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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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은지심

참 멀리도 왔다

까미l노 2019. 12. 31. 12:34

 

 

참 멀리도 왔다.

어지간히 오래도 왔고...

 

에전엔 ...아니 소싯적 철 없이 설쳐대던 그때는 상상도 못했었다.

여기 이곳 지금까지 왔다는 게...

 

시대가 시대이니만큼 함부로 늙었다는 말이사 못하겠지만 이 나이가 되리라고 누군들 상상이야 했으리랴만

행복하게 사는 것도 잘 살아내지도 잘 살아갈 것 같지도 않으면서 뭉기적대며 버틴다.

 

나는 내몸 애틋하게 아끼며 살았던걸까?

나보다 몸이 힘들어 아파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은 그럴테지?

 

하지만 어쩌랴,

나야 어지간히도 스스로의 육체를 학대하며 산 것 같은데

숲 속을 헤매이다 나뭇가지에 채이고 가시에 긁히고 바위에 부딪히기 다반사

겁이 전혀 없지도 용기가 가상하기도 커녕인데 말이다...

 

한 해 그럭저럭 잘 넘기나 했었다.

행운이니 그런 거 별 관심은 없었다만 그래도 재수 없기는 싫었는데

내 실수였고 내 책임이었으니 탓을 하려는 건 아니다만 재수 없게 되었다.

 

손가락 한개 그 끝을  해먹어버렸으니 낭패감보다 화만 치민다.

타인에게 피해는 준 적 없다만 사고뭉치로 산 모범생

공부는 싫어도 했었지만 꽤 못했던 모범생이 있을까만 하기사 범생이라기 보다는 책임감만 있었던 것 같네,

 

평범한 사람들은 상상도 하잖았던 사고를 틈틈히 쳤던 것 같다.

나름은 굵직굵직한...

 

생각해보니 단 한 순간도 온전한 평온함을 가져보지를 못했던 것 같다.

살면서 늘 근심 걱정 고민 따위를 안고 산것 같다.

그럴 이유같은 게 있었거나 없었거나 언제나...어리석었다...

 

 

12월 31일?

한 해가 간다.

 

달력의 남은 장수를 미리 넘기기도 하면서 어서 지나가버리기를 곧잘 한다.

늘 새로 산 공책의 중간밖에 사용해본 적이 없었던 것처럼

별 기대하지 않는 결과는 빨라져버리기를 원했던 것처럼이다.

 

간다.

그가 그들이 그것이

그 모든 것들이 스스로 원해서인지 모르겠지만

내가 보내고 싶어서 보냈던 것은 결코 아니었던 것처럼 그냥 무심하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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