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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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은지심

± 뿌라마이나쓰 제로라는 삶은

까미l노 2017. 1. 17. 23:26



에전엔 그렇게 폄하를 했었지?

역마살이 끼었노라고....


역마살이라....

단언컨데 나 몇 년간 세상을 돌아다니다 왔었지만(제자리로 온 건지는 모르겠다만)

그건 절대 역마살이 아니라 자유로운 영혼이 되어버려(?)

차라리 세상구경이나 돌아다니자고 작심해서의 결과였었다.


미친 놈처럼 지도 바깥세상을 싸돌아 댕기다 왔더니

속으로만 삼켜 나도 모르게 키워왔던 울화병인 갑상선도 완치되어버렸고

지인들은 모두들 부러워만 했었다.


별로 좋아하지는 않는 나라지만 프랑스 파리의 거리마다 활보했었고

스페인에서는 수십 일을 걸어다녔고 돌아와서는 다시 인도를 한달간 헤매었다.

그곳이야말로 아무것에도 궁금해 하지말고 묻지도 말고 그냥 돌아다니면 되는 곳이었다.


돌아와보니 내가 서 있을 자리라는 곳은 아무런 변함도 없었고

세상에는 여전히 내 문패는 없기 마련이었다.


다시 또 중국의 깊고 높은 산 골짜기 목동들이 양을 몰고 다니던 벼랑길을 다니고

백두산을 휘휘저어 다녀봤지만 허기진 마음 달랠 길 없어 다시 히말라야를 올랐었다.


어떘냐고?

아쉬움만 가득하지 뭐,

아직도 모자란다는 말이지....


혼자 되고서

사직서를 제출할 때 모두들 눈이 휘둥그레졌었다만

되돌아서 나오는 속으로 앗싸~ 신난다 였었다...

미친 놈이었지 뭐....


하지만 뭐하랴,

살면 뭐하고 일을 해서 뭐하고 돈을 만들면 어디 쓸거며 뭐할건데....


물려 줄 놈도 없고 남겨야할 이유도 없고

살다가 그냥 지치면 스르르 사멸하면 되겠다 그랬다.


아직 살아있는 걸 보면 무슨 미련이 있는 것일까?

돌아오고서 빈둥거리다 정신 차리고(?)보니 ± 뿌라마이나쓰 이게 신경을 거슬리고 있었으니....


여태 신용등급이래는 거 그거 2등급 아래로 내려가본 적이 없는 꼼꼼이다 보니

좀 더 살거면 (여행 떄문이겠지)슬슬 움직여봐야 되겠다 시펐다....

 인생을 장난처럼 살았다.

장난이라면 말이 될까만 얼렁뚱땅 실실거리며 살았다는 뜻이다.


언제부터였는지는 모르겠다만 열심히든 가열차게든 아등바등거려봐야 거기서 거기라는 것을 잘 알기에 그랬다.

역시나 살아온 시간 되돌아보니 그러길 잘했다 싶고

그러지 않았어도 결과는 별반 달라지지도 않았을 것이다.


한데 놓고 보면 꽤 엄청날만큼의 돈이라는 놈을 그넘의 ± 뿌라마이나쓰 제로가 되게 만드는데 썼다.

언제부터였는지 정확히는 모르겠다만 마이너스가 플러스로 돌아섰다는 걸 짐작은 하고 산다.


일을 할 때

돈을 만들 때

제대로 먹지도 입지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미련한 놈이로고....


그러다가 정신이 들어 눈 획 뒤집히면 정승처럼 신나게 쓴다.

수고한 나에게 마구 선물을 하는 것이다.

갖고 싶은 것 가고 싶은 것 마음대로 다 해 준다....


나는 무엇을 기다리며 사는 것일까?


    다시 나만 남았다 영혼을 쫓아다니느라 땀이 흘렀다 영혼을 쫓아다니는데 옷이 찢겼다 자꾸 외로워지는 산길 염소쯤이야 하고 쫓아갔는데 염소가 간 길은 없어지고 나만 남았다 곳곳에 나만 남았다 허수아비가 된 나도 있었고 돌무덤이 된 나도 있었고 나무뿌리로 박힌 나도 있었다 그때마다 내가 불쌍해서 울었다 내가 많아도 나는 외로웠다 다시 나만 남았다 - 이생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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