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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과 화산구조

까미l노 2012. 11. 13. 16:38

"한라산~김녕 19㎞ 화산구조선의 중심"
[다시 걷는 오름 나그네] <6>바농오름
등록 : 2011년 03월 23일 (수) 09:46:57
최종수정 : 2011년 03월 23일 (수) 09:46:57
김철웅 기자 jemin9062@yahoo.co.kr

▲ 남조로에서 바라본 바농오름 동쪽 사면
원형·말굽형 화구 2개의 쌍둥이형 복합화산체
"가시 많아 바농오름"…동 사면에 '미니곶자왈'

바농오름은 본연의 모습 못지 않게 위치로 관심을 끄는 오름이다. 한라산 정상에서 시작, 북동방향으로 흙붉은오름·물장오리·절물오름 등과 번영로 아래쪽 새미오름은 물론 저 멀리 해안가 김녕의 묘산봉·입산봉까지 일직선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화산구조선의 중앙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오름의 자태가 예사롭지 않은 게 아니다. 번영로나 남조로를 달리다 마주하는 바농오름의 곡선미는 주변을 압도한다. 2개의 화구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산체가 원에 가까운 저경을 유지하고 있는 덕분에 나름 균제미(均齊美)를 자랑한다.

<바농오름 탐방로>

A:남조로 분기점, B: 주차장, C: 탐방로 입구, D: 정상 E: 원형 분화구 F: 말굽형 분화구 G: 상록활엽수림 지대

 

<오름 동북방향 구조선>

a.새미오름 b.바농오름 c. 족은지그리 d. 큰지그리 e.민오름(봉개) f.절물오름 g.개오리오름 h.물장오리 I.쌀손장오리 j.어후오름 k.흙붉은오름 l.한라산 정상 1. 번영로 2. 남조로

바농오름은 제주도 동부지역 중산간도로인 번영로의 남조로교차로에서 남서쪽으로 직선거리 1.8㎞ 지점(조천읍 교래리 산108번지) 위치하고 있다. 동남쪽으로 제주돌문화박물관과 접한다.

원형과 말굽형 등 2개의 화구를 갖는 쌍둥이형 복합화산체로 비교적 큰 오름에 속한다. 표고가 552.1m인 이 오름은 비고가 142m로 도내 368개 오름 가운데 31번째로 높고 면적은 47만3953㎡로 61번째다. 저경 857m에 둘레는 2471m로 외사면은 비교적 급한 경사를 보인다.

원형화구는 산정부(E)에 있으며 말굽형은 원형 화구에서 서쪽 조금 내려간 곳(F)에 있다. 북동쪽으로 열린 말굽형 화구도 애초엔 원형 화구륜이었으나 용암유출로 붕괴된 것으로 추측된다.

강순석 제주지질연구소장은 "말굽형 화구가 먼저 폭발한 뒤 화구가 움직이면서(tilting) 다시 폭발, 중앙의 원형 화구가 만들어졌을 것"이라며 "원형이 30~50m 높은 것은 나중에 격렬히 분화하며 기존 분화구를 덮어 형성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생성시기는 민오름에서 흘러나와 바농오름을 둘러싸고 있는 제주돌박물관 북쪽 용암의 연대가 6만5000년 전이라는 분석결과 등으로 미뤄 10만~20만년 전으로 추정된다.

바늘오름, 한자로는 침산(針山)·침악(針岳)·반응악(盤凝岳)으로도 표기되던 바농오름의 어원은 가시가 많은 지역 식생에서 비롯된 듯하다. '바농'이 바늘의 제주어일뿐만 아니라 침산·침악은 물론 반응악도 '바농'의 다른 표기라는 분석이 많다.

'오름나그네' 김종철 선생이 밝힌 "가시자왈이난 경 부른댄 헙데다"라는 촌로의 '증언'이 없었더라도 옷가지를 붙잡고 몸에 생채기를 내는 온갖 가시나무 '덕분에' 왜 바농오름인지를 알 수 있다.

거리는 제주시에서 18㎞로 비교적 가깝다. 제주종합운동장에서 번영로를 타고 남조로교차로에서 우회전, 이기풍선교기념관 입구(A)로 들어가면 바농오름 주차장(B)이다. 오르는 길은 여럿 있으나 새롭게 단장된 동남쪽의 '공식' 탐방로 이용이 바람직하다.

탐라문화보존회 김창집 회장은 "동사면 계곡(G) 오른쪽 길은 마소나 등산객들의 답압으로 초지가 벗겨지면서 이제는 비가 오면 도랑"이라며 "경사가 가파르고 송이 때문에 미끄럽다. 오름 보호와 원활한 탐방을 위해 다른 곳을 이용해야 할 것"이라고 권고했다.

▲ 속살 드러낸 탐방로
현장 확인 결과 속살이 벗겨진 동쪽 사면에는 화산쇄설물인 송이와 식생이 씻겨 내려가 움푹 패이는 등 심각한 훼손 상태를 보여 안타까움을 더한다.

탐방로 입구(C)를 출발하면 가파른 계단의 연속이지만 산불감시초소와 삼각점이 있는 정상까지 15분이다. 정상에선 가까이 새미오름과 꾀꼬리오름·대천이오름·방애오름·늪서리오름을 넘어 우진제비·웃밤·거문오름·골채오름과 멀리 안돌오름 등 오름군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정상부 탐방로 남서쪽에 서면 북동방향의 화산구조선을 따라 늘어선 오름들의 위용과 마주하게 된다. 이 '한라산-김녕선'은 한라산 정상을 출발, 해안가 구좌읍 김녕리 입산봉까지 거의 일직선상으로 19㎞에 걸쳐 형성돼 있다.

백록담에서 흙붉은오름·어후오름·쌀손장오리·물장오리·개오리오름·절물오름·민오름·큰지그리오름·족은지그리오름과 바농오름에 이어 새미오름에서 잠깐 쉬고 묘산봉과 입산봉까지 내달리고 있다. 한라산~바농오름이 약 15㎞, 바농오름~입산봉이 약 14.2㎞이니 바농오름이 이 구조선의 중앙인 셈이다.

원형 화구는 한바퀴가 650m 정도여서 도는데 20여분이면 충분하다. 깊이 23m의 원형 화구에는 해송·쥐똥나무·찔레나무·청미래덩굴 등이, 말굽형 화구에는 보리수나무와 잡목 등이 자라고 있다.

말굽형 화구는 정상부 서쪽에서 왼쪽으로 난 길을 따라 가면 된다. 하지만 통행이 많지 않은 듯 걸음걸음마다 가시나무들의 반갑지 않은 인사를 감수해야 한다. 바농오름의 주인공들이다.

▲ 복수초

▲ 노루귀

 

 

 

 

 

 

 

 

 

 

 

 

 

그래도 보상은 있다. 곳곳에서 군락을 이룬 복수초와 크지는 않지만 단아한 모습의 노루귀가 인사를 한다. 잎이 나올 때 가장자리가 말려서 나와 털이 돋은 모습이 노루의 귀 같다고 해서 이름이 붙은 이 꽃은 대부분 하얀 색인데 간간이 보라색도 보인다.

북쪽 사면을 따라 내려오니 '바농벵듸못'라는 연못이 있다. 충분한 수량이 고여 있어 조천마을공동목장 등 주변 방목지의 중요한 급수원이었음을 짐작케 한다.

▲ 활엽수림 종
바농오름의 하단부는 대부분 조림지이나 원형 화구 사면에는 부분적으로 상록활엽수림이 형성돼 있다. 말굽형 화구는 서사면과 남사면·북사면을 중심으로 낙엽활수림이 자생하고 있어 다양한 식생들을 한 번에 접할 수 있다.

특히 원형 분화구의 동쪽에는 깊은 골(G)이 형성돼 있다. 여기에는 주변 곶자왈 등에서 이입된 것으로 보이는 상록활엽수림이 발달, 특이한 경관을 제공한다. 계곡처럼 급한 경사를 이루는 수림의 내부에는 붉가시나무와 생달나무가 우점하는 가운데 동백나무·사스레피·참식나무·새덕이·식나무·예덕나무 등도 분포한다. 경사지의 하층에는 곶자왈지대의 함몰지형에서 주로 관찰되는 일색고사리·큰톱지네고사리·지리개관중·뱀톱 등이 자라고 있다.

김대신 연구사는 "바농오름은 민오름 일대에서 시작돼 조천읍 저지대까지 약 11㎞에 걸쳐 이어지는 조천-함덕곶자왈지대의 중심에 위치, 경관적·식생적으로 독특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글·사진 김철웅 기자

"동서 방향 화산구조선
제주를 타원형 섬으로"

●인터뷰/강순석 제주지질연구소장

▲ 강순석 제주지질연구소장
"동서 방향의 화산구조선이 제주도를 현재와 같이 동서로 길게 늘어진 타원형의 섬으로 만들었다"

강순석 제주지질연구소장은 "화산구조선 이론은 일본인 하라구치(原口九萬)가 1928~1929년 조선총독부 소속으로 제주에서 실시한 지질조사 결과를 '제주도의 지질'이란 제목으로 발표하며 제기했다"고 말했다.

강 소장은 "하라구치는 제주도에 화산구조선이 존재한다고 믿고 중앙선·숲섬선·남해안선·북해안선·비양도-마라도선·김녕-토산리선·한라산-김녕선 등 7개의 구조선을 상정했고, 바농오름과 관련된 구조선은 한라산-김녕선"이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그는 하라구치의 의견에 100% 동의하지는 않았다.

강 소장은 "당시 지질조사 결과에 근거, 하라구치가 상정한 이론은 매우 훌륭하다고 본다"면서도 "그러나 최근의 선도적인 연구결과들과는 부합되지 않는 것들도 많다"고 지적했다.

강 소장은 "화산 분출 당시에는 일정한 배열을 가졌을 가능성이 매우 높지만 오름 300여개가 동시대에 동일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게 아니"라며 "오름들이 정연한 규칙이 없이 도내 곳곳에 분포돼 있어 화산구조선으로 모든 과정을 설명하기는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이어 그는 "오히려 오름들이 왜 동서방향의 중산간에 집중돼 있는지, 또는 섬의 모양이 중심화산인 한라산을 중심으로 동서남북의 길이가 같은 원형이 아니고 동서로 길게 늘어진 타원형이 됐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제주도의 화산구조선은 동서 장축방향의 중앙선으로 크게 이해할 수 있다. 이는 하라구치의 중앙선과 같다"며 "동서 방향의 오름에서 유출된 용암류가 하류에 곶자왈과 용암동굴을 생성시킨 화산활동의 결과로 제주도가 동서로 길어졌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김철웅 기자

◇기획 ‘다시 걷는 오름나그네’전문가 자문단
▲인문=김창집 탐라문화보존회장·소설가 ▲역사=박찬식 역사학자 ▲지질=강순석 제주지질연구소장 ▲식생=김대신 한라산연구소 녹지연구사 ▲정책=김양보 제주특별자치도WCC총괄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