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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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은지심

나는 니가 싫다고

까미l노 2022. 6. 24. 17:45

사람의 발길이 많이 닿지 않은 호젓한 숲길

간혹 쇠살모사도 보이고 아직은 어려 사람이 두려운 존재라고 느끼지 않는 노루들도 다니는

오르내리막이 별로 없고 낙엽이 흙을 살짝 덮어 발바닥에 느껴지는 부드러운 느낌의 숲속 오솔길

 

들어갔다가 걸어서 지나기엔 버거울 정도의

오솔길이 끊겼다고 할 정도의 깊은 숲이거나  걷기에 꽤 불편하지만 않으면

무조건 걸어보는데 걷기에 도저히 곤란할만한 곳이면 되돌아 나오면 그뿐, 

 

꽃이나 플들도 사람이 덜 밟고 지나가는 곳이 아닌 곳에는

평소엔 접해보기 어려운 식물들이 자라곤 한다.

 

오늘은 노루발 꽃대가  지나가는 숲길에 피어 올라와있다.

옛적 사람들은 꽃의 이름도 참 재미나게 지었다 싶은데

이 꽃은 왜 노루발이라고 지었을까?

많은 이름으로 불리는 바람꽃들 가운데에는  홀아비 바람꽃도 있고 홀아비꽃대도 있더라만...

 

나는 니가 싫다

무조건 니가 싫다

누가 뭐라고 하건 니가 싫다

 

니 살자고 남을 죽이는데 어떻게 싫어하지 않을 수 있을까

숲의 대표적 유해(내 기준일 수는 있다만)식물들 가운데 두가지가 송악이랑 마삭줄이다

 

마삭줄은 꽃도 하얀색으로 선풍기 날개처럼 생겨서 멀리 날아가게 진화했고

곱기도 하고 향기도 좋은데 스스로 살아가지 않고 다른 나무 줄기를 타고 올라가는 덩굴식물이다

 

문제는 이놈이 지는 다른 나무의 신세를 지면서 타고 올라가는데

덩치도 계속 키우고 나무 꼭대기까지 무조건 타고 올라가서 무성하게 잎을 피게 하여서는

지가 타고 올라간 나무의 잎은 햇빛을 다 가리게하여 죽게 만드는 것이다.

 

하나의 가지를 그렇게 죽이게 되면 다른 가지로 옮겨가면서 그 짓을 계속 하는 것이다.

내가 너를 무조건 싫어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는 또 있다

너는 숲속의 아주 오래 살아낸 커다란 굵은 나무들만 골라서 타고 올라가기 때문이다

 

아마도 지 덩치가 상당히 빨리 굵어지기에 큰 나무만 골라서 타고 올라가는성 싶다...

니가 하는 짓거리를 봐라

나무는 해를 가려 광합성을 못하게 하니 살려고 발버둥을 치면서 키만 계속 키우는데

그럴수록 니는 연신 꼭대기까지 뻗어 올라가서는 힘에 겨운 나무를 결국 말라죽게 만드는 못된 덩굴식물이다

 

그래서 나는 너를 아래에서 잘라버리기로 했었는데

덩굴이 감고 올라가는 모습이 보기 좋다고 반대하는 사람

자연은 그대로 두는 개 좋은데 왜 사람이 간섭을 하느냐면서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더라...

 

그래서 나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데

숲 속에서는 지금도 계속 머리에 해당하는 윗부분이 햇빛을 못 받아 죽어가는 고목들이 있다

 

이러다 숲속엔 그나마 굵은 오래 산 고목들은 하나도 없어질지 모르겠다.

괜시리 나만 안타까워 하는 것인지 

문제는 이놈들이 죽게 만드는 나무들이 소나무와 참나무들이 주종이라는 것이다...

마삭줄의 꽃잎

생긴 건 나름 곱고 착하게 생겼는데 하는 짓은 아주 고약햐~

 

 

오늘은 비 내리는 숲

조금 어려보이는 암놈 노루 한마리가 나타났다

 

아마도 많은 노루들이 몰리는 한적한 곳엔 더 이상 신선한 풀이 없어졌기에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산책길 근처로 왔을 것이다.

 

궁디를 보면 하얀색으로 고니 한쌍이 입맞춤을 하는 것처럼 보여진다.

 

나 아닌 다른 사람을 슬프게 만들지 말 것이며

해를 입히지도 말고 괴롭히지도 말고

지 이해타산으로 타인에게 손해가 가게 하지도 말아야 사람답게 사는 것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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