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참 멀리도 왔다 본문
참 멀리도 왔다.
어지간히 오래도 왔고...
에전엔 ...아니 소싯적 철 없이 설쳐대던 그때는 상상도 못했었다.
여기 이곳 지금까지 왔다는 게...
시대가 시대이니만큼 함부로 늙었다는 말이사 못하겠지만 이 나이가 되리라고 누군들 상상이야 했으리랴만
행복하게 사는 것도 잘 살아내지도 잘 살아갈 것 같지도 않으면서 뭉기적대며 버틴다.
나는 내몸 애틋하게 아끼며 살았던걸까?
나보다 몸이 힘들어 아파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은 그럴테지?
하지만 어쩌랴,
나야 어지간히도 스스로의 육체를 학대하며 산 것 같은데
숲 속을 헤매이다 나뭇가지에 채이고 가시에 긁히고 바위에 부딪히기 다반사
겁이 전혀 없지도 용기가 가상하기도 커녕인데 말이다...
한 해 그럭저럭 잘 넘기나 했었다.
행운이니 그런 거 별 관심은 없었다만 그래도 재수 없기는 싫었는데
내 실수였고 내 책임이었으니 탓을 하려는 건 아니다만 재수 없게 되었다.
손가락 한개 그 끝을 해먹어버렸으니 낭패감보다 화만 치민다.
타인에게 피해는 준 적 없다만 사고뭉치로 산 모범생
공부는 싫어도 했었지만 꽤 못했던 모범생이 있을까만 하기사 범생이라기 보다는 책임감만 있었던 것 같네,
평범한 사람들은 상상도 하잖았던 사고를 틈틈히 쳤던 것 같다.
나름은 굵직굵직한...
생각해보니 단 한 순간도 온전한 평온함을 가져보지를 못했던 것 같다.
살면서 늘 근심 걱정 고민 따위를 안고 산것 같다.
그럴 이유같은 게 있었거나 없었거나 언제나...어리석었다...
12월 31일?
한 해가 간다.
달력의 남은 장수를 미리 넘기기도 하면서 어서 지나가버리기를 곧잘 한다.
늘 새로 산 공책의 중간밖에 사용해본 적이 없었던 것처럼
별 기대하지 않는 결과는 빨라져버리기를 원했던 것처럼이다.
간다.
그가 그들이 그것이
그 모든 것들이 스스로 원해서인지 모르겠지만
내가 보내고 싶어서 보냈던 것은 결코 아니었던 것처럼 그냥 무심하게 간다.
'측은지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무들의 기억과 약속 (0) | 2020.02.11 |
---|---|
너무(?) 오래 생각하면 (0) | 2020.02.10 |
당신만큼은 그라지 마라 (0) | 2019.12.23 |
비의...무심...무연 (0) | 2019.12.18 |
섬세심 일맥상통 측은지심 (0) | 2019.12.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