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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잡은 듯 애틋한 쌍둥이 대,소병악

까미l노 2012. 11. 13. 16:34

“손 잡은듯 형제의 정 애틋한 쌍둥이 오름”
[다시 걷는 오름 나그네] <8>병악
등록 : 2011년 04월 20일 (수) 09:50:49
최종수정 : 2011년 04월 20일 (수) 09:50:49
김철웅 기자 jemin9062@yahoo.co.kr

 

▲ 무악에서 바라본 소병악(왼쪽)·대병악 북면

산체 크지 않지만 그 보다 더 큰 곶자왈 탄생시켜
대·소병악 다돌아도 1시간30분…산악지팡이 필수

병악의 멋은 나눔이고 매력은 정이다. 2개의 오름 가운데 높다는 대병악도 비고가 132m에 불과한 데도 대병악과 소병악은 용암류를 분출, 폭 1.5㎞·총 연장 9㎞의 '상창·화순곶자왈'을 만들었다. 제 몸집을 키우기보다 나눔으로 더 큰 식생의 보고를 탄생시킨 것이다. 또한 병악은 혈육의 정이 느껴지는 오름이다. 동생 소병악을 보듬으려 몸을 돌리는 듯한 형 대병악의 모습이 애틋하다. 더욱이 갯취와 붓순나무·차꼬리고사리까지 희귀식물의 안식처이기도 하다.

소병악과 대병악 등 2개의 오름을 통칭하는 병악은 서귀포시 안덕면 상창리 산2-1번지 일대에 위치하고 있다. 대병악은 비고 132m로 도내 오름 가운데 43번째로 비교적 '높은 축'에 들고 소병악도 비고 93m(133위)로 낮은 편은 아니다. 면적도 대병악(30만1657㎡·129위)이 소병악(17만8836㎡·192위)보다 넓고, 표고는 각각 491.9m와 473.0m다.

오름 2개의 생김새가 아주 닮았다고 해서 쌍둥이를 말하는 제주어 '래기'에서 유래, '른오름'이라 부르고 한자로는 병악(竝岳)이다. 큰 쪽이 대병악(大竝岳), 작은 쪽이 소병악(小竝岳)이다. 특히 대병악은 뭉툭하게 튀어나온 정상 부분이 여자의 얹은머리 모습과 비슷하다 하여 '여진머리오름'이라 불리기도 했다. 이때 소병악은 '족은오름'이다. 척박한 터 버거운 일상 삶 속에서도 오름에서 머리를 쪽진 여인네의 모습을 찾아낸 선인들의 해학과 상상력이다.

병악 탐방로

A=소병악 입구 B=소병악 정상 C=대병악 북쪽 탐방로 D=대병악 정상 E=대병악 트레킹코스 F=대병악 남쪽 남방로 G=소병악 서쪽 탐방로 H=목장길 교차점 I=목장길·병악로 교차점 J=병악로
쌍둥이라고 하나 2개 오름의 규모나 형태를 찬찬히 뜯어보면 형님과 동생이다. 둘 다 말굽형 분화구를 가졌으나 터진 방향이 다르다. 뒷모습도 안식각 형태는 비슷하지만 높이에 차이가 있다. 꼭 같지는 않고 그렇다고 아주 다른 것은 아니니 형제로 보는 게 옳을 듯하다.

쌍둥이든 형제든 무악 쪽에서 바라본 북면은 애틋하다. 서로를 향하려는 모습으로 비쳐진다. 서로 몸은 맞추지 못했지만 대병악의 동쪽과 소병악은 손을 꼭 잡은 듯 오름 하부를 공유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송전철탑이다. 마음씨 나쁜 '계모'처럼 송전철탑이 2개의 오름 사이를 갈라놓고 있다. 꼭 2개의 오름 사이를 지나게 설치해야 했느냐는 게 모든 오름꾼들의 물음표다.

병악까지는 신제주로터리에서 29㎞, 종합경기장에서 31㎞다. 제2산록도로에서 탐라대 방향으로 가다 핀크스골프장 직전 광평 입구에서 상천 방면으로 우회전, 병악로를 타고 2.5㎞정도 진행하면 된다. 소병악 입구에 자동차 몇 대를 댈 만한 공간이 있다.

▲ 소병악 정상에 만개한 산철쭉 너머로 동쪽 자락의 상천리 마을이 보인다.
탐방은 여기서 시작하는 게 좋다. 소병악 동쪽 탐방로에는 계단이 설치돼 있어 오르기가 편하다. 정상부에 올라 왼쪽으로 돌면 정상부에 산불감시초소가 있다. 4월 중순임에도 산철쭉이 예쁘게 피었다. 산철쭉은 대병악 정상에서도 역시 동쪽 사면을 분홍빛으로 물들였다. 왕이메·당오름·산방산·군산·고근산 등 사방의 오름군들은 물론 멀리 가파도와 마라도까지 보이는 정상에서의 경관이 일품이다.

소병악 정상부에서 좌우 어느 쪽으로 돌아 내려가든 대병악은 북쪽으로 올라 남쪽으로 내려와야 고생을 덜한다. 특히 대병악에선 등산용 지팡이는 필수다. 대병악엔 탐방로를 이끌어주는 로프만 설치돼 있고 바닥은 화산재 그대로인데다 경사가 만만치 않아 미끄러지기 십상인데 남쪽은 상태가 더욱 심각하기 때문이다. 지팡이를 짚고도 탐방로 로프를 잡지 않고는 내려갈 수가 없을 정도다. 정상부를 가다보면 보이는 '트레킹코스'라는 팻말이 남쪽으로 내려오는 길이다.

병악은 도내 오름 가운데 아주 젊은 층에 속한다. 1987년 병악 현무암에 대한 연대측정 결과(포타슘-아르곤 법) 3만5000년 전이라는 결과가 나왔고 더 젊은 오름일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도내 대다수 오름의 분출이 수십만년 전의 일이다.

강순석 제주지질연구소장은 "병악은 도내 현무암 중에서 가장 젊다. 더욱 상세한 방법, 아르곤-아르곤 법 등으로 연대측정을 실시한다면 더욱 젊다는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농후하다. 3만5000년 이전, 혹시 수천년 전에 분화한 오름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병악의 또다른 특징은 그 하류로 곶자왈을 잉태시켰다는 점이다. 병악 2개의 화산체에서 흘러나온 용암류는 폭 약 1.5㎞, 총 연장 약 9㎞로 흘러 상창리·서광리·덕수리를 거쳐 화순리에 이르며 바다로 들어갔다.

▲ 토양이 유실되면서 뿌리를 ‘줄기처럼’드러낸 소병악 정상부의 나무들.
강 소장은 "병악의 용암류는 덕수리 하류에선 산방산에 막혀 동쪽으로 휘돌아야 했다"며 "화순해수욕장을 반으로 나누며 바다 속으로 들어간 병악의 현무암은 '급랭현무암'의 형태로 탑동처럼 새까만 먹돌(차돌)이 되고 주상절리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사실 소병악이든 대병악이든 분화구의 내부는 곶자왈 식생 등으로 덮여있긴 하지만 찬찬히 살펴보면 정상부의 송이 등 거치른 단면과 분화구 내사면의 가파른 경사각 등은 금방이라도 터져오를 듯했던 젊은 송악산(7000살) 못지않은 강렬함을 느껴진다.

병악의 식생의 특징은 규모는 작은 편이나 지리적 분포로 볼 때 중요한 생물종 피난처 역할을 하고 있으며 붓순나무와 갯취·차꼬리고사리 등 다수의 희귀식물이 분포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체적으로 일부 조림지역을 제외하면 산딸나무와 굴피나무·팽나무·단풍나무·참꽃나무·때죽나무·산철쭉 등의 낙엽활수가 우점하지만 붓순나무·참식나무·새덕이·붉가시나무·비자나무·구실잣밤나무 등 상록수도 오름의 하단부와 분화구를 중심으로 분포하고 있다.

이와함께 병악에는 이른 봄부터 피기 시작하는 새끼노루귀·세복수초·산자고 등을 비롯해 남산제비꽃·꿩의바람꽃·큰천남성·갯취 등 다양한 야생화들도 분포하고 있다.

김대신 연구사는 "비교적 경사가 급한 분화구 내사면에는 지형적 및 인위적인 영향으로 토양 유실이 많아 산딸나무나 때죽나무, 참꽃나무 등이 뿌리를 나출된 상태로 위태롭게 생육하고 있다"며 "이들과 희귀식물을 보호하기 위해 출입 억제 등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김철웅 기자

"다양한 희귀식물 분포
생물종 피난처 역할도"

●인터뷰/김대신 한라산연구소 연구사

▲ 김대신 한라산연구소 연구사
"병악은 희귀식물의 중요한 안식처다"

한라산연구소 김대신 연구사는 "대병악과 소병악을 아우르는 병악은 규모 면에선 크지 않으나 지리적 분포로 볼 때 중요한 생물종 피난처 역할을 하고 있다"며 "희귀식물인 붓순나무와 갯취·차꼬리고사리 등이 병악에 자생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붓순나무와 갯취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기준으로 멸종위험이 증대되고 있는 취약종(VU:Vulnerable)이고 차꼬리고사리는 멸종위기종(CR:Critically endangered)으로 평가되는 희귀식물이다.

김 연구사는 "제주도와 남해안 지역에 주로 분포하는 붓순나무의 경우 소병악에선 자생지가 외사면 상부의 불안정한 토양에 형성돼 있다"며 "존재 자체뿐만 아니라 계곡주변이나 분화구의 전석지 등에 분포하는 다른 자생지와도 차이를 보여 연구에 중요한 지역"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갯취는 도내 서부지역 오름이나 방목지에 자라는 국화과(科)의 한국 특산식물인데, 대병악의 갯취군락은 수림내에 고립된 형태로 분포, 기존의 새별오름이나 산새미오름 등 초지대에 형성된 다른 자생지들과 차별성을 보인다"고 말했다.

김 연구사는 "멸종위기종인 차꼬리고사리는 제주도와 남해안 도서지역에 분포하는 양치식물로 대병악 분화구 상부에서 발견된다"면서 '희귀한' 식생의 근거를 병악의 고립성에서 찾았다.

해발 500m에 위치한 병악은 주변에 넓게 펼쳐진 방목지역 등으로 사실상 고립됨에 따라 식물의 유용한 피난처가 되고 면적에 비해 다양한 식물과 다수의 희귀식물이 분포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연구사는 "병악에서 시작, 산방산 뒤편까지 약 9km에 걸쳐 분포하는 상창-화순곶자왈은 생태통로의 역할을 하고 있다"며 "병악도 한경-안덕곶자왈지대의 한 축으로서 해안지역과 한라산 지역을 연결하는 중요한 생태적 연결고리의 중심에 있다"고 강조했다. 김철웅 기자

◇기획 ‘다시 걷는 오름나그네’전문가 자문단
▲인문=김창집 탐라문화보존회장·소설가 ▲역사=박찬식 역사학자 ▲지질=강순석 제주지질연구소장 ▲식생=김대신 한라산연구소 녹지연구사 ▲정책=김양보 제주특별자치도WCC총괄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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