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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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반데룽

갇힌 듯 섬에서 도망 치고 싶어지고

까미l노 2015. 1. 4. 23:13

 며칠 눈이 오락가락하고 바람마저 드세더니 오늘은 눈도 바람도 잦아들었다.

따뜻하게 느껴지는 햇살에 몸도 말릴겸 그나마(?)낯 선 길을 찾아나섰다.

 

섬에 살면 언제나 바다만 보이고 섬 속에 또 다른 작은 섬들이 바람 센 날 둥둥 떠 다닌다.

갇힌 듯 섬이라 설렘이라 가져보려고 눈에 익지 않은 길은 찾아보지만

꽤 오래 전에 걸었던 길을 묵혀두었다 한참이 지난 후 다시 걸어보는 것 밖에... 

 

금릉과 협재바다의 노을을 담을려고 갔었는데 비양도 너머로 넘어가던 해가

계절이 바뀌면서 겨울엔 점점 동남쪽으로 이동을 하여 해는 바다 아래로 소멸하지 않고 월령리 마을로 넘어간다.

 

인물 사진엔 그다지 취미가 없지만 오늘은 목적을 잃어버려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는 사람들을 도둑촬영을 한다.

셀카봉인가 뭔가 하는 게 유행이라 모두들 셀카 찍기에 여념이 없다.

해를 등진 채 셀카를 찍던 연인을 담아봤는데 그럴싸해 뵌다.

 

 

제주도에서는 보말이라고 부르는 고둥 둘도 해초를 배경 삼아 연인놀이를 하는가 싶다.

 

협재 바닷가를 찾았던 사람들이 하나 둘 쌓기 시작한 돌탑들

비양도가 건너다 보아는 바닷가 모래 언덕 위 사람들이 하나  둘 쌓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수 십개의 작은 돌탑들이 무리를 이루고 있다.

 

작은 게랑 고둥을 찾는 아이와 엄마의 모습은 어떤 방향에서 봐도 참 예뿌다.

 

어린시절 부모에게서 받은 추억은 저 아이에게는 영원히 기억에 남아 있을 것이다.

해라 하지마라 단 두가지 밖에 잘 하지 못하는 한국의 엄마들 참으로 어리석다 하지 않을 수 없는데

주구장창 하는 이유와 변명이래야 내새끼 다른 아이들보다 뒤지게 할 수 없다는 것...

 

왜 성적만 뒤지 않으면 되고 남들 다 한다고 아이들 원치 않는 피아노며 웅변 영어 수학 태권도 발레 등 온갖 학원을 보낸다는데

심지어 어떤 아이들은 하루에 무려 일곱 군데의 학원을 다닌다는데 그게 가능한 것일까?

그중 아이가 즐겁게 배우는 거라도 있으면 다행일테지만...

 

결국 지금 몇몇 불평 불만 가득한 청년들처럼 저 아이도 쓸데 없는 재주만 잔뜩 스팩으로 쌓아서

싫고 귀찮은 일은 하지 않고 남 탓으로만 돌리는 캥거루족으로 성장하기 딱 알맞을 터...

 

 

이제는 햇빛이 그닥 눈에 부시지 않을 때 일텐데 선팅한 안경을 낀 채 비양도를 바하보고 선 아가씨

그래도 폼은 좋네,,,

 

 

셀카봉으로 사진들을 연신 찍고서는 확인하느라 여념이 없다.

난 아직 손에다 든 채 셀카로는 사진을 찍어보지 않았지만 표정이 제대로 찍히는지 궁금코 아무래도 각도가 이상할 듯 한데...

 

 

 

선인장 자생지 월령마을 밭담과 골목 사이에 손바닥 선인장이 지천으로 피어있다.

백년초라고 해서 초콜렛도 만들고 다양한 건강식품을 만드는 유명한 마을이 되었다고 한다.

 

언젠가 제주도 토박이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었는데

왜 한겨울 눈 덮힌 한라산에 자주 가지 않는 것이냐고 물었더니

지척에 있어서 아무때나 올라가면 될 것 같아서 차일피일 미루다 보니 30년 동안 한라산에 올라가본 적이 없다고 한다.

 

갇혀 살자고 한 섬에서 3년이 흘렀다.

섬을 떠나본지도 벌써 일 년이 지나간다.

저가항공 덕에 비행기삯이 왕복 7~8만 원 밖에 되지 않을만큼 싸졌는데 이게 아무때나 갈 수 있다고 여겨서인지 점점 섬에만 살게 되는구나...

 

별 크지도 않은 땅덩어리에서 극히 한 부분인 섬이라 작아서일까

하도 많이 걸어다녔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갈 곳이 가고 싶어지는 곳이 적은 곳이란 것을 알게 된다.

 

그래...

섬에 갇히듯 살면 섬에서 도망치고 싶어지고 육지에 살면 그 섬에 가고 싶어진다는 것을...

그래서 섬은 한편으론 갇힌다고 하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