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복합 화산체 거미오름 본문
"역동적이고 다양함 갖춘 복합 화산체" | |||||||||||||||||||||||||||||||||||||||||||||||||||||||||||||||||||||||||
[다시 걷는 오름 나그네] <10>거미오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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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오름은 멋은 역동성이고 맛은 다양성이다. 거미오름은 우선 3개의 주봉오리, 즉 '빅3'가 어깨를 맞대어 전체적인 모습을 형성한 뒤 수많은 '알오름'을 거느리는 힘을 보여준다. 거미오름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용암류를 성산읍 수산리까지 밀어 보내며 식생의 보고인 '수산곶자왈'도 만들어냈다. 뿐만 아니라 주봉의 외륜과 분화구의 가파른 경사 등 거칠음과 함께 주봉과 동봉 사이의 평원, 높이가 2m 남짓한 조그마한 분화구의 부드러움에 분화구 내의 수풀 등이 어우러진 거미오름은 다양한 맛이 있다. 이름은 오름 사면이 둥그렇고 층층이 언덕진 데다 사방으로 등성이가 뻗어나간 모습이 거미집과 비슷하다고 하여 거미오름이라 불렸다고 한다. 하지만 정상에서 보면 거미집보다 거미를 닮았다 하여 명명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갖게 된다. 여러 개의 봉우리가 한 오름을 형성하는 것도 그렇고, 무수한 알오름과 곶자왈 등 거미오름의 다양함이 하나의 몸체에서 여러갈래로 뻗어나간 거미발처럼 여겨진다. 거미 주자를 써서 주악(蛛岳)이라 표기한 기록도 있다고 한다. 조천읍 선흘리에 있는 검은오름(서검은오름)과 구분, 동거미오름 또는 동검은이라고도 하며 한자로는 동거문악(東巨文岳) 등으로 표기하고 있다. 거미오름은 제주시 종합경기장에서 약 30㎞ 떨어져 있다. 번영로 대천동 사거리에서 좌회전, 3㎞ 정도 가다 오른쪽으로 빠지는 수산2리 방향의 금백조로를 타고 3㎞ 더 가면 들어가는 길이 있다. 거미오름 입구 바로 맞은편의 백약이오름 안내판을 기준하면 된다. 송당리 사거리를 거쳐 중산간동로를 타고 북쪽 탐방로 입구로 가는 길도 있다. 손자봉 삼거리 100m 전방에서 손지오름으로 우회전해서 1.5㎞ 들어가도 되지만 멀고 길도 복잡하다. 금백조로에서 들어가 탐방로 입구까지 1㎞ 남짓한 거리지만 노면 상태가 좋지 않아 처음부터 걸어가는 게 좋다. 아련한 기억 속의 시골길이다. 특히 5월엔 길가 좌우에 연보랏빛 꽃을 피운 갯무의 군무가 운치를 더한다. 걸어가다 만난 보리밥나무는 행운이다. 주렁주렁 매달린 열매가 탐스럽다. 몇 개 따 추억과 함께 먹었다. 탐방로 서쪽 입구엔 마소의 출입 통제를 위해 철조망이 쳐졌지만 한쪽에 사다리가 설치돼 있어 오가는 데 지장이 없다. 거미오름을 난이도로 구분한다면 처음 주봉인 북봉(北峰)으로 오르는 길이 '상', 그다음 제2봉인 동봉(東峰)을 거쳐 분화구까지 내려가는 길이 '하', 그리고 3봉인 서봉(西峰)으로 올라가 하산하는 '중'이다. 난이도 '상'의 주봉으로 오르는 길은 다소 힘겹다. 정상부까지 인마의 발자국으로 만들어진 길이 곳곳에 나 있다. 가파르고 토심이 깊지 않다보니 표면이 벗겨져 벌건 송이의 속살을 드러내고 있으나 뾰족한 대책이 없어 안타까울 뿐이다. 그래도 보상은 있다. 남동쪽의 좌보미오름, 남서쪽의 백약이오름과 북쪽으론 높은오름이 손을 뻗으면 닿을 듯하다. 조금 멀리 다랑쉬와 아끈다랑쉬가 나란히 선 모습이 정겹다. 경치를 위안으로 한발 한발 내딛다보면 15분, 정상부다. 좌우로 가파른 정상부 능선을 따라 조금 나아가면 최정상이다. 주봉에서 동으로 내려가면 초원 같은 평지가 펼쳐진다. 여기에 조그만 분화구가 있는데 '선배'가 묘로 선점해 버렸다. 타이어매트 탐방로는 제2봉(동봉)으로 연결된다. 동봉 정상에서 북쪽으로 난 길을 내려가면 탐방로 북쪽 입구다. 동봉에서 남쪽으로 발을 돌려 내려가다 3부 능선 지경에서 북쪽의 분화구를 향한 탐방로가 보인다. 상큼한 풀내음을 맡으며 수풀을 헤치고 나가다보면 서봉(西峰)의 동쪽 자락이다. 채 10분을 올라가지 않아도 정상이다. 답압으로 조성된 탐방로는 주봉으로 올라가던 길과 만난다. 하산하면 1시간 정도 걸렸다.
강순석 제주지질연구소장은 "여러개의 분화구가 이동하며 분출, 급경사의 화구와 완경사의 능선, 말굽형 화구, 암설류와 곶자왈지대와 습지 등도 형성했다"며 "왠지 오름에 올랐다는 기분, 오름의 진수를 보는 듯한 느낌은 거미오름의 다양성 때문"이라고 말했다. 거미오름의 또 다른 특징은 넓은 면적의 초지대다. 특유의 강한 바람 때문에 급경사면에는 관목이 자라기 어렵다는 자연적 요인에다 예로부터 마소들이 방목됐던 인위적 요인까지 겹쳐서 그렇다.
이외의 거미오름 사면에는 해송림이, 오름 하단부에는 낙엽활엽수림이 형성돼 있다. 활엽수림에는 때죽나무를 비롯, 윤노리·누리장·단풍·새비·센달·예덕·쥐똥·국수·보리밥나무와 가시딸기 등이 자라고 있다. 글·사진 김철웅 기자
▲인문=김창집 탐라문화보존회장·소설가 ▲역사=박찬식 역사학자 ▲지질=강순석 제주지질연구소장 ▲식생=김대신 한라산연구소 녹지연구사 ▲정책=김양보 제주특별자치도WCC총괄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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