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세 쌍둥이 같은 궤펜이오름 본문

소금창고

세 쌍둥이 같은 궤펜이오름

까미l노 2012. 11. 13. 16:28

"삼형제가 나란히 손잡아 하나 된 오름"
[다시 걷는 오름 나그네] <15>궤펜이오름
등록 : 2011년 07월 27일 (수) 10:14:13
최종수정 : 2011년 07월 27일 (수) 10:14:13
김철웅 기자 jemin9062@yahoo.co.kr

 

▲ 물오름에서 본 궤펜이오름 남서면
탐방로 난이도 및 오름 조합도 조화롭고 다양
고즈넉한 숲길과 3개 오름 모두 도는데 2시간

궤펜이오름의 멋은 조화로움과 다양함이다. 궤펜이 본체와 샛궤펜이·섯궤펜이 등 크기가 서로 다른 오름 삼형제가 팔짱을 끼듯 나란히, 사실상 하나의 오름을 만들고 있다. 탐방코스의 난이도 또한 잘 조화된 오름이다. 한적한 숲길로 시작, 평지성 탐방로와 가파른 오르막과 내리막 등 잘 어우러졌다. 오름 구성도 그렇다. 제일 높은 본체가 '상'의 오름이라면 섯궤펜이는 '중', 가운데 샛궤펜이는 '간식'처럼 부담이 없어 난이도가 '하'다. 결코 단조롭지 않고 다양함을 가진 오름이다.

궤펜이오름은 성판악 휴게소에서 직선거리로 북동쪽 1.7㎞ 지점에 위치하고 있다. 제주시 조천읍과 서귀포시 남원읍 경계에 걸쳐 있으나 '공식' 소재지는 조천읍 교래리 산137-1번지 일대다. 궤펜이오름이라하면 가장 높은 동쪽의 궤펜이오름 본체(표고 792.1m)만을 지칭하기도 하나 통상 가운데 있는 샛궤펜이와 그 서쪽의 섯궤펜이 등 3개의 오름을 일컫는다.

3개가 합쳐 하나를 형성하고 있는 만큼 큰 오름에 속한다. 높이는 궤펜이 본체가 167m로 도내 368개 오름 가운데 17번째이고, 면적은 본체는 52만9149㎡(46위)이나 샛궤펜이(4만8413㎡·320위)와 섯궤펜이(7만2807㎡·284위) 등 삼형제가 합치면 65만369㎡로 26위까지 오른다.

▲ <궤펜이오름 탐방로>

A=5·16도로 성판교 B=임도 입구 C=탐방로 입구 교차점 D=궤펜이오름·샛궤펜이오름 탐방로 교차점 E=궤펜이오름 분화구 F=샛궤펜이오름 분화구 G=섯궤펜이오름 분화구 H=넙거리오름

이름은 '바위굴'과 이편·저편을 나타내는 '편'의 제주어인 '궤'와 '펜'이 합쳐져 만들어졌다. 궤펜이 본체 분화구 중심에서 거의 정북 방향(358도) 600m 지점에 45m 길이의 용암동굴이 있어 동굴이 있는 오름이란 뜻이다. 궤펭이오름이라고도 하며 한자로는 고편악(孤片岳)이라고 쓴다.

탐방로는 5·16도로에서 들어간다. 제주시 종합경기장에서 서귀포 방향으로 5·16도로 상 18㎞ 지점에서 동쪽으로 나 있는 임도를 이용하면 된다. 임도 입구(탐방로 지도 B)는 성판악 휴게소에서 5·15도로 제주시 방향 1.5㎞ 지점이기도 하다.

임도 입구 한 쪽에 차를 세우고 고즈넉한 숲길 1.1㎞를 20여분 걸어 들어가면 표고재배장이 나온다. 못된 오름꾼들의 '손장난' 때문에 임도 초입에 '관계자외 출입금지'라는 팻말을 서있다.

표고재배장 관리사 마당 동쪽에 궤펜이로 가는 길이 있다. 3분후 나타난 건천을 건너 5분을 더 가면 탐방로 입구 교차점(〃D)이다. 동쪽으로 좌회전하면 궤펜이 본체로 간다. 가파른 탐방로가 정상부까지 이어지나 10분 정도면 오를 수 있다. 궤펜이오름 탐방로에서 최고의 난이도 구간이다. 둘레 약 450m의 정상부는 10여분이면 한 바퀴 돌 수 있으나 분화구 안에도 수목이 무성, 격한 경사만 짐작할 뿐 바닥은 볼 수 가 없다.

정상부 동쪽을 거쳐 남동사면을 시작으로 서면까지 능선을 따라 내려가면 다시 탐방로 입구 교차점(〃D)이다. 표고재배장 관리사를 출발한 지 약 50분이다. 이곳에서 표고재배장 쪽(〃C)으로 돌아가도 되고 정상까지 5분 밖에 걸리지 않아 '간식'처럼 부담 없는 샛궤펜이를 거쳐 섯궤펜이까지 갈수도 있다.

샛궤펜이 정상에서 10분 정도 걸리는 섯궤펜이 정상을 거쳐 북사면으로 내려가면 관리사 바로 인근의 샘물터가 나온다. 표고재배장 식수원으로 활용됐던 곳이다. 샛궤펜이 정상을 출발한 지 40분, 표고재배장을 출발한 지 1시간40분 정도 걸렸다. 다시 20여분 걸어 나가야 하니 임도 입구를 출발, 궤펜이 삼형제 탐방을 마치고 돌아오는데 2시간 소요되는 셈이다.

 

▲ 궤펜이오름 가는 숲길
궤펜이오름의 특징은 세쌍둥이 오름(Triple volcano)의 형태를 취하면서 세 봉우리 모두 산상화구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본체엔 동남향으로 크게 터진 말굽형 분화구까지 있다.

궤펜이는 화산체의 형태가 완벽하게 남아 있고, 송이구(Scoria Cone)으로 돼 있을 뿐만 아니라 비교적 한라산 고지대에 위치하고 있는 점으로 미뤄 최근세(수만년 전)에 분출한 것으로 추정된다.

강순석 제주지질연구소장은 "궤펜이에 이어 서궤펜이·샛궤펜이 순으로 분화한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본체의 말굽형 등 분화구의 변형과 3개의 오름이 잇따라 형성된 이유는 지하에서 지표면으로 연결된 화구(vent)가 화산활동 당시 이동된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강 박사는 "궤라는 동굴은 궤펜이 기슭에 있지만 궤펜이오름과는 무관하게 넙거리오름이나 상부의 한라산 고지대에서 흘러나온 용암류에 의해 형성된 용암동굴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궤는 넙거리오름에서도 북동방향으로 0.7㎞밖에 떨어지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 하늘말나리
▲ 궤펜이오름의 으름난초
넙거리오름과 궤펜이오름 군 사이에 비교적 편평한 지형에 위치하고 있는 궤의 상부는 주변 지역과 달리 제주조릿대가 분포하지 않고 크고 작은 암괴들이 널려 있다. 궤가 형성된 지역 주변의 넓은 전석지대로 인해 토양형성이 빈약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궤는 입구가 직하 5m, 내부는 동서 방향으로 45m 의 긴 동굴로 박쥐가 서식하고 있다. 덤불 속에 위치, 찾기가 쉽지 않고 감흥도 별로 없는 만큼 '보호'를 위해서도 굳이 찾을 이유가 없는 동굴이다.

궤펜이오름은 해발 700m 이상이어서 인접한 한라산천연보호구역의 식생과 유사한 점이 많은 편이다.

 

▲ 산수국
김대신 한라산연구소 연구사는 "궤펜이오름 상부는 한라산 천연보호구역과 인접하고 하부로는 물찻오름·붉은오름 등 중산간 지대의 오름들과 이어지고 있어 궤펜이는 식생적으로 한라산지역과 동부지역 오름군을 이어주는 중요한 연결고리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름 주변지역은 과거부터 표고재배 등으로 많이 이용, 부식질이 많고 강수량도 비교적 풍부한 지역으로 다양한 식물이 분포하고 있다. 특히 으름난초·천마 같은 부생식물도 자주 관찰되는데 난과(科) 식물인 으름난초는 환경부지정 멸종위기야생식물 2급이다. 으름난초는 남방계 식물의 하나로 우리나라는 식물지리학적으로 분포의 북한계 지역에 해당한다. 잎이 없어 주로 낙엽수림 밑에서 뽕나무버섯과 공생한다.

궤펜이오름에는 개서나무를 비롯, 산딸·산뽕·때죽·비목·단풍·쪽동백·졸참·고로쇠나무와 섬개벚지·곰의말채 등이 교목층에 분포하고, 하층에는 제주조릿대와 산수국·꽝꽝나무·초피나무·관중·으름난초·곰취 등이 자라고 있다. /글·사진 김철웅 기자

 

"산 좋고 물 좋은 제주
표고버섯 재배 최적지"
●인터뷰/문봉성 제주시산림조합장


▲ 문봉성 제주시산림조합장
"제주도 표고버섯 산업은 전국 버섯 수출물량의 50%를 차지할 정도로 번성했다"

문봉성 제주시산림조합장은 "산 좋고 물 좋은 제주는 표고버섯 재배의 최적지"라며 "1960년대 본격적인 상업화 재배에 이어 일본 등지로 수출이 이뤄지면서 1973년엔 제주산 표고버섯이 10만㎏에 112만 달러로 전국의 수출물량의 50% 이상을 차지했다"고 말했다.

문 조합장은 제주의 표고버섯 역사에 대해 "1453년 편찬된 '세종실록지리지'에 경상도 12개소·전라도 13개소와 제주도 등 26개소가 표고주산지로 기록돼 있다"고 전제, "그러나 일본인들이 산도식 포자접종법으로 재배를 시작한 1905년을 시초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한때 표고재배장은 한라산 국유림지역 낙엽활엽수림대의 해발 600고지를 중심으로 76개소에 달하기도 했으나 재배장 위치가 한라산국립공원으로 지정되면서 철거, 현재는 해발 200~600고지에서 시설 및 노지 재배장 22개소가 운영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문 조합장은 "표고버섯 재배엔 표고자목 공급이 필수이나 구하기가 쉽지 않다"며 행정의 관심과 배려를 희망했다.

표고재배의 어려움으로 그는 "자목벌채에서 운반·접종·세우기·뒤집기와 수확 등 노동 집약적이고 중노동"이라며 "여기에 지구온난화로 인한 생육 저조와 유가 상승으로 건표고 생산비 부담이 늘면서 생표고의 홍수 출하로 소득마저 떨어지는 아픔이 있다"고 전했다.

문 조합장은 "제주 표고버섯은 무농약과 한라산의 신선한 공기 등 청정 환경에서 자라는 만큼 어디에 내놔도 견줄 수 있다"면서 "예로부터 인정된 좋은 약효성의 성인병 예방 성분과 낮은 칼로리 등으로 미용식품으로 이용되고 있다"고 자랑했다.

도내 표고버섯 생산량과 조수입은 2007년 126t·16억4900만원에서 2009년 85t·10억2700만원으로 급감하고 있다. 김철웅 기자

 

◇기획 ‘다시 걷는 오름나그네’전문가 자문단
▲인문=김창집 탐라문화보존회장·소설가 ▲역사=박찬식 역사학자 ▲지질=강순석 제주지질연구소장 ▲식생=김대신 한라산연구소 녹지연구사 ▲정책=김양보 제주특별자치도WCC총괄팀장

'소금창고'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곡선미 새별오름  (0) 2012.11.13
이국적인 이승악  (0) 2012.11.13
절제된 남성미 바리메오름  (0) 2012.11.13
남겨둔 고향 서우봉  (0) 2012.11.13
습지생태 영아리 오름  (0) 2012.1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