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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합 화산체 거미오름

까미l노 2012. 11. 13. 16:31

"역동적이고 다양함 갖춘 복합 화산체"
[다시 걷는 오름 나그네] <10>거미오름
등록 : 2011년 05월 18일 (수) 09:50:52
최종수정 : 2011년 05월 18일 (수) 09:50:52
김철웅 기자 jemin9062@yahoo.co.kr

 

▲ 금백조로 방면에서 바라본 거미오름 남서면
여러 형태 봉우리·화구·알오름 등 복잡함이 특징
등반에 1시간 제주시 왕복포함 2시간이면 충분

거미오름은 멋은 역동성이고 맛은 다양성이다. 거미오름은 우선 3개의 주봉오리, 즉 '빅3'가 어깨를 맞대어 전체적인 모습을 형성한 뒤 수많은 '알오름'을 거느리는 힘을 보여준다. 거미오름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용암류를 성산읍 수산리까지 밀어 보내며 식생의 보고인 '수산곶자왈'도 만들어냈다. 뿐만 아니라 주봉의 외륜과 분화구의 가파른 경사 등 거칠음과 함께 주봉과 동봉 사이의 평원, 높이가 2m 남짓한 조그마한 분화구의 부드러움에 분화구 내의 수풀 등이 어우러진 거미오름은 다양한 맛이 있다.

거미오름은 구좌읍 종달리 산70번지(표고 340m)에 위치한 비교적 큰 오름이다. 비고는 115m로 도내 368개 오름 가운데 82번째로 높고 면적은 46만6283㎡로 62번째로 넓다.

이름은 오름 사면이 둥그렇고 층층이 언덕진 데다 사방으로 등성이가 뻗어나간 모습이 거미집과 비슷하다고 하여 거미오름이라 불렸다고 한다. 하지만 정상에서 보면 거미집보다 거미를 닮았다 하여 명명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갖게 된다. 여러 개의 봉우리가 한 오름을 형성하는 것도 그렇고, 무수한 알오름과 곶자왈 등 거미오름의 다양함이 하나의 몸체에서 여러갈래로 뻗어나간 거미발처럼 여겨진다. 거미 주자를 써서 주악(蛛岳)이라 표기한 기록도 있다고 한다. 조천읍 선흘리에 있는 검은오름(서검은오름)과 구분, 동거미오름 또는 동검은이라고도 하며 한자로는 동거문악(東巨文岳) 등으로 표기하고 있다.

거미오름은 제주시 종합경기장에서 약 30㎞ 떨어져 있다. 번영로 대천동 사거리에서 좌회전, 3㎞ 정도 가다 오른쪽으로 빠지는 수산2리 방향의 금백조로를 타고 3㎞ 더 가면 들어가는 길이 있다. 거미오름 입구 바로 맞은편의 백약이오름 안내판을 기준하면 된다.

송당리 사거리를 거쳐 중산간동로를 타고 북쪽 탐방로 입구로 가는 길도 있다. 손자봉 삼거리 100m 전방에서 손지오름으로 우회전해서 1.5㎞ 들어가도 되지만 멀고 길도 복잡하다.

금백조로에서 들어가 탐방로 입구까지 1㎞ 남짓한 거리지만 노면 상태가 좋지 않아 처음부터 걸어가는 게 좋다. 아련한 기억 속의 시골길이다. 특히 5월엔 길가 좌우에 연보랏빛 꽃을 피운 갯무의 군무가 운치를 더한다. 걸어가다 만난 보리밥나무는 행운이다. 주렁주렁 매달린 열매가 탐스럽다. 몇 개 따 추억과 함께 먹었다.

탐방로 서쪽 입구엔 마소의 출입 통제를 위해 철조망이 쳐졌지만 한쪽에 사다리가 설치돼 있어 오가는 데 지장이 없다. 거미오름을 난이도로 구분한다면 처음 주봉인 북봉(北峰)으로 오르는 길이 '상', 그다음 제2봉인 동봉(東峰)을 거쳐 분화구까지 내려가는 길이 '하', 그리고 3봉인 서봉(西峰)으로 올라가 하산하는 '중'이다.

난이도 '상'의 주봉으로 오르는 길은 다소 힘겹다. 정상부까지 인마의 발자국으로 만들어진 길이 곳곳에 나 있다. 가파르고 토심이 깊지 않다보니 표면이 벗겨져 벌건 송이의 속살을 드러내고 있으나 뾰족한 대책이 없어 안타까울 뿐이다.

그래도 보상은 있다. 남동쪽의 좌보미오름, 남서쪽의 백약이오름과 북쪽으론 높은오름이 손을 뻗으면 닿을 듯하다. 조금 멀리 다랑쉬와 아끈다랑쉬가 나란히 선 모습이 정겹다. 경치를 위안으로 한발 한발 내딛다보면 15분, 정상부다. 좌우로 가파른 정상부 능선을 따라 조금 나아가면 최정상이다.

주봉에서 동으로 내려가면 초원 같은 평지가 펼쳐진다. 여기에 조그만 분화구가 있는데 '선배'가 묘로 선점해 버렸다. 타이어매트 탐방로는 제2봉(동봉)으로 연결된다. 동봉 정상에서 북쪽으로 난 길을 내려가면 탐방로 북쪽 입구다. 동봉에서 남쪽으로 발을 돌려 내려가다 3부 능선 지경에서 북쪽의 분화구를 향한 탐방로가 보인다. 상큼한 풀내음을 맡으며 수풀을 헤치고 나가다보면 서봉(西峰)의 동쪽 자락이다. 채 10분을 올라가지 않아도 정상이다. 답압으로 조성된 탐방로는 주봉으로 올라가던 길과 만난다. 하산하면 1시간 정도 걸렸다.

▲ <거미오름 탐방로> A=서쪽 입구 B=교차점 C=주봉 정상 D=교차점 E=2봉 정상 F=북쪽 입구 G=교차점 H=3봉 정상 I·J·K=분화구 L=알오름 집단지
거미오름은 다른 오름과 달리 아주 복잡한 형태를 띠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탐방코스의 난이도가 얘기하듯 가파른 경사와 완만한 평지, 깊은 분화구와 낮은 분화구 등 선과 면이 다양한 오름이다. 피라미드형 봉우리(C)에 돔형 봉우리(E)가 있다. 깔때기 모양의 원형 분화구(I·K)가 있는가 하면 삼태기 모양의 말굽형화구(J)도 갖고 있다. 한마디로 보기드믄 복합형 화산체다. 전체적으론 말굽형 화구가 남서향으로 벌어진 모습이나 동쪽 기슭의 용암암설류(L) 등으로 미뤄 화산 폭발 초기에는 동쪽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 거미오름 서남쪽 자락에 곱게핀 토종야생화인 솜방망이

▲ 서쪽 탐방로 인근에서 만난 보리밥나무의 탐스런 열매

 

 

 

 

 

 

 

 

강순석 제주지질연구소장은 "여러개의 분화구가 이동하며 분출, 급경사의 화구와 완경사의 능선, 말굽형 화구, 암설류와 곶자왈지대와 습지 등도 형성했다"며 "왠지 오름에 올랐다는 기분, 오름의 진수를 보는 듯한 느낌은 거미오름의 다양성 때문"이라고 말했다.

거미오름의 또 다른 특징은 넓은 면적의 초지대다. 특유의 강한 바람 때문에 급경사면에는 관목이 자라기 어렵다는 자연적 요인에다 예로부터 마소들이 방목됐던 인위적 요인까지 겹쳐서 그렇다.

▲ 개민들레
김대신 연구사는 "가장 넓은 면적에 펼쳐진 초지대는 잔디가 우점하는 단초(短草)형의 식물군락"이라며 "여기에 개민들레·솜방망이나 구슬붕이·딱지꽃·좀씀바귀·꿀풀·낭아초·가락지나물·타래난초 등 키 작은 식물들이 혼생하며 야생화의 전시장을 방불케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외의 거미오름 사면에는 해송림이, 오름 하단부에는 낙엽활엽수림이 형성돼 있다. 활엽수림에는 때죽나무를 비롯, 윤노리·누리장·단풍·새비·센달·예덕·쥐똥·국수·보리밥나무와 가시딸기 등이 자라고 있다. 글·사진 김철웅 기자

"제주섬 화산지형 진수
오름공원 조성 최적지"
●인터뷰/강순석 제주지질연구소장

▲ 강순석 제주지질연구소장
"거미오름은 제주섬 화산지형의 진수를 보여준다"

강순석 제주지질연구소장은 "말굽형 분화구를 비롯해 다양한 분화구가 거미오름 내부에서 관찰된다"며 "오름 동측 기슭에 무수히 널려있는 용암암설류의 언덕들과 함께 거미오름은 화산지형의 모든 것을 보여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밝혔다.

강 소장은 "거미오름내 분화구들은 화산체가 폭발할 당시 시간대별로, 순서대로 오름이 형성되는 과정을 담고 있다"면서 "특히 오름 남사면에서 시작, 동쪽으로 이어지는 '수산곶자왈'의 발원지도 거미오름"이라고 강조했다.

거미오름의 다양성을 돋보이게 하는 화구 없는 화산체인 용암암설류(熔岩岩屑流·volcanic debris flow)에 대해 그는 "거미오름 분출 초기에 형성돼 있던 분화구 외륜의 일부가 용암에 의해 떠밀려 이동되며 형성된 것"이라고 말했다.

강 박사는 "거미오름 용암류는 화산 분출 당시 이미 형성돼 있던 분화구 외륜을 형성하는 송이층 밑을 흘렀다"면서 "이 과정에서 분화구 외륜은 부서져 말굽형 형태를 취하게 됐고, 분화구 하류부에는 송이층으로 이루어진 작은 언덕들이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에 따라 현재 거미오름의 말굽형 분화구는 남쪽으로 터져 있으나 화산폭발 초기에는 동쪽이었다는 사실도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강 박사는 거미오름에 대해 오름군락을 이용한 '오름공원'의 최적지로 평가했다. 다양한 화산지형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오름의 왕국'을 형성하고 있는 구좌읍 중산간의 중앙에 위치한 지질적·지리적 장점 때문이다.

그는 "주변에 다랑쉬오름·높은오름과 아부오름·백약이·좌보미 등 훌륭한 오름들이 밀집돼 있다"면서 "수산곶자왈도 끼고 있어 곶자왈을 중심으로 이들 오름들을 묶어 한 바퀴 돌아보는 오름트레킹 코스도 개발할 가치가 높다"고 제안했다. 김철웅 기자

◇기획 ‘다시 걷는 오름나그네’전문가 자문단
▲인문=김창집 탐라문화보존회장·소설가 ▲역사=박찬식 역사학자 ▲지질=강순석 제주지질연구소장 ▲식생=김대신 한라산연구소 녹지연구사 ▲정책=김양보 제주특별자치도WCC총괄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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