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독거인의 삶 본문
더는 올빼미처럼 살고싶지 않아서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기로 작심을 했다.
수일 째 스스로와의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원래 아침형 인간이 아니라서인지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게 맞지 않기도 한데
일을 가지면 언제 그랬냐는듯 아침 일찍 일어나서 출근을 하고
절대 지각 같은 건 한 적이 없다.
변덕인지 환경의 변화에 바로 적응을 하는 것인지는 모르겠다만
그래서인지 지금의 나태 때문에 나중에 가져야할지 모를 성실(?)따위의
변화에 별 고민이나 염려 같은 건 하지 않는다.
오늘부터 밤 열두시엔 잠자리에 들어 졸릴 때까지 책을 읽기로 작정했었더랬다.
이사하면서 고심 끝에 버렸던 백 여권의 책 속에서 예전 관심가지고 종종 읽었던
모여러류 작가의 책은 끝까지 버리지 않고 가져왔었는데
뉴스거리에 자주 등장하고 정치에 관여를 하는 것 같아서
여러번 읽지말고 버릴까 하다가 새책이고 돈도 아깝고해서 일 년여 꽂아두었다가
오늘에사 1,2권으로 된 책을 펼쳤는데 몇장 읽지않다가 두권의 책을 발기발기 짖어서 쓰레기통 속에 쳐박아 버렸다.
그러지 말자고 하면서도 근자들어 마음에 들지 않는 언행 때문에
정말 이따위였나 싶어서 앞 뒤로 한 번 더 살펴보고 포기해버렸다.
그 여자 나름의 속사정이든 내가 알 필요조차도 없을 타인이 뭐라할 것들이 아닌
여러 이유들이 있었을테지만 그러기엔 굳이 대중 앞에 나서서 스스로의 가치 기준만 열 올려
떠들어대는 것들도 내 기준엔 영 마뜩찮았고 똑똑함을 추함으로 바꾸는 것 같은 느낌일 뿐이었다.
내 인생에서 이젠 그 여류작가는 영원히 아웃 시켰는데
뭐 그렇다고 그여자가 상관이야 하겠냐만 나름 유명 작가로서 한 독자가 새 책 두권을
찢어서 쓰레기통에 버렸다는 걸 알게 됐으면 어떤 생각일지 조금은 궁금타
뭐, 똑똑하니까 따져 물으면 나야 대답이나 제대로 할 주제겠냐만...
새벽 한 시
슬그머니 또 집을 나선다
어차피 지금은 잠 자기는 글렀고 또 무작정 걷기로 한다.
제대로 살고 있지도 못하고 줄거울 일도 희망같은 것도 보이지 않고
그렇다고 외롭다거나 우울하다거나 뭐 그딴 건 전혀 없으니 아무 생각없이 걷는 게 좋아서다
한 잔 약 180원
커피를 많이 좋아해서 하루 열잔도 넘게 마시는데
오직 커피믹스만 마신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아메리카노는 내 입에 맞지 않아 평소에도 안 마시는데
어쩔 수 없는 자리의 지인들과 커피숍 같은 곳엘 가면 설탕없는 라떼를 마시지만
내 상식으로는 그 커피 값이 도무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예전엔 병에 들었던 맥심 오리지널 블랙을 곧잘 마셨다만
산티아고를 걷고온 후론 뜨겁고 진한 우유를 탄 커피가 좋아서 믹스커피 가운데
심플라떼라는 것만 마시는데 보통의 커피믹스보다 몇십원 더 비싼 편이다.
사람들은 커피믹스를 마시면 촌스럽다고 생각한다.
그러거나 말거나 내 입에는 최고이거니와 가성비 또한 무시 못한다.
한새벽에 도둑고양이처럼 밤마실 나가 걷다가 들어와 잠자리에 들기 전
믹스라뗴 한 잔 이러고 산다.
그러다 죽을테지만 죽기 전에 산 깊은 골짜기로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