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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적인 이승악

까미l노 2012. 11. 13. 16:29

"울창한 녹음에 이국적 분위기가 매력"
[다시 걷는 오름 나그네] <12>이승악
등록 : 2011년 06월 15일 (수) 10:02:01
최종수정 : 2011년 06월 15일 (수) 10:02:01
김철웅 기자 jemin9062@yahoo.co.kr

▲ 서성로 방면에서 바라본 이승악 남면. 왼쪽 뒤로 논고악과 성널오름(성판악)이 이어진다.
제주시서 35km…한바퀴 돌며 탐방해도 1시간 충분
최다우 지역 영향 격렬한 침식 통한 암괴·수림 특징

이승악의 멋은 울창한 녹음이고 맛은 색다름이다. 이승악은 한여름 뙤약볕이 내려쬘 때도 모자를 쓸 필요가 없다할 정도로 녹음이 무성하다. 또한 이승악의 숲은 다양하다. 특히 수m의 활엽수 등으로 터널처럼 형성된 고즈넉한 숲길이 있는 가하면 수령이 100년은 족히 될 듯한 거목들로 빽빽이 들어선 열대림 분위기의 '밀림'에 개천도 있다. 제주 선인들의 삶의 편린을 느낄 수 있는 숯가마 터에 일제에 생채기를 당한 또 하나의 역사의 현장인 진지동굴도 있는 이승악은 '매력' 덩어리다.

이승악은 한라산 백록담에서 동남동쪽 자락 8.5㎞ 지점(표고 539.0m) 신례리공동목장 안에 위치해 있다. 서귀포시 남원읍 신례리 산2-1번지다. 비고나 면적 모두 상위 3분의1에 드는 비교적 큰 오름이다. 비고는 114m로 도내 368개 오름 가운데 83번째로 높고 면적은 33만2070 ㎡(둘레 2437m·저경 700m)로 122번째다.

이름은 '이승이오름' '이슥이오름'이라고도 하며 줄여서 이승이 또는 이슥이라고도 한다. 어원은 분명치 않고 산모양이 삵(삵괭이)처럼 생긴 때문이라는 설과 삵이 살아서 그렇다는 설이 공존한다. 한자로는 삵을 뜻하는 이()와 삵의 제주말인 '슥' 또는 '식'이 붙어 이승악(升岳)으로 표기한다. 이생악(生岳)으로도 썼다.

이승악은 신제주로터리에서 5·16도로의 서성로 교차로까지 30㎞, 이곳서 신례리공동목장 입구까지 3㎞다. 목장 입구부터 이승악오름을 포함하는 트레킹 코스가 마련돼 있어 오름 탐방로 입구까지 2.3㎞를 걸어가도 좋다. 송이가 깔려 있고 코스를 따라 커다란 삼나무가 식재돼 있어 그늘도 지고 운치도 좋다.

▲ <이승악 탐방로> A=출발점 B=탐방로 입구 C=교차점 D=종남천 E=표고재배장 갈림길 F=화산탄 집중 지역 G=숯가마·갱도진지 H=탐방로 갈림길 I=정상 J=신례천 K= =분화구
차를 끌고 가면 오름 자락 초입에 주차할 공간(탐방로 지도 A)이 있다. 차를 세우고 300m를 가면 공식 오름탐방로 입구다. 터널 같은 고즈넉한 숲길을 따라 다시 300m를 가면 정상부로 연결되는 교차점(B)이다. 바로 정상으로 오를 수도 있으나 반시계방향으로 도는 게 난이도 면에서 좋다. 이승악은 오름 둘레를 반시계방향으로 4분의3 정도 돌아 북서쪽에 이르면 정상으로 올랐다가 남쪽 능선으로 하산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난이도는 처음 둘레길 30분 '하', 정상 오를 때 10분간 '상', 하산할 때 20분 '중'이다. 큰 힘들이지 않고 다양함을 즐길 수 있는 좋은 오름이다.

▲ 이승악서 바라본 한라산 정상

▲ 이승악의 자랑인 ‘숲길’
교차점에서 직진, 오름 자락 동쪽을 관통하는 종남천을 건너 200m 더 가면 표고재배장과의 갈림길이다. 이곳에 설치돼 있는 안내도에 따라 좌회전하면 된다. 이승악은 전체적으로 숲이 깊지만 거의 모든 구간에 하얀색 로프로 탐방로를 표시해 놓은 만큼 '줄'만 잘 잡으면 된다. 갈림길에서 10여분 나아가 북쪽 사면 자락에 이르면 화산탄과 암괴가 널려 있는 '밀림'이다. 사실상 난대림지역이나 강우량이 많아 생장이 빠른 나무들의 높이나 밀도, 나무에 갇힌 습기 등으로 열대림을 연상케 한다.

특히 계속되는 침식으로 인해 수m의 암괴를 거목의 뿌리가 감싸고 있는 제주도의 '앙코르와트'가 펼쳐진다. 규모는 다르지만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 유적지의 풍경과 비슷하다. 당초에는 지표면에 덮여 있던 암괴들이 계속되는 침식으로 인해 노출되자 뿌리를 내렸던 나무들이 '생존'을 위해 암괴를 부둥켜 않은 것이다.

밀림을 헤집고 몇 분 나아가면 숯가마 터와 일본군이 파놓은 갱도진지 2개가 나온다. 북쪽 능성 하단부에 만들어진

▲ 이승악 숯가마터
숯가마는 반지하식에 돌로 만든 석축요(石築窯)다. 불을 지피는 연소부와 숯의 재료인 나무를 쌓아놓는 소성실(燒成室), 소성실을 감싸는 성토부·전면 작업장 등을 갖춘 형태이나 방치된 채 시간이 흐르면 많이 흐트러졌다.

숯가마 터 조금 위의 갱도진지중 1개는 길이 24.2m·폭 2.6~3m 에 높이 2.2m의 U자형이다. 나머지는 진입부만 굴착하다 말았다. 그나마 하나도 입구부가 함몰돼 있고 보존을 위해 출입도 제한돼 있다. 이승악은 일본군 108여단 사령부 주둔지인 미악산과 함께 주요 진지대였다.

▲ 이승악 팽나무
숯가마와 갱도진지를 뒤로 하고 산행을 계속하면 탐방로 갈림길(H)이다. 사면 아래쪽은 오름의 서쪽을 흐르는 신례천이다. 직진하면 오름을 한바퀴 돌게 되고 좌회전해 올라가면 정상(I)이다. 오르막이지만 길지가 않고 마지막 계단 112개를 포함해도 5분이다. 동쪽으로 사려니오름과 넙거리·거린오름 등이 눈에 들어오고 뒤쪽 정자 너머로는 한라산 정상이 보인다.

하산하는 길은 남쪽으로 난 능선을 따라가면 된다. 그리 가파르지 않고 타이어매트도 잘 깔려 있어 큰 불편이 없다. 교차점을 거쳐 출발점으로 돌아오면 정상을 출발한지 20분, 전체적으로 1시간 정도다.

오름은 북서쪽 정상을 중심으로 등성마루가 북동쪽과 남동쪽으로 이어져 'ㄱ'을 좌우로 뒤집어 놓은 부메랑 형국이다. 나이는 5만-10만년의 비교적 젊은 오름에 활발한 침식이 특징이다.

강순석 제주지질연구소장은 "강렬한 침식으로 화산탄과 암괴들이 많이 노출돼 있다는 것이 큰 특징이고 암괴의 높이 등으로 미뤄 사면 침식이 3m 이상 진행된 것 같다"며 "도내 최다우 지역이다 보니 정상부도 침식, 원래보다 높이와 경사도가 낮아졌다"고 분석했다.

▲ 인동초

 

▲ 이승악 자락에서 만난 박쥐나무 꽃







 

 




식생은 전반적으로 구실잣밤나무·생달·동백나무·붉가시·굴거리·황칠·참가시나무와 인공조림한 삼나무 등 상록활엽수의 분포가 많은 편이다. 여기에 때죽나무·산딸나무·산수국·곰의말채·올벚나무·박쥐나무 등 낙엽활엽수도 자라고 있다.

김대신 한라산연구소 연구사는 "짧은 구간에서 빽빽한 상록수림과 인공림 및 낙엽수림으로 변화하고 정상부엔 조릿대군락 등 식생의 변화가 다양하다"며 "산림지역과 초지대의 접경지에 위치하고 신례천 등 하천 지류들과도 인접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여름새우란은 멸종 위기에 처한 것으로 보인다. 김창집 탐라문화보존회장은 "보리악과 논고악 주변에서 이승악까지 여름새우란 남아 있었으나 지금은 이승악에서 거의 안보인다"며 "숲 속 어디엔가 숨어 있다가 늦여름 8월중순 쯤에 사철란과 함께 꽃을 피우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김철웅 기자

"숯가마 소중한 문화유산
문화재지정 등 관리필요"
●인터뷰/정광중 제주대 교육대학 교수

▲ 정광중 제주대 교육대학 교수
"제주 숯가마를 지방문화재로 지정, 관리할 필요가 있다"

정광중 제주대 교육대학 교수(인문지리학)는 제주 숯가마를 "소중한 문화유산"이라고 강조한뒤 "방치되고 잊혀지고 있다"며 제도적 관리를 주문했다.

정 교수는 "과거 제주에서 연료는 아주 귀했다. 남자 어른들은 장작을, 여성들은 나뭇잎 등을 모아 땔감으로 마련했고, 그나마 숯은 집안의 대소사 등 특별한 날에만 쓸 정도로 고급 연료였다"며 "따라서 숯가마는 제주인의 생활경제와 관련된 더없이 문화유산"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제주의 숯가마는 선조들의 경제활동 등 삶의 편린을 더듬어보고 환경을 생각하게 하는 훌륭한 교육 자원으로서의 의미와 가치를 지닌다"면서 "전수 조사를 통해 보존할 곳은 보존하는 한편 접근이 용이한 장소에 복원, 전시해도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제주에 남아있는 숯가마의 숫자나 규모와 특징 등을 전체적으로 조사한 사례가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정 교수는 "1970년대 초까지도 숯가마는 대부분 중산간 숲속에 터를 잡고 주변에 서식하는 굴참나무·졸참나무·가시나무 등을 숯으로 구어 냈다"며 "재료나 굽기 위한 나무 연료 취득의 편이성 때문에 나무가 많은 곶자왈 지역이 숯가마의 최적지였다"고 말했다.

"사실 곶자왈을 끼고 있거나 그 주변의 선흘·교래·함덕·대흘·신평·저지·청수·상창·서광·상도·세화리 등이 숯굽기의 흔적을 간직하고 있는 대표적인 마을들"이라고 소개한 그는 "선흘리의 경우 숯가마가 30기까지 있었을 정도로 번성했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숯을 구운 뒤 판매를 위한 운반의 문제 등으로 보통 해발 200m 이상으로 올라가지 않던 사례에 비춰 400고지가 넘는 이승악의 숯가마는 특이한 경우"라며 "이는 인근 표고밭 등으로 이어지는 도로가 발달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철웅 기자

◇기획 ‘다시 걷는 오름나그네’전문가 자문단
▲인문=김창집 탐라문화보존회장·소설가 ▲역사=박찬식 역사학자 ▲지질=강순석 제주지질연구소장 ▲식생=김대신 한라산연구소 녹지연구사 ▲정책=김양보 제주특별자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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