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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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은지심

순하고 선한 세상 #1

까미l노 2022. 7. 6. 00:21

사무실 입구 대형 나무 간판 틈에서 떨어진 곤줄박이 새끼

어미가 밀어서 떨어진 걸까?

아니면 힘센 다른 새끼들에 밀려서 떨어졌을까?

 

다시 지들 집으로 밀어 넣어줬다만 잘 사는지...

숲에 안개가 자욱하다

언뜻 괜찮아 보이는 숲

 

사람들은 건강한 숲이 어떤 것인지 알까?

사람들이 잘 지나가지 않는 잊힌 숲 속의 길에 노루발 꽃이 올라왔다.

아무도 해하지 않고 그냥 보기만 하고 지나가기를... 

저녁을 먹은 후엔 꼭 10km 정도를 걷는다

최대한 차들이 다니지 않는 길을 골라 걷는데 도심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도로를 걸을 때도 있다.

 

지난번엔 새를 삼키고 있는 뱀을 발견했었다가

자연생태적인 현상을 방해하는 실수를 저질렀었는데

이번엔 제주 비바리뱀이 겁 없이 도로에 나타났길래 녀석을 막대기를 이용해 숲으로 보내 줬다.

아직 어린 노루라 사람을 겁을 내지 않는 편이다.

깊은 숲엔 먹이 경쟁이 심해 싱싱한 어린 풀이 없는지 자주 사람들 주위의 숲에 나타나곤 한다.

 

뿔이 달린 큰 수놈들은 사람이 나타나면 곧바로 멀리 달아나는데

주로 어린 암놈들은 사람이 보여도 조심은 하면서도 새로 나온 새싹 풀을  포기하지 않기도 한다. 

무엇을 보호하려 하는 것일까?

 

소나무가 상록수 사이에서 살기 위해 발버둥을 치면서 키만 계속 키우고 있다.

솔잎은 꼭대기에 아주 조금 남아있다.

마치 사람의 대머리 위 몇 가닥 남은 머리카락처럼...

 

얼마 지나지 않아 소나무는 죽게 될 것이다.

마삭줄은 이렇게 튼실한 줄기를 한 나무를 골라 타고 올라가서 꼭대기 부분에 이르면 

광합성을 하기 위해 무성하게 잎은 피게 하는데

반면 제 몸을 내어준 나무의 조금 남은 잎들은 햇빛을 가려 광합성을 할 수 없게 되어 서서히 죽어가는 것이다.

 

어떤 이들은 자연 상태 그대로 두는 게 좋다면서 덩굴을 자르지 못하게 하거나

원시 숲처럼 보기 좋다고 그냥 두자고 한다.

 

사람이 이용하는 숲 주위는 산림이라고 하면서 가꾸거나 보호를 하자는데

무엇이 자연환경이고 어떻게 하는 것이 산림인 것일까?

 

아주 오래 살아낸 고목들은 조금씩 죽어간다

특히나 제주도가 보호를 많이 하는 소나무와 상수리나무들이...

 

자연에도 순하고 선함이 있었으면 좋겠다.

사람이 이용을 하는 숲이라면 조심스럽게 산림을 위한 간섭을 해야 할 테고

취해야 하고 버려야 하는 게 무엇인지 제대로 알고 행해야 하리라...

 

내가 비겁한 사람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똥 같은 건 무서워서 피하는 게 아닌 가벼운 중이 되어 무거운 절 탓 따위 하는 초라한 위인은 아니되기를...

 

나는 오늘도 길 위에서 묵묵히 걸으면서

반성을 한다.

나부터 순하고 선한 사람이나 되라고 스스로를 탓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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