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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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은지심

제주의 속살 아름다운 숲

까미l노 2022. 6. 17. 22:47

 

오늘은 새끼를 데리고 나타나지 않는구나

매일 다니는 숲길에 노루가 갓 태어난 새끼를 데리고 다니더니

오늘은 혼자 풀을 뜯고 있다.

 

내가 지척에 나타나도 곧바로 도망을 가지 않고 유심히 살핀다.

치유의 숲에서는 사람들이 자신들에게 위해를 가하지 않는다는 것을 아는 모양이다

 

흔히들 아름답고 좋은 숲길을 이야기들 하는데

많이 알려진 숲길에도 호젓하고 걷기 좋은 숲길은 따로 있게 된다.

 

치유의 숲엔 길게는 두 시간 남짓 걸을 수 있는 길도 있고

한 시간 정도 걸리는 숲길이 있다.

 

적당하게 오르막도 있고 숲 속 나무들이 울창하면서

맨발로도 걸을 수 있는 호젓한 숲길을 걸을 수 있는 게 더 좋으리라

 

오늘은 사람들이 거의 다니지 않는 길에서 은방울꽃이랑 노루를 마주하면서 걸었다.

 

사람들이 사는 세상에도

살만한

살맛 나는 세상이 있기도 하겠고

슬픈

슬픈 세상으로 느껴질 때도 있을게다

 

숲에서도 아니 그러겠는가

튼튼한 나무를 기대어 올라가는 덩굴식물들

 

함께 기대어 살아가면 좋으련만

어떤 덩굴들은 무지막지하게 도움을 준 나무를 타고 올라가서

기어코 그 나무가 햇빛을 못 받게 만들어서 죽게 만든다. 

 

처음엔 나무를 기둥 삼아 타고 올라가서

나무 꼭대기까지 올라가서는 무성하게 제 잎으로 덮어버리게 해서 나무를 죽게 만드는 것이다.

어떤 이들은 자연 그대로 두는 게 좋다고 한다만

꽤 오래 살아 큰  나무들만 골라서 타고 올라가 죽이게 되니 숲에 귀한(?) 고목이 하나 둘 사라진다.

 

굵어진 덩굴을 골라 잘라주면 

덩굴도 살고 나무도 살게 될 텐데...

 

나무를 타고 올라가서 새집 속의 알을 잡아먹는 뱀을 미워하듯

나무를 죽이는 덩굴이 나는 밉다.

 

자연은 그냥 둬야 되거나

사람이 사는 세상 주변의 자연은 가꾸거나 조금은 손길이 필요하기도 한데...

 

사람 사는 세상에서도

남을 이용하거나 괴롭히는 사람들이 없어졌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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