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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은지심

나무들의 기억과 약속

까미l노 2020. 2. 11. 19:19

아낌없이 주겠다

라고 나무가 언제 약속을 했었을까?

 

이산화탄소를 빨아들이고 맑고 청량한 공기ㅏ를 마실 수 있게 해주고

그늘을 만들고 땔감과 목재를 만들게 하고 버섯에게 죽은 몸을 내어주고

숲의 자양분이 되어 흙으로 되돌아가서 마지막까지 숲을 더 울창하게 만드는 나무

 

그거 나무가 그렇게 하겠디고 약속했었던 것일까?

 

인간은 겨울에 나무를 벤다.

다른 계절엔 나무에 수분이 많고 생장 중이라 좋은 재질이 안 된다면서...

 

나무를 자르면 나이테의 겉부분은 밝은 색이면서 살아서 생장 중이고

가운데 속부분의 짙은 부분은 생장을 멈춘 죽은 부분이다.

그래서 변재 심재라고 표현을 한다.

 

겨울이 되면 다년생 다른 식물들도 그러하듯

나무들도 얼어죽지 않으려고 몸 속의 모든 수분을 제거한다.

잎이 수분을 빨아올리지 못하도록 떨켜층으로 다 떨어트려

몸 속을 꺠끗하게 말려(?) 겨울잠을 잘 준비를 하게된다.

 

물기마저 다 빠져버린 채 긴 겨울 잠으로 휴식을 취한다.

 

땅 속 저 아래의 뿌리만 산채 겨울잠을 자면서 다가올 봄을 약속하는 것이다.

그 약속은 사람들에게 나 준비 다 되었으니까 지금부터 베어가서 아낌 없이 쓰라는 약속은 아닐 것이다.

 

나무공예를 좋아하는 나는

죽은 나무들이 너무 아깝다.

사방에 지천으로 썩어가도록 버려지는 숲의 고사목과 간벌한 나무들

목재소와 목공소들에서 버려지는 짜투리 나무들

 

어릴적 기억떄문에 땔감으로라도 쓰면 얼마나 좋을까 싶기도 하고

어린이들 손에서 만들기를 하면 또 얼마나 좋아할까...

 

죽었거나 이미 베어져서 사용 후 인간들 용도에 맞지않아 버려지는 피죽들

 

나무의 기억은 오직 다시 돌아올 봄에 무성한 잎을 만들어

숲을 더 울창하게 만들려는 것일테고 딱히 인간들에게 약속한 적도 없으면서

늘 그러했듯 푸르고 맑은 신선한 산소와 그늘을 줄테지,

 

그걸 사람들은 아낌없이 주는 나무라고 씨부려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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