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산티아고#14 "스페인 벼룩은 한국인만 좋아해" 본문

까미노 데 산티아고

산티아고#14 "스페인 벼룩은 한국인만 좋아해"

까미l노 2009. 1. 28. 23:18

 

                                              이 사진은 산티아고 길을 다 걸은 유럽의 한 순례자가 길 안내를 위해 올려진 것을 옮겨왔습니다.

 

BURGOS--------------HONTANAS 29 KM 10월10일

 

EL Parral 알베르게를 출발해서 도심을 빠져 나가면 5km지점에 알베르게가 있는 마을 VILLALBILLA 를 지난다.

여타의 다른 길들처럼 굽이지거나 높은 산 언덕들도 없는 평탄하고 그런대로 곧게 뻗은 한적한 길의 연속이다.

 

다시 이곳에서 3,5km지점에 알베게와 성당이 있는 마을인 tarjados지나게 되고 2,1km를 더 걷게 되면

MESETA 지방의 경계지점인 RABE de las CALZADOS 인데 작은 강이 가로질러서 흘러가는 곳이고

성당과 Virgen de la Guia라는 알베르게가 있는 마을을 만나다.

 

우리나라를 치면 도의 크기 정도가 되는 경계를 지나는데 명칭은 앞서 말한 meseta 지방이고 주로 공업이 발달한 도시이다.

직전 마을의 알베르게를 지나고 약 2,6KM 지점에 순례자들을 위한 휴식공원인 Fuente de Praotorre 를 만난다.

 

이곳에서 부터 고도차가 서서히 높아지면서 해발 950m의 산 언덕을 넘어서게 되는 길이 나타난다.

산언덕 마을길을 평화로이 걷다보면 다시 고도는 서서히 낮아지면서 5,3km지나는 곳에

HORNILLOS del CAMINO 마을의 성당과 알베르게를 만날 수 있게 된다.

 

HORNILLOS의 카페에서 느긋하게  가을 낮 햇빛을 쪼이면서 커피와 간식으로 배를 채운 후 MESETA 지방의 지평선을 하염없이 가로질러 걷는다.

5,8km 를 걸은 지점에 rio SAN Bol이라는 작은 강이 가로질러 흐르는 지평선 왼편으로 숨은 곳에 히피족들이 운영하는 특이한 알베르게가 있다.

 

원래 이곳에서 오늘 숙소를 잡을 예정이었었는데 지평선을 걸은 지루함과 길가에 바로 보이지 않고

꽤 떨어진 왼편 아랫쪽에 있었기에 내친 걸음으로 더 걸어가게 됐는데 천추의 한(?)을 남게게 되는 결과를 만들게 될줄 어찌 알리오... 

 

이곳 히피족이 운영하는 산볼 알베르게는 전기시설도 제대로 안 되는데다가 화장실도 아주 원시적이긴 하지만

차고 깨끗한 물과 식사가 무척 좋았다는 미국인 친구 J.T 의 알베르게 경험담을 들을 수 있었다.

 

미국친구 J.T 는 마뉴엘과 케푸씬 이렇게 넷이서 늘 함께 잘 걷다가도 한 번씩 헤어져서는 며칠만에 모습을 나타내기도한다. 

이날도 어느 순간 헤어졌는데 결국 우리와 다른 곳의 알베르게에서 잠을 잤었는데 그곳이 히피족이 운영하는 산볼의 알베르게이고

우리는 공포의 스페인 빈대가 출몰하는 유명한 혼타나스 마을의 성당 바로 옆 알베르게를 택했던 것이다.

 

해발 950m높이의 산언덕을 내려가면서 아득히 저 아랫쪽에 마을이 서서히 모습을 나타내다가 다시 약간의 오르막을 오르게 되면

마을은 다시 그 모습을 감추었다가 모퉁이를 돌고 언덕이 내리막으로 시작되면 다시 나타나고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sanbol 알베르게와 5km정도 거리 차이가 있는 곳이 hontanas 마을의 알베르게이다.

 

산티아고 순례자들을 위한 소개서인 각 나라의 책들에서 보고 들은 이야기로 이곳 HONTANAS 알베르게가 벼룩이 심하다고 했었는데

여름이 지나면서 꺠끗이 소독도 했을거라고 마뉴엘과 케푸씬이 말 하길래 나 역시 여태 그냥 뒀을 리야 없겠지 하고 생각했으니...

하긴 알베르게 앞에 고풍스런 성당과 카페 그리고 넓다란 광장이 멋있기도 하고 언제나 셋이서 함께 걸으면서 많이 친해지게 된

마뉴엘과 케푸씬이 괜찮을 거라면서 이곳에서 묵자고 하는 바람에 오늘 여정을 마치기로 했었다.

 

 

 

스페인에 비하면 아주 작아서 어쩌면 지구상의 지도에서 잘 찾을 수도 없을법한 대한민국의 땅

이 작은 나라엔 마치 거미줄처럼 수많은 갈랫길들이 있는데 뭐가 그리 필요해서인지 무조건 포장부터 하고 본다.

하긴 땅 덩어리가 크면 포장이 더디거나 많이 할 필요를 못 느끼게 될지도 모를 일이지만...

 

스페인의 길은 옛길 그대로 포장을 하지 않는 길들이 무척 많다.

길이 아름답다고 느꼈던 적이 있었을까...

단지 주병 경치가 좋고 산세가 아름답다면 그렇게 표현을 할 수도 있겠지만

이처럼 먼지가 폴폴거리고 가도 가도 그늘 한 곳 없는 끝없이 이어지는 평원을 가로질러 걸아야 하는 신작로가 아름답다고 느껴진다면...

 

눈으로 바라다 볼 수 있는 거리만큼의 지평선 끝에 가물거리는 산언덕이 계속 되어도

가도 가도 연신 만나게 되던 길 모퉁이도 나그네의 발걸음을 전혀 무겁게 만들지 않는 한가로운 길 걷기가 되는 곳

이곳이 바로 산티아고 이다...

 

급할 땐 길 가장자리 언덕을 넘어서면 광활한 밀밭이고 이미 수확이 끝나버린 빈 가을녘 들판에서

남며 구분 딱히 할 필요 없이 바지를 내리고 한바탕 쉬원함을 해결하던 그 행복감을 무엇으로 표현하랴... 

 

 

 

 

걷다가 너른 풀 밭에 앉아 간식을 먹는 내 그림자...^^

간밤의 이슬로 잔디밭이 촉촉히 물기를 머금었는데 사실 이곳은 잔디밭도 아니고 무슨 목장도 아닌

그저 자동차가 씽씽 달리는 도로 아래의 풀밭일 뿐이고 풀밭 건너엔 또 이렇게 아름다운 흙길이 이어져 있는 곳이다.

 

건너편 길 애인과 둘이서 순례를 하고 있는 외국인들 참 행복하게 보여지던 모습이었다.

한국의 청춘남녀들이여 그대들도 둘이 손 잡고 다정하게 저런 길을 걸어보지 않겠는가...

 

 

 나도 나중엔 꼭 해보고 싶은 모습...

산티아고에서 자주 만났던 외국인 노부부의  다정한 순례 모습

그들이 여유가 있고 넉넉해서 이 길에 서 있게 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들과 몇마디 이야기를 나눠보면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쉽게 알 수가 있었다.

 

길가엔 여러개의 순례자의 묘비도 보였는데 생을 마감하는 순간까지 산티아고를 걷다가 가겠노라고 가족들에게 고하고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다가 임종을 맞는 사람들 유명한 음악가였던 첼리스트,소설가,의사 등

그들은 생을 다 하는 그 순간 이 길을 걸으면서 무슨 상념을 했으며 행복하게 마음을 정리했을까...

 

 

 산볼이나 혼터나스는 부엌시설이 별로이지만 이처럼 성당 광장과 카페가 바로 앞에 있어서 참 좋았다.

레몬 한조각을 띄운 콜라 한 잔에도 행복함을 느끼는 저녁 시간이었다.

 

성당 벽 건너편 아래에 스페인 친구 마뉴엘은 기대인 채 무엇을 하는지...

독일 아가씨 라파일라는 아예 땅바닥에 벌렁 드러누웠고 불가리아 아가씨는 발톱을 깎는 중이다.

모두들 하루의 고달픈 여정을 끝마치고 아주 편안한 평화를 만끽하는 중이리라...

 

길은 강에 막혀 둘러가게 되기도 하고 산을 넘거나 돌아서 들판을 가로 질러 끊어졌다가도 이어짐을 반복한다.

사람과 사람도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한다.

끝 없는 평원을 가로질러 가는 길 위에서 나는 선한 사람이 되어간다.

분노를 삭이는 연습을 하면서 가는 길 위...

 

 

   그냥 낙서라고 하기에는 꼬ㅒ 잘 그려진 산티아고 순례길 표시

누구는 유네스코에 등록된 이 길에 낙서를 했다고 흥븡들을 하기도 하더라만 그냥 마을을 지나는 길의 공장 같은 벽과 도로 아래 외벽

시골의 도로 난간 같은 곳에 이런 낙서들이 더러 있는데 무조건 보기 싫지만은 않은 그림들도 많이 있었다.

 

내 나라의 일이 아닌 다음에야 나까지 흥분하고 싶지는 않았고 그냥 이나라 사람들 특히나 젊은 이들의 성향이려니 생각하며 지나간다.

 

 

 

 미친 놈이라고 욕 하는 우리나라의 자동차 길

아니 엄밀히 말해 자동차만 다닐 수 있게 만든 길은 아닐 것인데 보행자를 위한 최소한의 배려인 갓길조차 제대로 없는 한국의 길

요즘엔 무슨 자전거 전용도로를 전국망으로 잇겠다던데 나쁜 것은 아니지만 그래 걷지는 못하게 아예 법으로 막아버리고

자동차와 자전거만 다니게 만드는 게 무식하고 용감한 행정가들의 천국인 대한민국을 건설하는 지름길 아니겠는가...

 

곳곳에 걷는 사람들을 위해 휴식공원이 있는것도 모자라 언제 만들었는지 연도 표기와 식수가능 ,불가능을 정확히 알려주는 수돗가와

이렇게 편리하게 산티아고 길의 거리표시와 지나는 곳의 지역 도시와 마을 안내를 동판과 석재료로 된 지도까지 마을 들의 입구에 세워져 있다.

가히 걷는 길을 천국으로 만들어 놓았다고 할 만하지 않는가...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산티아고를 다녀온지 벌써 3개월이 훌쩍 지났는데도 그날들이 기억에 생생하다.

혼타나스에서 사랑을 듬뿍 준 스페인 벼룩이 곧 나를 행복한 고통 속으로 빠지게 만드는 줄은 까마득하게 모른 채... 

 

 

BURGOS 에서 아침 일찍 하루 여정을 시작해서 5,2km지점의 VILLALBILLA 까지 걸으면 길은 지평선이 시작 되는 길

 

SANBOL 의 알베르게는 화장실 전기시설 취약함,차가운 샘이 좋고 병원은 있음,

히피 운영 알베르게와 짚시문화 체험가능하고 밤새 노래/숙소는 별로이지만 음식은 좋은 곳

 

HONTANAS 알베르게 두군데 있음 숙박6 유로 작은 가게 저녁은 어던 길가 식당이나 미리 준비

길모다 낮은데서 갑자기 나타나는 것처럼 느껴지는 곳

산 언덕 길이라 보였다 안 보였다를 반복하는 곳

 

나중에 미국인 친구 J.T 만나게 되었을 때 왜 혼타나스까지 함꼐 오지 않고 중간에 별로 좋지 않은 곳으로 알려진 산볼에서 자게 되었냐고 물었더니

우리가 자게 되었던 혼타나스는 미국에서 구입한 산티아고 순례 책자에 혼타나스의 유명한 벼룩이야기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혼타나스까지 가지 않고 직전 마을인 산볼의 짚시 알베르게에서 잤다는 것이다.

 

그로부터 일주일 정도 스페인의 악명 높은 벼룩인 친치스가 나를 얼마나 좋아했었는지 아니..모든 한국인들을 다 열렬히 환영하게 되었을 것이다.

스페인 벼룩은 동양인 또는 한국인들의 피를 좋아하는 것인지 피해갈 수 있었던 한국인이 거의 없었다는 사실을

각 지역의 알베르게에 있었던 방명록에서 비로소 알게 되었는데 한국에서 출발하기 전 미리 스페인 벼룩에 대해서 알고 가기는 했었다만...

 

스페인의 악명 높은 벼룩 친치스에게서 받은 고통을 앞으로의 여정에서  뼈저리게 느끼게 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