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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선미 새별오름

까미l노 2012. 11. 13. 16:30

"강인함과 부드러움 함께 갖는 곡선미 매력"
[다시 걷는 오름 나그네] <11>새별오름
등록 : 2011년 06월 01일 (수) 09:59:10
최종수정 : 2011년 06월 01일 (수) 09:59:10
김철웅 기자 jemin9062@yahoo.co.kr

 

▲ 평화로 방면에서 바라본 새별오름 남면
제주시서 20㎞·산행 1시간 포함 2시간이면 충분
과거 '묵호의 난' 격전지가 지금은 들불축제의 장


새별오름 멋은 부드러운 곡선미다. 최고봉을 기준으로 남쪽으로 미끄러지듯 쓸려 내려간 남면에선 강인함이 느껴진다. 반면 북쪽 봉우리로 가는 능선을 두고 좌우로 우묵하게 들어간뒤 펼쳐지는 곡선에선 세밀함과 부드러움이 배어난다. 특히 수려한 외모의 새별오름은 제주도의 대표적 축제인 정월대보름들불축제의 장으로도 유명하다. 오름 남면 약 40만㎡에 달하는 면적을 태우는 억새의 불꽃은 장관 그 자체다. 평소에는 미려한 곡선미로, 특별한 날엔 불꽃으로 즐거움을 선사하는 새별오름이다.


새별오름은 애월읍 봉성리 산59-8번지(표고 519.3m)에 위치한 비교적 높고 큰 오름이다. 비고는 119m로 도내 368개 오름 가운데 69번째로 높고 면적은 52만2216㎡로 47번째다. 저경 954m에 둘레는 2713m다.

이름은 밤 하늘 샛별과 같이 드넓은 들판에 외롭게 서있다 하여 붙여졌다고 한다. 하지만 주봉을 중심으로 북쪽과 좌우 등 5개의 봉우리에서 별의 모양을 발견하고 석양에 황금색으로 빛나는 오름 자락의 억새에서 샛별의 의미를 찾아 붙이지 않았나하는 생각도 든다. 한자는 효성악(曉星岳)·신성악(晨星岳·新星岳)으로 표기한다.

새별오름은 신제주로터리에서 평화로를 타고 20.5㎞다. 승용차로 20여분이면 들불축제장이자 오름 주차장이다. 도로의 발달에 따라 새별오름의 주 탐방로도 바뀌었다.

김창집 탐라문화보존회장은 "옛날에는 북쪽 금악리에서 이시돌목장 길로 올라와 이달봉 남쪽 통로 등을 이용했다"며 "서부산업도로가 개설되면서 남쪽 탐방로를 이용한다"고 말했다.

새별오름은 동쪽으로 올라 서쪽으로 내려오는 게 좋다. 올라갈 때 가파른 길을 피하고 전체를 둘러보기 용이하다.

▲  <새별오름 탐방로>
A=평화로 방면 입구 B=교차점 C=주봉 정상부 동쪽 D=주봉 정상 E=주봉 정상부 서쪽 F=북쪽 봉우리 G=동쪽 소봉우리 H=동쪽 화구 I=서쪽 화구 J=이달봉 가는 길
주차장을 떠나 오름에 들어가 오른쪽으로 나아가면 북쪽으로 올라가는 길이 선명하다. 주봉 정상부 동쪽(C)을 거쳐 올라가면 정상(D)이다. 동쪽 멀리 한라산 북봉이, 가까이엔 바리메오름 형제와 괴오름·북돋아진오름이 눈에 들어온다. 남서쪽으론 산방산까지 보이고 바로 서쪽의 이달봉은 손을 뻗으면 잡힐 듯하다. 여기서 곧장 정상부 서쪽(E)을 거쳐 내려가도 되지만 북쪽 봉우리(F)를 다녀오지 않으면 절반의 탐방이다.

정상 바로 옆의 '이달봉 가는 길' 팻말 방향, 북쪽으로 난 능선을 따라가면 된다. 주봉보다 30m 낮은 능선의 최저점을 지나 100m 정도 진행하면 주봉보다 20m 가량 낮은 북쪽 봉우리(F) 있다. 이곳 뒤늦게 굳은 용암으로 형성된 대형 암석들 사이 꼭 한 자리만큼의 면적에 묘가 1기 있다. 두 손을 돌하르방처럼 가슴에 가지런히 얹고 입이 찢어질 듯 웃는 서쪽의 큰 석인의 모습이 정겹다. 반대편 석인은 그와 정반대로 입이 한 일(一)자다.

특히 주봉과 북봉을 연결하는 능선을 좌우로 움푹한 굼부리가 형성돼 있다. 동쪽(G)은 조금 작지만 다소 가파르고 서쪽(H)은 다소 완만하지만 면적이 넓다.

▲ 새별오름 자락서 봄바람에 흔들리는 창질경이
▲ 새별오름 북봉 정상무 묘에서 인심 좋게 웃고 있는 석인







 




 

▲ 찔레꽃
▲ 구슬붕이








 








▲ 갯취
여기서 이달봉 쪽으로 내려가도 된다. 새별오름이 목적이라면 길을 되돌아 주봉과 정상부 서쪽(E)을 거쳐 내려오면 된다. 들꽃과 시간을 나누어도 1시간이면 넉넉하다.

새별오름은 역사와 현재를 아우르는 스토리가 있다. 북봉 너머 북동쪽 에브리스 골프장에서 서쪽 이달오름으로 이어지는 광활한 초원이 옛 어음리인 '어림비'로 고려말 '목호의 난' 때 최영 장군과 목마장을 관리하던 몽골인들이 한바탕 붙었던 곳이다.

1374년 명나라로부터 말 2000필을 요구받은 고려 조정이 이를 제주에서 징발하려는 방침에 목호들이 반발하며 난을 일으키자 최영 장군이 전함 314척과 군사 2만5000여명을 이끌고 명월포에 상륙 후 어림비·금오름·새별오름·예래·홍로 등지에서 격파했다.

오늘의 새별오름은 정월대보름 들불축제의 장소다. 지형적·지질적 여건이 맞아 떨어진 덕분이다. 우선 오름 전면에 나무들이 없어 들불을 놓기에 좋고 아주 높지도 않고 경사도 비교적 완만, 광장 및 도로에서 불을 감상하기에 적당하기 때문이다. 다른 오름과 달리 전면에 넓은 광장이 있어 1만여대의 자동차를 동시에 주차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불 놓는 면적 38만6000㎡에 광장 및 주차장 34만6000㎡ 등 73만2000㎡의 새별오름은 2000년부터 들불축제장으로 활용되면서 축제기간엔 30만명이 찾는 '명소'가 되고 있다.

▲ 새별오름 북 봉암괴
지질적으로 새별오름은 서사면에 넓게 휘돌아진 말굽형 화구와 북쪽 사면에 소형의 말굽형 화구를 갖는 복합형 화산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주봉과 북봉을 연결하는 능선 좌우로 형성된 말굽형 화구 등 오름의 복잡한 형태 때문에 일종의 이중화산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즉 1차 화산이 폭발, 오름의 동쪽 소봉우리(G) 높이의 외륜이 형성됐다가 중앙에서 다시 화산이 터지며 지금의 형태로 변형됐다는 것이다.

2차 폭발시 분출된 송이는 남쪽의 정상부를 형성했고 용암은 좌우로 나뉘어 흐르며 1차 폭발로 형성됐던 외구의 외륜을 무너뜨리며 흘러 2개의 말굽형태의 화구와 '묵호의 난'의 격전장이었던 어림비 등 초원이 형성됐다는 관측이다.

강순석 제주지질연구소장은 "수성화산에 이은 육상 분화가 있었던 송악산과는 달리 육상에서 2번 터진 것 같다"며 "시대는 정확하진 않지만 빌레못동굴 형성시기인 10만년전 내외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새별오름의 식생은 인위적인 화입에 의해 식생을 형성하는 지역과 화구를 중심으로 낙엽활엽수림이 형성됐다는 특징적이 있다.

김대신 연구사는 "주기적인 화입지역엔 참억새가 우점하는 가운데 갯취 같은 한국특산식물의 중요한 생육지가 되고 있으며 비화입 지역에는 사면을 따라 떡갈나무군락과 때죽나무군락이 형성되고 있어 매우 흥미롭다"고 밝혔다.

때죽나무군락에는 국수나무·꾸지뽕나무·팥배나무·산수국·바위수국·참나리·참빗살나무·팽나무·쥐똥나무·상산·윤노리나무·사스레피·산딸나무·떡윤노리·가막살나무 등이 분포하고 있다. 김철웅 기자
"정월대보름 들불축제
제주목축문화 현대화"
●인터뷰/강덕화 제주시문화산업국장


▲ 강덕화 제주시문화산업국장
"정월대보름 들불축제는 옛 제주의 목축문화를 현대적 감각에 맞게 이벤트화한 것이다"

들불축제를 주관하는 강덕화 제주시 문화산업국장은 "30년전만 해도 중산간 마을에선 해묵은 풀을 없애고 해충을 구제, 좋은 풀을 얻기 위해 늦겨울 들에 불을 놓았다"며 "이러한 제주 선민들의 삶이 새롭게 승화·발전된 게 들불축제"라고 설명했다.

강 국장은 "들불축제는 1997년 시작됐다"며 "당시는 애월읍 어음리 일대에서 정월대보름 당일만 축제를 열고 3회(1999년)는 구좌읍 덕천공동목장으로 옮겨 치르기도 했으나 2000년 새천년 정월대보름 축제를 계기로 장소가 새별오름으로 고정됐다"고 소개했다.

이어 그는 "제주도의 대표적 축제이자 명실상부 전국적인 축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며 2001년과 2002년 문화체육관광부 선정 우수축제와 2006~2011년 6회 연속 유망축제에 선정된 '이력'을 자랑했다.

강 국장은 그러나 2011 제주정월대보름 들불축제가 구제역 여파로 취소된 데 크게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연초 전국적인 구제역 상황이 진정세를 보이지 않자 만일의 사태를 우려, 취소했다"며 "관광업의 손실보다 올해 축제 미개최를 이유로 내년도 문화체육관광부 축제로 선정 가능성이 낮아진 게 더 걱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강 국장은 "들불축제를 불(火)·달(月)에다 제주만의 오름(岳)과 말(馬)을 결합, 타지방 향토축제와 차별화하는 동시에 도민이 주인공인 화합축제, 지역성을 탈피한 세계적인 축제, 제주의 특징을 담은 알찬 축제, 경제축제로 만들어나가겠다"고 밝혔다.

특히 강 국장은 "정월대보름들불축제는 독특한 민속문화 자원의 계승 발전과 브랜드화를 위해 프로그램을 강화하겠다"면서 "화산섬 제주를 생성한 신성한 불꽃을 피워 활화산보다 더 뜨거운 희망의 진운을 나눌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철웅 기자

◇기획 ‘다시 걷는 오름나그네’전문가 자문단
▲인문=김창집 탐라문화보존회장·소설가 ▲역사=박찬식 역사학자 ▲지질=강순석 제주지질연구소장 ▲식생=김대신 한라산연구소 녹지연구사 ▲정책=김양보 제주특별자치도WCC총괄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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