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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의 옛 이야기

까미l노 2012. 11. 13. 16:37

오름이 간직한 이야기들 산행의 또다른 묘미 선사
<위크앤팡> 여행과 풍경
[진창기의 이런디 알암수광] 성판악 등산코스(3)-흙붉은오름과 돌오름
등록 : 2011년 03월 25일 (금) 15:20:54
최종수정 : 2011년 03월 25일 (금) 15:20:54
진창기 webmaster@jemin.com

 

▲ 흙붉은오름에서 본 돌오름_성판악_사라악(왼쪽부터 돌오름, 성판악, 사라악)
▲ 한라산정상에서 본 흙붉은오름과 돌오름
▲ 흙붉은오름에서 본 한라산정상
▲ 사라악 등산로 입구
수려한 풍광 조망

성판악 등산로 입구에서 5.8㎞ 지점에 2010년 11월부터 개방한 사라악 등산로 입구가 나온다. 사라악 입구를 중심으로 남쪽에는 사라악, 북쪽에는 흙붉은오름과 돌오름이 자리한다. 성판악코스는 대부분 숲길이기 때문에 나무가 우거지면 등산로에서 이 오름들이 보이지 않지만, 나뭇잎이 떨어지면 나무들 사이로 오름들이 언뜻언뜻 보인다. 특히 적설기에는 하절기 등산로보다 눈이 쌓인 만큼 높은 위치 즉, 1m 이상 높은 곳에서 바라보기 때문

▲ 적설기 등산로
에 하절기 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 돌길과 계단길이 완전히 눈에 묻혀 없어지고, 보다 멀리 보이는 적설기 등산만의 묘미를 맛볼 수 있다.

세 오름은 조망권이 많이 중첩되는 것 같지만 오름마다 얽힌 이야기들은 음미하며 등산해보면 전혀 다른 느낌을 받는다. 흙붉은오름과 돌오름은 사라악 못지않은 풍광을 조망할 수 있는 곳이다. 사라악은 개방과 동시에 연재했으므로 흙붉은오름과 돌오름에 대하여 타계하신 제주산악회 김종철 회원의 저서 「오름나그네」를 바탕으로 소개하고자 한다.

▲ 등산로에서 본 흙붉은오름

▲ 등산로에서 본 돌오름
금지된 등산로

사라악은 동쪽으로 성판악과 물장오리를 비롯한 제주도 동부 오름군락이 보이고, 서쪽은 한라산 정상이 보인다. 남쪽은 서귀포를 비롯하여 바다에 떠있는 섬들이 한눈에 들어오고, 북쪽은 흙붉은오름 정상이 조금 보인다. 하지만 현재의 사라악전망대에서는 동쪽의 풍경은 볼 수가 없다.

흙붉은오름과 돌오름은 동쪽으로 성판악과 물장오리를 비롯한 제주도 동부 오름군락이 보이고, 서쪽은 한라산 정상과 장구목이 보인다. 남쪽은 사라악이 보이고, 북쪽은 제주시 앞바다와 섬들이 보인다.

그러나 흙붉은오름과 돌오름의 등산은 금지되어 있다. 등산로가 없을뿐더러 개방하지도 않았었다. 등산은 사라악 입구 500여m 아래에서 북쪽방향인 돌오름 서쪽 발아래로 들어가는데, 사람들이 다니지 않았기 때문에 등산로 흔적은 거의 없다. 지도를 펴놓고 방향을 잡은 다음 걷기 편한 길로 무작정 가는 방법밖에 없다. 근래에 제작한 지도에는 길표시가 없으므로, 길이 표시된 1984년 제주산악회 창립 20주년기념으로 이우형씨가 제작한 한라산 지도를 구할 수 있으면 더욱 좋다.

▲ 돌오름에서 본 한라산정상과 흙붉은오름
▲ 물오름에서 본 돌오름과 흙붉은오름 물오름 : 성판악 등산로 입구 동쪽에 있는 오름(항공관련 안테나가 설치된 오름) 

아이 못낳는 여인들의 치성터

흙붉은오름까지 소요시간은 1시간이 걸리지 않고, 비고가 150여m이므로 그리 힘들지 않게 등산할 수 있다.

흙붉은오름은 '붉은오름'이라고도 하는데, 높이가 1391m이며 옛문헌에는 토적악(土赤岳), 적악(赤岳)으로 나온다. 오름정상이 붉은 송이로 덮여 있어서 붉은 색을 띠기 때문에 흙붉은오름이라고 부른다. 오름 주변에는 구상나무를 비롯한 나무들이 우거져 있다.

토적악은 풍수지리적으로 옥문형(玉門形)이라 하여 말굽형 화구인데, 오름 깊숙이에 솟아 흐르는 샘이 있다. 이 샘은 영묘한 생명력의 상징으로서 예부터 이곳의 샘물로 목욕재계하고 치성을 드리면 아이를 얻게 된다고 믿어져 왔다. 그리하여 아이를 못낳는 여인들이 간절한 염원을 안고 먼 산길을 찾아가는 치성터이기도 하다.

흙붉은오름의 형상은 다리를 벌려 앉은 모습으로 여성을 뜻한다. 정상에서 물장오리와 관음사 쪽으로 등산로가 이어지며, 1967년 부종휴씨가 흰진달래를 발견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었다.

고려장 풍습 전해지는 곳

돌오름은 '신선오름', '신산오름'이라고도 하는데, 높이가 1279m이며, 옛문헌에는 신산악(申山岳), 석악(石岳)으로 나온다. 오름정상에 큰 바위가 얹혀 있어서 돌오름이라고 부른다.

전하는 말에 의하면 돌오름에는 궤(굴)가 하나 있는데, 그곳에서 고려장(高麗葬·늙고 병든 사람을 산 채로 매장) 시키는 풍습이 있었다고 한다.

부모가 늙고 병들면 자식들은 이 오름 자락 굴에다 모셔와 음식을 마련해두고 가면서 이승의 삶을 마감하고 신선이 되어 승천하기를 바랐다. 신선이 되어 영생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한 사냥꾼이 이 앞을 지나다가 누워있는 웬 노인에게 큰 구렁이가 다가가는 것을 목격하자 바로 쏘아 죽인 뒤, 노인을 업고 마을로 내려가서 알린 뒤로는 고려장 풍습이 없어졌다고 한다. 돌오름의 형상은 하늘을 향해 솟은 남근의 모습이다.

산허리 오름 등산벨트 구축 제안

흙붉은오름과 돌오름은 각각 여성과 남성을 상징한다. 그 모습은 한라산 정상에서 관음사쪽으로 하산하는 등산로의 50여m지점에서 동쪽으로 내려다보면 선명하게 보인다. 구간이 30여m 밖에 되지 않으므로 그냥 지나치기 쉽다. 느낌은 다르지만 성판악 등산로 입구 동쪽 물오름 허리에서 서쪽으로 올려다봐도 그 모습이 보인다. 특히 눈이 쌓인 적설기에는 선이 더욱 뚜렷하다.

사라악이 개방되고 나서 성판악등산로 탐방객들이 많이 늘어났다. 성판악등산로 이용 목적이 예전에는 한라산 정상 등정이었지만, 지금은 사라악을 등산하기 위한 사람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정상 등정 목적이 아닌 건강을 위한 유산객들이 많아졌다는 이야기다.

그러므로 사라악만을 개방할 것이 아니라 흙붉은오름과 돌오름도 같이 개방하면 어떨까 싶다. 산허리 오름 등산 벨트를 구축하는 것이다.

흙붉은오름과 돌오름은 사라악보다 조망권이 더 넓기 때문에 세 오름을 묶어서 개방한다면 탐방객들에게 보다 다양한 한라산의 경치를 보여줄 수 있다.

흙붉은오름에서 보는 한라산 정상의 모습은 제주도(島) 동쪽 어느 곳에서 바라보는 모습보다 훨씬 더 장엄하기 때문이다. /산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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