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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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반데룽

나의 시간도 거꾸로 흐르던 벤자민 버튼처럼

까미l노 2015. 1. 7. 13:27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흐른다는 외국 영화에서 주인공 벤자민 버튼이 그래졌던 것처럼

시간이 거꾸로 흐른다면 나도 그래 봤으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한 적이 있었다.

그런 경험을 하게 된다면 얼마동안은 신기하고 어쩌면 줄거울 수도 있겠지만 그 누구든 주인공처럼 점점 끔찍해져 가게 되지 않을까?

 

타임머신이 있어서 그때 그 어느 시간쯤으로 되돌아 가서 조금만 수정(?)하고 다시 돌아올 수 있으면 하는 상상을 한 적도 있다만

내게 그런 기회가 정말 주어진다면 난 어느 시간으로 되돌아가고 싶어지고 어떻게 수정을 하고 싶어지게 될까?

뭘 수정 하고 싶은 게 있는지 생각을 해봤는데 사랑인지 출세일지 명예였을지 복잡해져서 에잇! 하고 상상 속 삭제를 해버렸다. 

 

다시 여고시절로 돌아가고 싶다거나 군대시절이 그래도 그립다 라면서 왜 그런 말들로 수다도 떨고 그러잖은가 말이다

세상물정으로 따진다면야 개 풀 뜯어머는 소리라 할테고 그래봐야 다시 또 되돌아가야 할 일을 반복할 게 뻔한 인간일 거라고 타박당할 게 뻔하겠지...

 

세연교 다리 난간 못 미쳐 데트라포트 난간에 달랑 한개 달려있었던 사랑의 자물쇠  

서울 남산 전망대 난간에도 프랑스 파리 세느강가 연인들의 다리라고 부르는 퐁네프의 다리에도 걸려있던 엄청 많은 자물쇠들 때문에

난간이 무너지고 다리가 주저앉을 상황이라고들 하더라만 녹슨 자물쇠를 사랑의 자물쇠 라고 하는 게 맞는 것인지는 그냥 차치하고 

외롭게 걸린 저 자물쇠 한개는 어느 시간쯤 누군가 둘이 와서 사랑을 맹세하면서 걸어두고 열쇠는 바로 앞 바다를 향해 멀리 힘껏 던졌을테지,

 

그래봐야 작은 열쇠 한개로는 무게 때문에 그리 멀리 가지는 못 했을테지만 사랑 그거 그만 꺠져버려 열쇠를 찾을 수도 혹 썰물 때 드러나 찾은들

이미 녹이 슬대로 슬어 사랑을 물리거나 되돌릴 방법은 도저히 없을테니 계속 녹 슬어가는 저 자물쇠처럼 아직도 그들은 여전히 열정적인 사랑을 하고 있기를 바란다. 

 

어떤 글쓴이가 그랬다.

사랑하라. 시간이 없다.

사랑을 자꾸 벽에다 걸어두지만 말고 만지고 ,입고 그리고 얼굴에 문대라.

 

사랑은 기다려주지 않으며 내릴 곳을 몰라 종점까지 가게 된다 할지라도 아무 보상이 없으며

오히려 핑계를 준비하는 당신에게 책임을 물을 것이다.

사랑해라.정각에 도착한 그 시간에 늦으면 안 된다.

 

사랑은 그런 의미에서 기차다.

함께 타지 않으면 같은 풍경을 나란히 볼 수 없는 것.

나란히 표를 끊자 않으면 따로 앉을 수 밖에 없는 것.

서로 마음을 확인하지 않았다면 같은 역에 내릴 수도 없는 것.

그 후로 영원히 영영 어긋나고 마는 것.

 

 

 

사랑..

지랄 같고 환장하는 것 맞다.

도끼에 발등 찍혀본 경험 있제?

지금 살아있는 걸 보니 견딜만 했다는 거지 뭐,

 

오래 전 부터 누가 당신을 좋아하고 있었다면 어떨까?

짝사랑 같은 건가 라고 생각한다면 당신은 사랑 같은 거 하지말고 그냥 그렇게 살고 죽어 가고...

 

그 사랑은 정각에 도착한 것이 맞을 것이다 라고 믿어라.

그래,

사랑은 그렇게 언제나 화들짝 놀라는거야...

 

켜켜이...

수 억만 년은 셈을 하면 얼마나 오래 걸릴까?

화산 지층의 대표적인 바위들이 부서지고 깎여 글러 떨어진 채 있는 새섬 가는 길의 바닷가

 

여러 화산 지층 가운데 서귀포층이라고 하는데 군데 군데 조개껍질 같은 게 화석으로 박혀있는 걸 볼 수있다.

오랫동안 단단하게 켜켜이 쌓이고 쌓여 지하수도 더 이상 아래로는 스며들지 못하게 하는 작용도 하여 제주도에 물이 풍부하게 하기도 한단다.

 

저 화산 바위 덩어리 속엔 화석처럼 박혀버린 혹 사랑을 하던 연인들의 연애팬지나 뭐 그런 거 없을까...

 

 

 

니 귀는 소라껍질 해서 바다 소리를 듣고

내 귀는 소라 알멩이 해서 니 귓 속 귓밥으로 들어갈란다...

 

 

줄 지어 떼 지어...

달마는 동쪽으로 갔다던데 소라들은 바다로 간다.

마치 페루의 잉카유적에 있는 제단처럼 서귀포층 큰 화산석 하나가 바닷가에 떡하니 누워있다.

 

그 위를 죽은 소라의 영혼들이 제 고향인 바다로  줄 지어 가고 있다.

나중에 한참 더 시간이 지난 후 거대한 화산석도 바다로 가려는 소라껍질들도 모래로 변해갈 것이다...

 

 

세연교를 건너면 새섬 초입 우측 바위절벽이 병풍처럼 둘러쳐 있는 곳에 웅덩이가 만들어져 물이 고여 있는데

가끔 재두루미가 날아와 먹이 사냥을 하는 걸 볼 수가 있는데 바닷물이 드나드는 곳도 아니고 계곡도 없고 시냇물도 아닌 빗물 고인 웅덩이에

무슨 먹이될만한 게 있을까 싶어 가까이 가봤다.

 

그런데 있다.

내 그림자에 겁 먹었는지 물 속으로 미세하게 전해지는 내 발자국이 쿵쿵거리는 울림 때문이었을까무 언가 떼를 지어 도망을가는데

가까이 다가가 자세히 봤더니 송사리만한 물고기들이 떼를 지어 돌 아래로 숨는 게 보인다.

아하, 이놈들을 잡아 먹을려고 재두루미가 그렇게 숨 죽여 노려보고 있었던게로구나... 

 

처음엔  재두루미 녀석과의 거리가 좀 멀다 싶었고 무게 때문에 망원렌즈를 두고온 게 아쉬웠다만 할 수 없이 먹이를 낚애채는 순간이라도 포착할려고

바위 뒤에 납작 엎드려 기다려 보기로 했는데 일 분 이 분...오분이 지나도 이녀석이 그 자세로 물 속을 노려보기만 할 뿐 꼼짝을 않는 것이다.

 

다리가 저려 오고 카메라를 받쳐 든 팔과 들여다보고 있는 눈도 아파 우선 한장 찍고 조금 더 다가가 보기로 하는 찰나 휑하고 날아가 버린다.

괜히 먹이활동을 방해만 한 것 같아서 미안해진다.

 

미안타이!

담엔 안 그럴께...

그래도 물고기들은 나한테 고맙다 그럴거잖아...

 

하얀꽃 맛도 좋은 찔레를 닮은 땅가시 줄기가 곱게 단풍이 든 채 바위 위를 기어가고 있다.

어떤 놈은 단풍 들어 나처럼 늙어 가는데 한쪽에선 새 잎이 돋아나는 지 새파랗다.

젊다 싱싱타고 너무 서둘러 피어 늙어가는 니 형들 서둘러 밀어내지는 말거라...

 

 

바위 벼랑에다 누가 김치를 담아 놓고 가버렸다.

씹으면 코 끝이 알싸하게 맵싹해지는갓이 피어 있다.

 

한겨울에 더 싱싱하게 자라 푸르고 붉은 보라빗치 감도는 야생의 갓이 피어 있다.

저거 뚝 뜯어 싱싱한 회를 싸 먹으면 코 끝이 아리면서 입 안에 바다같은 알싸함이 그대로 들어온다...

 

 

세연교 다리 기둥 너머에 살던  한라산이 구름에 가려져 숨어버렸다.

 

가만 두라,

흘러 가는대로...

이건 청춘을 두고 하는 말이지 홍춘이나 황춘에게는 소용 없을테지만...

 

오늘 아침에서야 발견했다.

좀체 긴 달력은 선호를 않기에 걸지 않는데 그림이나 사진 그리고 종이가 좋길래 한장 얻어다 걸어둔 새 달력

새 달력...아직 새해가 시작 된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새 달력인지 종이가 새것이라 새 달력이든지 뭐 그렇다 치고

책상달력도 어느 달엔 보름쯤 지난 후에 비로소 새달이 시작된 걸 알고 그제서야 새로 한장을 넘기곤 했었는데 

눈 앞 벽에 걸려있는 새 달력은 아직도 12월에 머물고 있었다.

 

지난 해 아쉬웠던 거 쥐뿔 있을 것도 없었으니 일부러 넘기지 않은 것도 아닌데 뭐 시간이 화살처럼 간다 싶어 가끔 놀라기는 한다만

애지중지 찍었던 사진 따로 보관하려다 차일피일 미룬 게 컴퓨터 말썽으로 다시 이것 저것 깔다가 싸그리 날라간 문서와 그 사진들

처음엔 막 찾기도 하다가 이내 포기하고 까짓 세상에 중요한 게 사람과의 일 말고 뭐가 있으랴 싶어 이내 포기한 채

처음 중요하다 싶었던 문서들이며 사진들이 어떤 것들이었는지도 금방 잊는다.

 

어떤 사람의 글에 당신은 마른 수건을 개킬 때 십자 형태로 하는가 길게 두 번 접어서 다시 반씩 반씩 더 접어서 개키는가

상표가 안쪽으로 들어가게 접는가 아니면 드러나게 접는가 손수건 같은 건 다리미로 꾹 눌러 다려서 접는가 이도 저도 아닌

손수건이든 수건이든 또는 속옷이든 주름이 생기는 것 자체를 싫어해서 그냥 대충대충 접어서 개키는지를 묻는 글이 있었다.

 

내 경우엔 손수건은 그냥 네 번 접고 수건은 상표가 안쪽이게 반으로 두 번 접어 세로로 세 번을 접어 둥그스럼하게 줄지어 보관하고

요줌엔 귀찮아진 편이라서 속옷 셔츠는 반으로 계속 접는데 세로로 한 번 다시  세 번 접은 팬티 사이즈랑 크기가 비슷하게 되게 해서 보관한다. 

 

큰일이제 그쟈?

시큰둥이 점점 심해져 가는 거

노심초사 벼르고 별러 손에 넣은 천만 원짜리 카메라조차 먼지 끼고 군데군데 긁히는 게 생기거나 말거나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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