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돌아오지 않는 사람 돌아오지 않을 여행 본문
사진이든 그림이든 지도를 보면 언제나 황홀했었다.
언젠가 그런말을 했었던 적이 있었는데
여자를 택할래? 여행을 택할래? 라고 묻는다면 여행을 택하겠노라고....
세상에 여자보다 더 좋은 게 어디 있을라고 그런 말을 하겠어....
원하는 건 모두 다 할 수 있는 세상에(?)살고 있다지만 그게 어디 그렇게 호락호락하더냐
쉬 얻기 어려운 여자보다 마음만 먹으면(?)언제든지 떠날 수 있는 여행은 그나마 얻기 쉬워서 해본 소리이거니....
매양 그렇게 감상적으로 살고 청승맞은 음악만 좋아하느냐는 핀잔은 또 어떻고?
무슨 음악이 신나는 것 촌스런 것 우울한 것 등으로 구분할 수 있으랴?
각기 나름의 취향대로 성향대로 좋아하는 것이지
음악을 만드는 사람이 청승스러워서 아니면 매양 즐거워서 그렇게 만들었을까?
귀가 번쩍 뜨일(?) 것 같은 황홀한 느낌의 음악 하나만 발견해도 세상이 살만해지고
더는 이 세상 아무것에도 관심이 없어져서 죽어도 괜찮을 법 하곤 하는 변덕스런 세상살이
그 누군들 아니 그러겠냐고....
죽기 전에 해 보고 싶은 짓거리들을 버켓 리스트라고 하지?
어느 순간엔 시간이 더디 가서 무료하기도 하고
무언가를 발견해서 몰두하게 되면 살 같이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이 안타까워서
죽을둥 살둥 모르고 덤벼 들기도 하는 인생
이렇게 저렇게 이루고 쌓아둔 것들은 타인의 눈엔 부러운 것들도 있을테고
별 것 아니라서 겨우 내 눈에만 진귀한 보물같이 느껴지기도 하는 것들이 있을텐데
어느날 아무런 기별조차 없이 나 떠나면 그 어느 것인들 무슨 소용이 있으랴,
이럴 때면 사람들은 의례 다 비워뒀어야 되는 거라고 벌써 내려 놓았어야 되는거라고들 말 할테지,
멍 하게 생각을 정리하고 자잘한 욕심조차 다 비우고 싶어 세상의 모든 길위에 서고
물안개 피어 오르던 호숫가에 낚싯대 드리운 채 마냥 움찔대며 스믈스믈 솟아 오르는 찌놀음만 보려던 때
그래도 생각일랑은 아무런 정리도 되잖고 길에 심취되어 헤져가는 내 신발코만 쳐다보고
새벽 물안개 물끄러미 쳐다보며 금방 식어버리는 커피잔에만 연신 코를 박았드랬다..
자꾸 늦어지는 것이겠지?
이제야말로 돌아오지 않아도 될 여행을 떠나려던 것이
이제는 찾아와 주지도 돌아오지도 않을 사람을 기다리며
삽작 밖을 서성대다 밤 새 대문을 열어 두는 짓도....
흔드는 것이 누군가의 손수건이 아니라 작은 구름 한조각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 지금의 나이
너나 나나 겨우나마 버리고 내려 놓아지는 것이래봐야 미련 같은 지꺼기 정도 아니겠는가?
아직도 꽉 움켜쥔 채 내리고 버리지 못하는 것들 돌아보면 많은데
책상 서랍만 열어봐도 수두룩한데 어떤 것이고 무슨 미련일까?
바삐 살고 싶지도 열심히 살고 싶지도 떠날 때 거창하게 이름 남기려는 욕심도 없었다만
가슴 설레이고 황홀했던 시간 더 많이 못 가졌던 건 아쉽다.
그 좋은 곳들 누구에게도 못 보여준 들 그게 뭐 어떻다고 아쉬워하랴,
이제는 아무래도 사람을 사랑할 일 없을 듯 하니 그만 홀가분해져야겠지....
세상에 살았었던 나 든 자리 아무의 눈에 선치도 않았을테고
나 떠나고 난 자리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하게 헐렁하게 살아온 것 같으니 그나마 다행이지 시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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