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한라산 둘레길 거린사슴-돌오름-영실 본문

하늘금 마루금

한라산 둘레길 거린사슴-돌오름-영실

까미l노 2012. 5. 7. 17:38

이별...

헤어짐에는 왜 달콤함 같은 게 없을까?

그래서 언제인가부터 인연이 생길만한 만남따위를 일부러 피해 다녔는데 그날 아침 곰팅이님의 시래기 된장국 한마디에

근(이삼 일 같이 걸은줄 알았는데 금새 일주일이나 됐다고 모두들 놀랬다)일주일을 사람들과 함께 다니다 보니 그만 또 괜한(^^) 인연을 만들어 버린 것 같다...^^

 

오늘도 아침과 점심은 허술하게(^^)해결하고 저녁은 또 배 터지게 해치웠다(실제 전주 어머니 배를 두드리면 퉁퉁거리는소리가 날걸...)

선우는 오늘 제주시에서 자고 낼 아침 일찍 올라가야 하고 충청도아저씨와 난 낼 오전중에 뱅기를 타야해서

오늘은 걷는 거리를 조금 적게 하기로 했었지...

 

한라산 둘레길을 걷고 서귀포 올레시장에서 꽈배기 도너츠 각 한개씩과 붕어빵 한개 그리고 빈대떡 세조각씩 간식으로 해치우고

저녁은 방어회와 백숙 그리고 비빔밥으로(지애의 요리솜씨는 일급 기밀에 속한다)해결했으니 날마다 저녁은 진수성찬이다...

 

지애와 선우는 참 예쁜 아가씨들이다.

그런데 자세히 뜯어보면(?)참 못났다...글쎄 애인도 음따잖어...

 

일에 쫓겨 남자에게 관심 가질만한 시간이 없을 수도 있겠다만 요즘 젊은이들의 일에 치인(?) 생활이 이미 늙어져버린 우리들 시선으로 보면

감성이 무디어져 가는 것 같아서 가끔 안타깝기도 하다...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 특히 아가씨들은 지극히 감성적이고 생각 또한 예쁘기만 한데 글쎄...

내 생각으로는 저 나이엔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아름다운 추억을 많이 만들 여행을 해야 하는 게 아닐끼 시퍼서 괜한 걱정까지 한다...^^

 

사랑하고 헤어지고 그런 문제는 차치하고서라도 동성도 좋지만 이성을 많이 만나서 사랑도 실컷 해봐야 할 그런 나이 아닌가... 헤어짐이 생기면 또 어떠랴...

 

 

중문에서 영실 어리목으로 가는 오전 9시15분 버스를 타고 서귀포 휴양림 입구에서 내려 오던길로 50m정도 되돌아 내려오면

한라산 둘레길 돌오름구간 안내판이 보인다.

 

거린사슴에서 돌오름까지가 5.6km이고 돌오름에서 영실까지가 약4km 남짓 되는 거리이다.

 

 

 

사진의 파란색 표시 구간의 길은 발바닥이 너무도 행복할 조릿대 구간이고 바닥이 부드러훈 황토흙 같은 길이라서 걷기에 그렇게 편할 수가 없다.

제주도 조릿대는 약용으로도  훌륭하고 차로 만들어 마셔도 참 좋은 것이라는데 실제 오늘 영실로 빠져 나오는 길에

장뢰삼과 표고버섯을 하시는 아주머니댁에서 조릿대 차를 한잔씩 얻어 마셨는데 그맛이 상당했었다.

 

돌오름에서 영실로 빠져 나오는 구간은 아직 개통된 한라산 둘레길 구간은 아니지만 차도 다닐 수 있을만한 넓이의 한적한 숲길이다. 

총 4시간 정도이면 충분히 걸을 수 있는 거리의 아름다운 숲길이었다.

 

 

이 구간엔 서어나무가 아주 많이 자라는 군락지였는데 숲의 생태 특성상 마지막까지 살아남을 수 있는 수종이 서어나무라고 한다.

단단하기도 하고 병충해에도 상당히 강하고 잎은 맥을 보면 아주 부드러운 주름이 있고 모양 또한 예쁘다.

 

그리 크게 자라지 않은 나무의 중간마다 ET의 눈이(^^) 많이 보인다...

 

 

 

누가 이런 끔찍하고 무식한 짓들을 해놓았었는지...

꽤 오래 된 흔적인 것 같은데 어린 나무일 때 철조망을 나무에 걸쳐둔 모양이다.

나무가 자라서 둘레가 굵어져도 풀어주지를 않아 철조망이 나무의 몸통 깊숙히 박혀 버렸는데 나무가 아픔을 호소하는 듯 찡그린 얼굴을 하고 있다.

 

 

기픈 사~안속 옹달샘 누가 와서 묵나요?

제주어머니랑 (전주 어머니에서 한계급 승진함)애인도 음는 서누가 와서 물에 얼굴만 비치고걍 가지요...

 

노루같은 아해들이 목 축이러 나타날 때 숨어있다가 만나봤으면...

실제 근처 농장에 장뢰삼 새순을 노루가 와서 자주 뜯어 먹는다고 한다. 

 

 

 

정확한 이름은 모르겠는데 털이 맣이 달린 덩쿨 줄기가 나무들을 타고 올라가는 것을 많이 볼 수 있는데

실제 많은 손아무들이 이녀석들 때문에 즉어가기도 한다.

 

남의 몸에 기생해서 살아가는 것들은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염치도 모른 채 영양분을 다 뺏어 먹고 같이 죽는 것이다.

 

사람들이 안타까워서 가끔 덩쿨의 아랫부분을 잘라주기도 한다.

이 곳의 살아남은 소나무들은 대게 굵기와 키가 큰 오랜 수명을 가진 고목들이기도 하다.

 

 

한라산 주변엔 달팽이들이 참 많았는데 유독 나무의 높은 곳까지 올라가 있다.

이유가 천적들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서인진 모르겠지만 십미터 정도 되는 나무 위까지 올라가려면 족히 수일은 걸렸울텐데...쯧쯧!!

 

그런데 나무의 높은 곳에서 살지는 않을테고 저녀석들은 내려올 땐 어떻게 할까?

올라가던 그 방식대로 시나브로 기어서 되돌아 내려오는 것일까?

쟤들에게도 올라가고 내려오는 그런 느낌이 있기는 할까?

 

 

서늘한 공기가 절로 느껴지는 삼나무 숲에 조릿대가 오솔길을 만들어 주는 말랑말랑한 흙과 낙엽의 바닥으로 된 아름다웠던 길

산길 5~6km 치고는 너무도 걷기가 편한 길이라 아주 천천히 조금씩 즐기며 아껴 걸어며 지나가야할 그런 길이다.

 

 

길 중간 중간에 가끔씩 가로질러 흐르는 계곡이 나타나는데 물이 흐르진 않고(비 온 뒤 금방 지하로 스며들어 버리는 제주도 땅 특성상)

고인 물이 바위 중간중간 구멍 속에도 주변에도 많이 보이는데 오랜 세월 닳고 깎여 예쁜 돌 웅덩이를 만들어 놓았다.

 

늦가을 단풍이 고울 때 다시 오거든 저 사진 속의 웅덩이에 빨간 단풍잎 한 잎 띄우고 한번 내려다 보렴!

 

 

이녀석 조용히 낮잠을 즐기고 있었던 것일까?

내 등산화 발자국 소리에 지레 놀라 물 속으로 다이빙을 한다.

유혈목이...

 

저 녀석은 좋겠다.

지보다 더 힘쎈 놈이 있어서 잡아먹힐 걱정따윈 없을테고(하긴 사람들이 있을 순 있겠다만)

땅에서도 잘 다니고 물에서 수영도 잘하고 잠수도 잘하니까...(사진만 찍을건데 놀란 녀석이 도망을 가다 안 되니까 물 속 바우 아래에 완전 잠수로 숨어버린다)

 

 

야 이름은 누가 지었을꼬?

저가부지가 지었을 리는 만무하고...

 

구슬붕이가 뭐냐 구슬붕이가...

뒷집 영심이처럼 참 유순하고 곱게 생겼다.

 

 

곶자왈에서 많이 보이던 것처럼 바위에 수십가닥 뿌리를 내려 단단히 붙잡고 버티려는 나무들의 뿌리 아래 맛 없는(^^)버섯들이 뺵뺵히 자랐다.

이 버섯들은 화려하지도 잘 생기지도 않았는데 먹을 수 없는 버섯이다...

 

 

한라산 둘레길은 돌오름에서 끝나는데 거린사슴에서 출발해 5.6km 밖에 되지 않는다.

언제 다시 연결해서 계속된 구간이 될건지...

안덕과 색달동 쪽으로 가려다 영실로 나가면  버스를 탈 수 있을까 해서 오른쪽길을 택했다.

 

나는 제주도에 오면 택시는 거의 타지 않는다.

버스를 탈 수 없는 곳이면 아예 걸어서 다니는 주의다.

 

다행히 영실방향으로 계속 가면 영실-어리목 구간의 버스를 탈 수가 있게 되어서 다행이었다.

 

 

 

12년 정도 산 장뢰삼이란다.

연필심만한 굵기의 잔뿌리 몇가닥에 메주콩 정도의 동그란 뿌리부분 정도밖애 크기가 되지 않았다.

이파리를 씹어보니 인삼과는 조금 다른 쌉쌀한 쓴맛이 나는 입안의 향이 괜찮게 느껴진다.

 

이런 것들을 노루가 와서 먹어버린다고 하니 12년 동안 키운 것을 노루가 해치워버린다면...

 

 

바위 속에다 둥지를 튼 어린 나무

저녀석들 너무 크게 자라면 저 구멍 속에서 어떻게 버티어 나갈까?

 

주택부금이라도 넣어서 나중에 큰평수로 옮길 수 있어야 할텐데...

 

 

 

이 꼬치 백 작약꽃이란다.

이름만 들었지 실제로는 한라산 둘레길에 와서 처음으로 보게 될 줄이야...

 

화려하지는 않지만 어릴적 내 어머니 고운 한복 속저고리 같이 하얗다.

 

 

이곳이 영실 매표소 에서 어리목으로 가는 중간이다.

달리 어떤 표지판은 없고 길가장자리에 누군가가 파라낵 페인트로 돌오름 가는 길이라고

오로지 단 한 글자인 '돌' 이라고 써 놓았다.

 

3시10분경 제주에서 넘어 오는 버스를 탈수 있었으니 한라산 둘레길을 걸으려는 사람들이 있다면

중문 초등학교 앞에서 내려 영실을 경유 제주시로 넘어가는 버스로(오전 9시10분 출발) 환승하여 서귀포 휴양림 맞은편에서 내리면 된다.

휴양림 아래에서 출발하여 돌오름까지 가서 오른편 영실 방향으로 나오면 될 것이다.

 

저녁답에 민중각 안내실에서 회 파티를 하고 선우는 제주시로 넘어갔다.

버려진(^^)제주 어머니와 지애는 우짤랑가~

 

안녕~ 안녕!

애인도 음는 몬나니 서누야~

조심해서 올라가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