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산티아고 이야기#15 "깐느에서 온 천하태평 케푸씬" 본문

까미노 데 산티아고

산티아고 이야기#15 "깐느에서 온 천하태평 케푸씬"

까미l노 2009. 2. 12. 23:00

 

                                                    이 사진은 유럽의 한 순례자가 산티아고 길을 걸은 후 한 인터넷에 올려진 것을 옮긴 것입니다.

 

CASTROJERIZ-------FROMISTA 26 KM

 

지금까지 걸은 거리 345KM

카스트로 마을 꼭대기에 보이는 것이 옛 성당 건물인지 성곽인지는 올라가보질 못해서 확실치 않다.

 

언제나 처럼 새벽에 소리 안 나게 조심조심 침대를 빠져나와 배낭을 챙긴다.

늦게까지 자는 사람들도 있고 나처럼 오랜시간 잠 자는 것 자체가 고역인(?)사람들은 거의 새벽녘에 길을 나서게 되는데

새벽이래야 곧 동 틀 무렵이라서 그리 어두운 길을 걷는 것은 아니다.

 

 

 

 저 앞 멀리 뻗어있는 지평선에 까만 점들이 조그맣게 보이는데 그 점들은 순례자들의 걷고있는 모습들이다.

가을걷이가 끝난 빈 들녘이지만 황량한 느낌 보다는 끝없이 펼쳐진 들녘을 가로질러 걷노라면 더 없는 평화로움이 느껴져서

살아 온 시간들과 살아갈 날들에 대한 반성 같은 것들이 끊임 없이 떠오르고...

 

 마을 입구와 순례 길 중강중간에 조각이나 동상들로 만들어진 앞 서 걸어간 수많은 순례자와 성인들의 모습들이 서 있다.

그 조각들이 무슨 예술품 운운할 그런 것은 아니지만 길을 지날 때 만나게 되면 순례자들에게 얼마나 반가운 존재들이어었는지...

 

 

 

땅이 넓은 스페인 사람들 특유의 느긋한 성격 팃인지 밤 늦게 또는 새벽 일찍 움직이는 사람들은 좀처럼 볼 수 없었는데

큰 도시에서의 유흥가 근처 말고는 밤에도 사람들이 왕래 하는 곳은 우리나라 말고 또 있을지...

난 차라리 통행금지 시간이 있었으면 싶을 때가 더 많더라만(정치적인 이유 말고)

 

이곳의 밤 거리 길은 치안이 어떨지 또한 허용은 되는지도 잘은 모르겠지만 스페인 친구인 마뉴엘과 프랑스 아가씨 케푸씬

이렇게 셋이서 달빛 도보를 하려는 계획을 세웠다가 달이 나오지 않고 흐린 낢씨가 되어버려 포기한 적이 있었다만,

 

암튼...

새벽공기가 알싸해지기 시작하는 가을의 산티아고 새벽 길 공기는 한국에서의 가을날 새벽공기와 별 다를 바 없이 상쾌하게 느껴진다.

여느날과 다름 없이 마뉴엘과 케푸씬 이렇게 셋이 새벽 길을 나선다.

오늘은 길 위에서 케푸씬이 연신 프랑스와 스페인 말로 숫자 공부를 시킨다.

 

 

 마뉴엘이 선물한 빨간 장미 한 송이를 입에 문 프랑스 아가씨 케푸씬...

우리나라 나이로 치자면 아직도 한참이나 어린 딸 같은 갓 스물을 넘긴 아가씨가 내 앞에서 스스럼 없이 담배도 피우고  

잠시라도 보이지 않으면 하늘의 달을 가르키며 문!! 하고 나를 찾는다...

 

내일 숙소가 있는 마을이부엌시설이 제대로 없는 알베르게라 음식거리 걱정을 할라치면 오늘 이 시간이 즐겁고 행복하지 않느냐며

내일 일은 내일 걱정하면 된다고 어깨를 툭툭 치며 가을날 따스한 살이나 즐기자 그런다...

그나저나 프랑스로 돌아간 지금 쯤 순례길에서 만나 첫눈에 반했던 아일랜드 청년인 마이클과 연락이나 닿은건지...

 

 

 

 

 왼쪽의 남자가 스페인 출신의 마뉴엘이라고 로마의 교황청에서 순례여권을 발급  받아서 산티아고까지

7월3일 출발해서 10월13일 산티아고 길을 나와 같이 걷고있는 것이다. 총 거리는 산티아고 콤포스텔라 성당까지 약 3,500km가 된다.

 

아가씨는 프랑스의 유명한 영화제 도시인 깐느에서 온 케푸씬이고 천하 태평인데 한국 여성들에게도 친절하고

만나면 엄청 반가워들 하는 사이인데 한 번은 아파서 병원에 다녀오게 됐는데 한국 아가씨 한명이 떠나면서

음료수 한 병과 메모를 남겼었는데 그네들의 정서로는 이외였는지 눈물을 글썽이며 좋아하는 모습을 보기도 했었다.

 

마뉴엘은 영어를 가르치고 나에게는 스페인 말과 프랑스 말을...

아쉽게도 한국에 돌아온지 서너 달이 지난 지금은 거의 다 잊었기는 했지만

그땐 길을 걸으면서 재미있게 공부를 한 기억이 나서 절로 흥겨워지는 느낌이다.

 

카스트로 산 꼭대기의 성곽을 바라보며 성 야고보가 사과나무에서 성모마리아의 모습을 보았다는 설이 전해져 내려오는 마을을 지난다. 

산 에스테반 알베르게의 여 쥔장과 헤어지면서 내년에 꼭 다시 오고 싶다고 했는데 벌써 7개월 밖에 안 남았다...^^

 

 

 

올 해 9월에 인생길 따라 도보여행 회원들과 가려는 계획인데...

CASTROJERIZ  마을을 지나 3,5 km 정도를 가면 곧 해발 900m 의 산 언덕인 MOSTELARES 에 올라서게 된다.

 

길은 항상 동쪽에서 시작해서 곧장 정서 방향으로 계속 걷게 되고

산언덕 길을 내려서서 4,3km FUENTE DEL PIOJO를 자나 왼쪽 방향으로 1,3km 지점에 ST,NICOLAS 알베르게가 있고

오른쪽으로 1,5km 지점엔 ITERO DEL CASTILLO 알베르게가 나온다.

 

마을을 벗어나서 긴 들녘의 가운데로 난 사잇길을 걸어가게 되는데

길은 아름답기도 하고 예쁘다는 표현으로도 아깝지 않지만 워낙 직선으로 길게 뻗어있는 길이라

이제는 조금씩 지루하다느 호사스런 속 불평도 하게 되는데 인간의 간사함이라니...

 

중도에 나있는 긴 수로를 따라 걷는데 이곳이 한국이라면 아마도 훌륭한 유료 낚시터로 개발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부터 든다.

이곳 스페인사람들은 낚시에는 별로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는 마뉴엘의 이야기를 듣고 장대 한 대 펼치고 앉았으면 싶은 마음 굴뚝 같다...

프로미스타로 가는 길에서는 한국인 순례자를 한 사람도 만나지 못한다.

 

길을 가로 질러 흐르는 PISUERGA 강을 지나고 1,9km 지점의 알베르게가 있는 ITERO DEL VEGA 를 만나게 된다.

아직은 카페나 바가 있는 마을이 나타나지 않는다.

나느 괜찮겠지만 마뉴엘과 케푸씬은 콜라나 커피가 무척 마시고 싶을텐데...

 

케푸씬은 걷더가 갑자기 나와 마뉴엘에게 숫자 질문을 하는데 마뉴엘도 나도 진도는 무척 느린 것 같다...

수로를 따라 걷는 길을 막 벗어나고 3km정도 더 지나가면  작은 마을인 CANAL DE PISUERGA 마을을 지나고

이곳에서 마을 한 곳 없는 길고 긴 길을 5,4km 정도 더 지나서 알베르게가 있는 boadilla 마을이 나타난다.

 

며칠 사이 계속 부엌이 없는 마을들인 알베르게가 있는 곳들이라서 먹거리가 염려스럽다고 넋두리를 했더니

셋 가운데 제일 나이 어린 프랑스 아가씨 케푸씬이 내일 일은 내일 걱정하자고 어꺠를 툭툭 친다.

하긴..이런 길에서 뭐가 걱정일까만..내일은 내일 길 위에서 닥치는대로 해결하면 될 것을...

 

1,8km를 지나면 아주 작은 마을인 Canal de Castilla 를 지나고 다시 3,3km 를 더 가면 Canal de Esclusa를 지나고

이곳을 지나 계속 1,5KM 정도를 더 걸으면 꽤 큰 마을인 FROMISTA 에 도착된다.

이곳엔 성당이 두군데 있는데  각각 St Martin 성당과 St,Pedro 성당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는 플라터너스 나무인데 이걸 연리지 라고 할 수 있는 것인지...

산티아고 길을 지나는 마을의 휴식공원이나 관공서 앞 정원에는 어김 없이 이 나무들이 있는데 신기한 것은

뿌리는 각각 따로 가로수 형태로 일정한 간격을 두고 나무가 자라 있는데 키가 자라서 가지를 많이 뻗었을 때 가지끼리

서로 묶여졌다고 해야할지 엮어졌다고 해야 하는 것이 맞을지 모든 가지들이 서로 연결이 되어서 두 뿌리 한몸으로 살아간다는 것이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이곳에서는 이 마누가 일정한 키로 자라서 가지들이 서로 맞닿을 수 있을만큼 뻗으면 가지를 서로 접 붙히듯이

연결을 해서 나중에는 정말 완벽하게 한몸으로 자라게 된다는 것이다 여름철 제대로 된 나무 터널이 생기게 되고  정원수로도 손색이 없을 뿐더러

보기에도 신기했었다.

 

 

FROMISTA 마을의 공립 알베르게는 별 다른 특징도 없고 조금 큰 마을이긴 하나 볼만한 특징 같은 것은 없었지만 한국차는 많았다.

숙소는 5 유로였었는데 1년이 지나서도 그 가격을 받을지는 모르겠다.

다만, 지난 해의 안내 책자를 읽은 후 갔더니 가격이 1-2 유로씩 올랐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기는 하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다른 한국 여성 순례자들은 이곳은 거의가 다 버스를 타고 지나갔다고 한다.

아마 별 다른 특징이 없는 곳이라는 소문을 듣고 지나쳤는 모양이다..나야 걷기 위해 온 사람이니 무조건 다 걸을 수 밖에...

 

ITERO DEL VEGA 에는 병원시설도 있고 11세기 때의 성당을 개조해서 만든 예쁜 알베르게도 있다.

직접 드어가 잔 곳이 아니라서 가격은 알 수가 없었고

들리는 이야기로는 이탈리아 사람이 관리를 한다는데 순례자들의 발을 씻어주는 전통이 있는 곳이라고 알려져 있다는데

모기가 많은 곳이라고 하니 여름철에 가려거든 반드시 모기약을 준비할 것을 권한다.

 

이곳에서는 어차피 부엌시설이 제대로 갖쳐져 있지 않기도 해서 수퍼에서 간단히 내일 걸으면서 먹을 거리를 산 후

저녁 식사는 마뉴엘과 케푸씬이랑 간만에 셋이서 레스토랑엘 가기로 했다.

 

1인당 12 유로씩 계산한 레스토랑엘 갔는데 바게뜨가 상당히 괜찮아서 케푸씬과 나는

주인 아저씨 몰래 빵을 가슴 속에다 숨긴 후 한 번 더 달라고 해서 푸짐하게 먹었다.

레스토랑에서는 바게뜨 빵을 계속 더 주기는 하는데 가져가는 것은 실례가 되는 것 같았다...

 

음식의 주 메뉴는 풀코스로 나오는데 머저 고기와 버섯을 곁들인 스프와 얇게 구운 송아지 고기

그리고 후식으로 과일 같은 것들이었는데 어김없이 스페인어로 비노 라고 하는 외와인은 한병이 서비스로 나온다.

술을 별로 즐기지 않는 우리 셋은 와인을 취소하고 생수로 시켜서 마셨는데 생수 값이나 와인이 비슷해서 술 애호가들은 아까워할 것 같다.

 

이 길에서 내게 12유로는 엄청 큰 금액으로 느껴지기도 했었는데 그도 그럴 것이 늦게 출발한 한국인들의 입으로 전해진

이야기로 환융리 엄청 올라 내가 환전했을 때의 금액이 166,6원 정도였었는데 지금은 1900원대 까지 올랐다고 하니 체감하는

유로화의 느낌은 가히 공포 수준이다...

 

1유로가 우리 돈 2,000원 정도이니 1유로의 동전 한개로 한국에서 담배 한 갑을 살 수 있을 정도인데 예사로 쓰일 수 있겠는가...

담배를 피는 나로서는 한국에서의 담배값인 1유로 동전 한개가 이곳에서는 3 유로 정도에 한갑이니...

 

하루에 쓰는 경비가 평균 10유로 안팍인데 자녁 식사로 12유로를 지불한다고 생각하면 겁이 나서 레스토랑에 가기 어려울 정도이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한국의 레스토랑에서 이런 식으로 식사를 한다면 보통 3-4만 원 정도는 예사인데 이곳에서는 환율을 따진다 해도

플코스가 3만 원이 채 안 되니 그리 비싼 것은 아닌 셈이다.

 

케푸씬은 키 160 정도에 몸무게가 대략 56-7kg정도 될 체격인데 벌써 칼로리 걱정이 태산이다..

그래선지 두 번쨰 플레이트엔 고기를 취소하고 셀러드를 한 접시 가득 주문해서 먹는다.

 

 

케푸씬은 그라농에서 한 눈에 반했던 아일랜드 청년인 마이클을 끝 내 찾지도 못하고

전화도 메일로도 연락조차 할 길이 없어져버려서인지 상심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래서 더욱 더 뱃살을 뺼려고 그러는지....

넌즈시 마이클에 대해서 물어보면 눈빛부터 반짝이며 달라지는데 연락 되었느냐고 알면서도 모른 척 물어보면

고개를 흔들며 금새 눈물을 글썽일 듯 한숨부터 내 쉬는 게 좀 안됐다 싶기도 한다. 찾아줄 수 있었으면 좋으련만...

 

그러다가 밤 늦은 시각이면 언제나처럼 마뉴엘과 함꼐 마을로 마실 가자면서 나를 찾는다.

마리화나를 피우자는 꾐인데 난 도대체 그걸 왜 피는 지 알 수가 없기에 한사코 반대를 하는데

둘은 그것이 얼마나 좋은건데 라며 나를 이해할 수가 없다는 투로 쳐다본다.

 

하긴 다른 외국 순례자들은 그들이 권하면 누구나 할 것 없이 즐겁게 돌아가며 한모금씩 피우고

심지어 케푸씬이 그렇게 짝사랑하는 마이클도 함꼐 피우더라만... 아마 내가 그들과 같이 그걸 피웠드랬으면 더 가까이 친해졌을지도 모르겠다만...

하도 계속해서 마리화나를 피워보라고 권하는 게 부담스럽기도 하고

또 이제부턴 혼자 걷고 싶은 날들이 많은지라 그들과 이젠 헤어질 준비를 하게 된다.

 

이곳 프로미스타  마을 직전의 Boadilla del Camino 마을의 알베르게는 5유로이고

여름에는 풀장도 사용 가능하지만 아쉽게도 이곳 역시 부엌이 없다.

식당을 겸하는 숙소가 있는데 가게는 없고 옛날에는 마굿간이었던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