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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은지심

돌아오지 않는 사람 돌아오지 않을 여행

까미l노 2017. 1. 10. 14:45



사진이든 그림이든 지도를 보면 언제나 황홀했었다.

언젠가 그런말을 했었던 적이 있었는데

여자를 택할래? 여행을 택할래? 라고 묻는다면 여행을 택하겠노라고....


세상에 여자보다 더 좋은 게 어디 있을라고 그런 말을 하겠어....

원하는 건 모두 다 할 수 있는 세상에(?)살고 있다지만 그게 어디 그렇게 호락호락하더냐


쉬 얻기 어려운 여자보다 마음만 먹으면(?)언제든지 떠날 수 있는 여행은 그나마 얻기 쉬워서 해본 소리이거니....


매양 그렇게 감상적으로 살고 청승맞은 음악만 좋아하느냐는 핀잔은 또 어떻고?

무슨 음악이 신나는 것 촌스런 것 우울한 것 등으로 구분할 수 있으랴?

각기 나름의 취향대로 성향대로 좋아하는 것이지

음악을 만드는 사람이 청승스러워서 아니면 매양 즐거워서 그렇게 만들었을까?


귀가 번쩍 뜨일(?) 것 같은 황홀한 느낌의 음악 하나만 발견해도 세상이 살만해지고

더는 이 세상 아무것에도 관심이 없어져서 죽어도 괜찮을 법 하곤 하는 변덕스런 세상살이

그 누군들 아니 그러겠냐고....



죽기 전에 해 보고 싶은 짓거리들을 버켓 리스트라고 하지?

어느 순간엔 시간이 더디 가서 무료하기도 하고

무언가를 발견해서 몰두하게 되면 살 같이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이 안타까워서

죽을둥 살둥 모르고 덤벼 들기도 하는 인생


이렇게 저렇게 이루고 쌓아둔 것들은 타인의 눈엔 부러운 것들도 있을테고

별 것 아니라서 겨우 내 눈에만 진귀한 보물같이 느껴지기도 하는 것들이 있을텐데

어느날 아무런 기별조차 없이 나 떠나면 그 어느 것인들 무슨 소용이 있으랴,


이럴 때면 사람들은 의례 다 비워뒀어야 되는 거라고 벌써 내려 놓았어야 되는거라고들 말 할테지,

멍 하게 생각을 정리하고 자잘한 욕심조차 다 비우고 싶어 세상의 모든 길위에 서고

물안개 피어 오르던 호숫가에 낚싯대 드리운 채 마냥 움찔대며 스믈스믈 솟아 오르는 찌놀음만 보려던 때


그래도 생각일랑은 아무런 정리도 되잖고 길에 심취되어 헤져가는 내 신발코만 쳐다보고

새벽 물안개 물끄러미 쳐다보며 금방 식어버리는 커피잔에만 연신 코를 박았드랬다.. ..


자꾸 늦어지는 것이겠지?

이제야말로 돌아오지 않아도 될 여행을 떠나려던 것이

이제는 찾아와 주지도 돌아오지도 않을 사람을 기다리며

삽작 밖을 서성대다 밤 새 대문을 열어 두는 짓도.... 


흔드는 것이 누군가의 손수건이 아니라 작은 구름 한조각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 지금의 나이

너나 나나 겨우나마 버리고 내려 놓아지는 것이래봐야 미련 같은 지꺼기 정도 아니겠는가?


아직도 꽉 움켜쥔 채 내리고 버리지 못하는 것들 돌아보면 많은데

책상 서랍만 열어봐도 수두룩한데 어떤 것이고 무슨 미련일까?


바삐 살고 싶지도 열심히 살고 싶지도 떠날 때 거창하게 이름 남기려는 욕심도 없었다만

가슴 설레이고 황홀했던 시간 더 많이 못 가졌던 건 아쉽다.


그 좋은 곳들 누구에게도 못 보여준 들 그게 뭐 어떻다고 아쉬워하랴,

이제는 아무래도 사람을 사랑할 일 없을 듯 하니 그만 홀가분해져야겠지....


세상에 살았었던 나 든 자리 아무의 눈에 선치도 않았을테고

나 떠나고 난 자리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하게 헐렁하게 살아온 것 같으니 그나마 다행이지 시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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