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이국적인 이승악 본문
"울창한 녹음에 이국적 분위기가 매력" | ||||||||||||||||||||||||||||||||||||||||||||||||||||||||||||||||||||||||||||||||||||||||
[다시 걷는 오름 나그네] <12>이승악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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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악의 멋은 울창한 녹음이고 맛은 색다름이다. 이승악은 한여름 뙤약볕이 내려쬘 때도 모자를 쓸 필요가 없다할 정도로 녹음이 무성하다. 또한 이승악의 숲은 다양하다. 특히 수m의 활엽수 등으로 터널처럼 형성된 고즈넉한 숲길이 있는 가하면 수령이 100년은 족히 될 듯한 거목들로 빽빽이 들어선 열대림 분위기의 '밀림'에 개천도 있다. 제주 선인들의 삶의 편린을 느낄 수 있는 숯가마 터에 일제에 생채기를 당한 또 하나의 역사의 현장인 진지동굴도 있는 이승악은 '매력' 덩어리다. 이승악은 한라산 백록담에서 동남동쪽 자락 8.5㎞ 지점(표고 539.0m) 신례리공동목장 안에 위치해 있다. 서귀포시 남원읍 신례리 산2-1번지다. 비고나 면적 모두 상위 3분의1에 드는 비교적 큰 오름이다. 비고는 114m로 도내 368개 오름 가운데 83번째로 높고 면적은 33만2070 ㎡(둘레 2437m·저경 700m)로 122번째다. 이름은 '이승이오름' '이슥이오름'이라고도 하며 줄여서 이승이 또는 이슥이라고도 한다. 어원은 분명치 않고 산모양이 삵(삵괭이)처럼 생긴 때문이라는 설과 삵이 살아서 그렇다는 설이 공존한다. 한자로는 삵을 뜻하는 이(狸)와 삵의 제주말인 '슥' 또는 '식'이 붙어 이승악(狸升岳)으로 표기한다. 이생악(狸生岳)으로도 썼다. 이승악은 신제주로터리에서 5·16도로의 서성로 교차로까지 30㎞, 이곳서 신례리공동목장 입구까지 3㎞다. 목장 입구부터 이승악오름을 포함하는 트레킹 코스가 마련돼 있어 오름 탐방로 입구까지 2.3㎞를 걸어가도 좋다. 송이가 깔려 있고 코스를 따라 커다란 삼나무가 식재돼 있어 그늘도 지고 운치도 좋다.
특히 계속되는 침식으로 인해 수m의 암괴를 거목의 뿌리가 감싸고 있는 제주도의 '앙코르와트'가 펼쳐진다. 규모는 다르지만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 유적지의 풍경과 비슷하다. 당초에는 지표면에 덮여 있던 암괴들이 계속되는 침식으로 인해 노출되자 뿌리를 내렸던 나무들이 '생존'을 위해 암괴를 부둥켜 않은 것이다. 밀림을 헤집고 몇 분 나아가면 숯가마 터와 일본군이 파놓은 갱도진지 2개가 나온다. 북쪽 능성 하단부에 만들어진
숯가마 터 조금 위의 갱도진지중 1개는 길이 24.2m·폭 2.6~3m 에 높이 2.2m의 U자형이다. 나머지는 진입부만 굴착하다 말았다. 그나마 하나도 입구부가 함몰돼 있고 보존을 위해 출입도 제한돼 있다. 이승악은 일본군 108여단 사령부 주둔지인 미악산과 함께 주요 진지대였다.
하산하는 길은 남쪽으로 난 능선을 따라가면 된다. 그리 가파르지 않고 타이어매트도 잘 깔려 있어 큰 불편이 없다. 교차점을 거쳐 출발점으로 돌아오면 정상을 출발한지 20분, 전체적으로 1시간 정도다. 오름은 북서쪽 정상을 중심으로 등성마루가 북동쪽과 남동쪽으로 이어져 'ㄱ'을 좌우로 뒤집어 놓은 부메랑 형국이다. 나이는 5만-10만년의 비교적 젊은 오름에 활발한 침식이 특징이다. 강순석 제주지질연구소장은 "강렬한 침식으로 화산탄과 암괴들이 많이 노출돼 있다는 것이 큰 특징이고 암괴의 높이 등으로 미뤄 사면 침식이 3m 이상 진행된 것 같다"며 "도내 최다우 지역이다 보니 정상부도 침식, 원래보다 높이와 경사도가 낮아졌다"고 분석했다.
식생은 전반적으로 구실잣밤나무·생달·동백나무·붉가시·굴거리·황칠·참가시나무와 인공조림한 삼나무 등 상록활엽수의 분포가 많은 편이다. 여기에 때죽나무·산딸나무·산수국·곰의말채·올벚나무·박쥐나무 등 낙엽활엽수도 자라고 있다. 김대신 한라산연구소 연구사는 "짧은 구간에서 빽빽한 상록수림과 인공림 및 낙엽수림으로 변화하고 정상부엔 조릿대군락 등 식생의 변화가 다양하다"며 "산림지역과 초지대의 접경지에 위치하고 신례천 등 하천 지류들과도 인접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여름새우란은 멸종 위기에 처한 것으로 보인다. 김창집 탐라문화보존회장은 "보리악과 논고악 주변에서 이승악까지 여름새우란 남아 있었으나 지금은 이승악에서 거의 안보인다"며 "숲 속 어디엔가 숨어 있다가 늦여름 8월중순 쯤에 사철란과 함께 꽃을 피우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김철웅 기자
◇기획 ‘다시 걷는 오름나그네’전문가 자문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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