었던 여자사람들도...


오래 전 산티아고의 시골마을 수도원에서 난생 처음 접했던 묘한 경험

수리를 위해 수도원 바깥 허름한 마굿간 같은 곳에서 미사를 한다고

함께 함례길을 걷던 외국인 친구들에게 끌려가다시피 해서 따라갔던... 


종이컵 속의 촛불만 바라보다 엉겁결에 놔까렸던 그ㅡ말...아멘...

내 스스로 내뱉았던 말이지만 내게 여지없이 쑥스럽기만 하고 부끄럽기도 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고

가슴 깊은 곳에서 울컥거리는 통증처럼 느껴지던 그 무엇을 나로서야 매사 감성적인 내 습성이라고만 생각했었다.


물론 함께 했던 그들은 그걸 그분의 어떤(?) 것이라고들 했었고 믿음이라고 했었다만...

무엇이었는지 사실인지 내 스스로 알고 싶어 그분이 계신다는 곳을 찾아가기도 했었고

누군가가 내 팔을 확 잡아 끌어주었으면 싶기도 했고 등 떠밀어 주기도 바랬었다.


물론 여태도 유야무야로 이러고 있는 중이고...

산을 가면 찾아지게 되는 절집 마당에서도 늘 그러는데

어쩔 수 없는 세속에 찌든 범인인 내 눈엔 늘 남탓에 이기적이고 다투기만 하는 그들은 너무도 잘 보이고

희미하게라도 보이거나 미세하게라도 느껴지지 않는 그분과 그분이기에 어쩌랴...




너는 내게 지금도 나중에까지도 고마움이고 늘 미안함이다

니 눈은 고요하고 니 목소리는 언제나 조곤조곤하게 반 옥타브조차 오르지 않는 듯 하다 

단정한  머릿결 고운 목선 선한 마음씨

그런 니가 힘들게 살았을 성 싶어서 내가 미안코 그런 니가 내 친구라서 고맙다.


언제나 그랬다.

영화속 멋진 왕자같은 주인공이 되어 내 친구를 행복하게 해 주는 상상

행여 니가 소풍 끝내고 돌아가는 날엔 아무런 이유 묻지도 않은 채 나도 덩달아 편하게 따라가고 싶어지리라는


니가 내게로 오던 날에 니가 믿는 그분이 내게로 온 것이라고 정말로 그렇게 믿고 싶었다.

아파하는 니 결정에 내 스스로도 믿겨지지 않을만큼 순순히 따랐던 건 내 미안함이었는데

우매하게도 그때까지의 난 내가 좋아하고 아끼는 사람에게 어지간히도 독제적이었고 독불이었기에 더 그랬다... 


아침 출근 길

빨간 불 신호등 후다닥 무단횡단 하면서 니 생각을 한다.

너를 지금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게 미안코 그러지 못하게 말리는 너를 고맙다고 해야겠지

선한 눈 흘기며 나무라는 니를 떠올리곤 부끄러워 하면서...

새벽 늦은 잠자리에 들어 니 얼굴 잠시 떠올리며 고마워 한다... 무었이었든간에... 


참을 수 없기야 하겠냐만 아직도 들끓는 열정의 지꺼기는 부끄러워야하는 것일까

늘 그랬지 그냥 안 둘거 아니냐며 예쁘게 핀잔하던 니가 예쁘고 아름다워 그건 내 탓이 아니라고 미안코 고마웠다.


아무 생각 아니 해도 되는 시간  어떤 장소에서

괜히 니도 나도 둘 다 전혀 마지시도 못하는 그 술... 니랑 술 한 잔 해봤으면 좋겠다.

세상에서 가작 곱다고 믿는 가수 박인희씨가 '아사녀'라는 노래를 부를 때의 목소리보다도

더 고운 니 목소리는 슬플 때도 기쁠 때도 화 나는 일이 생겼을 때도 기도할 때도 항상 그 톤 그대로일까 


나도 참 어째 이러고 살고 있는지

부끄러워하는 너의 치맛 속으로 숨어들고 싶은데

그날 그 긴치마는 아사녀가 아사달을 그리며 휘어감고 따라간 영지못 속에 있을까

혹시 니가 그냥 두고 갔던 치마였던 건 아니었을까 지금에사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